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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라스트 마일’ 첫 언급…정책 영향 물가 둔화 지연 우려에 “세상에 공짜 없다”[종합]

이투데이 조회수  

한은, 20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발표
이 총재 “원자재 가격 추이 불확실성 커…누적된 비용인상 압력 영향 지속”
美 파월 의장, 금리 인하 시사 발언에 “현 수준 오래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예상 밖 아냐”
“주요국 금리 인하 논의 분위기, 올리지는 않는다는 의미…독자적으로 국내 보면서 정책 추진”
물가관리정책에 따른 물가 둔화 요인 우려에는 “세장에 공짜 없어…물가 하락 속도 늦춰질 수도”

한국은행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라스트 마일(last mile)’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국제유가, 누적된 비용인상 압력 등 불확실성이 큰 만큼 물가안정목표인 2%를 달성하는 ‘마지막 한 걸음’이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정부의 물가 관리 정책 영향으로 향후 물가 둔화 속도가 더딜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세상에 공짜 없다”고 답했다.

이창용<사진> 한은 총재는 20일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국제유가 등 원자재가격의 향후 추이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누적된 비용인상 압력의 영향이 지속되고 있고 노동비용도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며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한 ‘라스트 마일(last mile)’은 지금까지보다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주 미 연준과 유럽중앙은행이 최근의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을 반영해 물가 전망을 하향 조정하면서도 여전히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는 점도 ‘라스트 마일’의 어려움을 반영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라스트 마일’는 목적지까지 향하는 마지막 구간을 의미하는 뜻으로 마라톤 경기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알려져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물가 목표 수렴 과정을 두고 해외에서 사용했던 용어인데 이번에 이 총재가 처음으로 언급한 것이다. 한은은 내년 연간 물가상승률을 2.6%(상반기 3.0%·하반기 2.3%)로, 2024년에는 연간 2.1%로 각각 추정하고 있다.

한은 조사국은 “향후 물가 전망경로 상에는 국제유가 추이, 국내외 경기 흐름, 누적된 비용압력의 영향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국내외 수요부진 심화, 유가 하락 등의 하방리스크와, 중동사태 등 지정학적 불안 고조에 따른 유가 재급등, 비용압력의 파급영향 강화, 기상이변 등의 상방리스크가 혼재돼 있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정부의 물가 관리 정책이 향후 물가 둔화를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답했다. 이 총재는 “물가 관리를 했기 때문에 그만큼 물가가 많이 안 올라갔고, 기대(인플레이션) 수준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했기 때문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며 “세상에 공짜가 없는 것처럼 관리됐기 때문에 이것을 되돌리는 과정에서 물가가 떨어지는 속도가 더 늦춰질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단회에서는 미국 등 해외 주요국의 금리 인하와 관련된 질문도 이어졌다. 특히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이 내년 금리인하를 시사한 것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이 총재는 파월 의장의 금리 시사 발언에 대해 “예상 밖이 아니었다”고 답했다.

이 총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미팅을 볼 때 제 생각은 파월 총재의 언급은 금리를 더 올리지 않더라도, 현 수준을 유지하면서 오래 가면 상당히 긴축적인 효과를 거둘 것이다는 의미가 더 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이 지금 과잉 반응을 하고 있는지 이것들을 좀 더 지켜봐야 되는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인하 논의는 본격적으로 시사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라는 조심스러운 관측을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이 금리 인상이 아니라는 점을 주목하며 앞으로 한은도 독자적인 통화정책을 추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저에게 중요한 것은 미국이 이제 더 이상 금리를 확실하게 올리는 건 아니구나라는 자리가 잡힘으로써 국제 금융시장이 많이 안정됐다”며 “그래서 어떤 면에서 한은이 통화정책을 하는 데 있어서 환율이라든지 이런 자본 이동 관계는 제약 조건 하나가 풀린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독립적으로 국내 요인을 보면서 통화정책을 할 수 있다라는 점이 물가에 미치는 효과 분석보다 메시지가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의 한국보다 근원물가 수준이 높은 상황에서 통화정책 기조에 변화를 둔 것에 대해서는 금리 구조의 차이를 배경으로 설명했다. 미국의 근원물가는 11월 기준 4.0%, 한국은 같은 기간 2.9%로 각각 집계됐다. 이 총재는 “고정금리냐 변동금리냐에 따라 굉장히 많이 차이가 있어서 그 임팩트가 다를 수 있다”면서 “두 나라의 경제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물가가 한쪽이 높으니까 더 빨리 높여야 되고, 낮춰야 되고,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이자율 구조나 유가를 어느 정도 반영했는지 이런 게 다 반영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투데이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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