“LG화학은 테네시 공장을 중심축으로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해 북미 1위 양극재 업체로 도약할 것이다.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해 세계 최고 종합 배터리 소재 회사로 도약한다는 당사의 비전을 실행해 나갈 계획이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19일(현지시각) 테네시 공장 착공식-
LG화학이 미국 최대 양극재 공장 건설의 첫 삽을 떴다. 2026년부터 연간 최대 6만톤(t) 규모의 양극재 생산을 시작, 북미 배터리 시장을 타깃으로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공격적 설비 확대 등으로 부채비율 증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LG화학은 기존의 사업구조 재편 계획에 변함 없다는 입장이다. 당장 가중될 재무 부담보다 신사업 투자를 통한 체질개선의 가치가 중장기적 관점에서 더 크다는 판단이다.
2026년 양산 목표…현지 대응력 대폭 강화
LG화학은 지난 19일(현지 시각) 미국 테네시주 몽고메리카운티 클락스빌에서 양극재 공장 착공식을 진행했다. 테네시 공장은 170만㎡(약 51만평) 부지에 연산 6만톤 규모로 건설된다. 이는 고성능 전기차 60만대분에 탑재되는 배터리 양극재 생산 능력이다. 현재 기준 미국 내 최대 양극재 공장이다.
테네시 공장은 북미 고객사 전용 공장으로 만들어져 현지에서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LG화학은 테네시 공장을 거점으로 현지 고객사와 양극재 개발 단계에서부터 소통해 고객 맞춤형 양극재를 생산할 예정이다. 미국 내 중동부에 있는 테네시주는 고객사 납품과 원재료 수입을 위한 지리적 접근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LG화학의 배터리 소재 매출 대부분은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에 집중돼 있다. LG화학이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 중 하나인 북미에 생산기지를 확보함으로써 수익 확대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LG화학은 테네시 공장을 통해 고객사들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전기차 보조금 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IRA는 미국에서 최종 조립한 전기차에 한해 최대 7500달러(한화 약 1000만원)의 세액공제를 부여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이다. 이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혜택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면 국내 완성차 업계엔 불리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양산 시작 시기는 2026년이다. 해당 공장서 생산되는 양극재는 GM과 GM의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에 공급된다. 앞서 지난해 LG화학은 GM과 양극재 95만톤 장기공급 합의를 체결하고 지난 10월엔 토요타와 2조9000억원 규모 북미 양극재 공급 계약을 맺은 바 있다.
향후엔 차세대 양극재 제품 등을 통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고객 수요 추이를 살펴 생산 규모를 확대할 방침이다. 테네시 공장 설립 관련 총 투자금은 4조원 가량으로 이 가운데 2조원이 우선 투입된다.
‘3대 신성장동력’ 사업재편 드라이브
LG화학의 통 큰 투자비용도 눈길을 끈다. LG화학은 지난해부터 공격적 설비투자 증설에 나서고 있다.
LG화학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유형자산취득(설비투자·CAPEX)에 투입된 금액은 8조4062억원이다. 이는 2020년과 2021년 대비 각각 50% 이상 늘어난 수치다.
올해 들어선 상승폭이 더욱 커졌다. 올 3분기 누적 기준 CAPEX는 9조2570억원, 지난해 CAPEX 규모를 이미 뛰어넘었다. 같은 기간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이 4조7506억원임을 감안하면 LG화학이 설비투자에 상당히 적극적임을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기조는 ‘사업구조 재편’이 배경이다. LG화학은 지난해 2월 인베스터데이를 열고 오는 2030년까지 현재 매출의 2배가 넘는 60조원을 달성, 친환경 고부가 신사업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끌어 올린다는 ‘블루오션 시프트 전략’을 발표했다.
이어 올해 6월엔 보다 구체적인 계획이 나왔다. 당시 LG화학은 배터리 소재·친환경 소재·혁신 신약 등 ‘3대 신성장 동력’을 중심으로 사업구조 재편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기존 주력사업인 석유화학 부문이 공급과잉에 수요부진까지 겹쳐 시황 회복 시기를 가늠하기 어려운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배터리 소재’는 신성장동력 가운데서도 가장 핵심으로 꼽힌다. 투자금액과 목표매출 모두 3대 신사업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LG화학은 배터리 소재에 2025년까지 6조원을 투자해 2030년경 매출 3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다.
“재무건전성 강화 방안도 지속 뒷받침될 것”
부채비율 등 재무현황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업황 악화로 수익성이 줄었음에도 신사업 투자가 이어진 탓에 올해 LG화학의 부채비율은 전년 대비 악화세로 돌아섰다.
2020년 120.3%였던 LG화학 부채비율은 지난해 81.4%까지 줄어들었으나 올해 3분기 87.4%로 다시 상승했다. 순차입금비율도 전년 대비 11.6%포인트(P) 오른 31.5%로 확인됐다. 이번 테네시 공장을 비롯해 새만금국가산업단지 내 전구체 공장 건설 등 올해 이어진 대규모 ‘조 단위’ 투자가 부담을 키웠다.
그럼에도 LG화학은 3대 신성장 동력에 대한 투자를 변함없이 이어갈 것이란 입장이다. 경영 효율화를 통해 현금흐름을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최근 교환사채와 회사채 발행으로 선제적 자금 마련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아울러 비상경영 돌입 및 사업구조 효율화도 투자비용 마련의 일환이었다.(▷관련기사:SK이노·LG화학의 이유있는 변신)
LG화학 관계자는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지만 위기가 기회인만큼 현 시점에서 미래를 위한 투자를 망설일 수 없다”며 “신성장동력 개발에 박차를 가함과 동시에 재무건전성을 강화할 방안도 뒷받침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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