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적용하기로 했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스트레스 DSR은 고금리 장기화로 위험 부담이 높아진 변동금리 대출을 줄이자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인데, 미국이 조만간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전망이 커지면서 정책 약발이 잘 듣지 않을 수 있어서다. 상대적으로 DSR 규제가 느슨한 2금융권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스트레스 DSR은 변동금리 대출 비중을 낮추기 위한 대안으로 시행된다. 가계부채 증가를 견인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 중 변동금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달한다. 이런 변동금리 대출은 고금리가 장기화하면 차주 부담을 가중시킨다. 결국 가산금리를 높여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 대출로 전화하려는 것이 금융당국이 기대하는 정책 효과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스트레스 DSR 도입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향후 금리 인하 전망이 확대되고 있어서다. 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까지 3회 연속 금리를 동결한 것을 두고 금리 인하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연준은 연일 과도한 ‘피벗(정책 전환)’ 기대를 진화하고 있지만 사실상 금리 인상기는 마무리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시장 참여자 중 69%가 내년 3월 연준이 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은행채 금리는 지난달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은행채 5년물(AAA) 금리는 지난 10월 4.81%까지 치솟았으나 이달 들어 3.8% 선까지 내려섰다. 10월 주담대 고정금리 대출 비중도 전월(75.2%)보다 8.0%포인트 낮은 67.2%를 기록했다.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당장은 변동형 주담대 금리가 높아 이자 부담이 클 수 있지만 곧 금리가 떨어지면 변동금리가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스트레스 DSR 시행 후 2금융권으로 대출이 쏠리는 등 정책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제도 시행으로 사실상 1금융권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만큼 상대적으로 DSR 규제 강도가 덜한 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몰릴 것이라는 얘기다. 현재 1금융권에선 1억원 이상 대출에 대해 연간 대출 원리금 비율이 소득 대비 40%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지만 2금융권은 50%여서 상대적으로 느슨하다.
신용카드 대금 일부만 결제한 후 나머지 금액 결제 시기를 뒤로 미룰 수 있는 신용카드 리볼빙에 대한 우려도 크다. 스트레스 DSR 규제가 강화되면 DSR 규제 대상인 카드론에서 밀려난 차주들이 DSR 예외 서비스인 리볼빙으로 손을 뻗칠 수 있어서다. 카드사가 보유한 요주의 대출자산 중 리볼빙이 차지하는 비중(47%)은 절반에 가깝다. 그만큼 부실 우려가 높다는 얘기다. 리볼빙 서비스 잔액은 7조4600억원(10월 말 기준)으로 2021년보다 21.4% 증가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스트레스 DSR 적용 시 카드론을 이용하지 못하는 차주들이 리볼빙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커질 수 있다”면서 “카드사들이 리볼빙을 전년 대비 일정 비율 이상 늘리지 않겠다는 목표치를 정하는 게 방법이 될 수 있다. 또 전세 등과 같이 실수요 대출에 대해선 DSR을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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