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역대 최대 규모의 임원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전체 승진 임원 가운데 신규선임은 총 197명에 이른다.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도 거둔 역대 최고 실적에 비례한 조치다.
세대교체도 가속 중이다. 이번 신규선임 임원 중 38%가 40대로 구성됐다. 현대차그룹은 임원 인사를 기점으로 새로운 경영철학을 수립하고 미래모빌리티 재편 전략에 보다 힘을 주겠다는 구상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97명, 기아 38명, 현대모비스 20명 등 총 252명의 임원 승진 인사를 냈다고 20일 밝혔다. 지난해 224명보다 28명이나 늘었다. 이 중 미래 CEO 역할을 수행할 후보군인 부사장·전무 승진자는 총 48명이다. 전체 승진 임원 중 30%는 연구개발(R&D), 신사업, 제조 등 기술 관련 분야에서 발탁했다.
현대차그룹 지향점, 이번 인사에 담겨
이번 인사 키워드는 ‘경영철학’과 ‘성과’, ‘세대교체’로 구분된다.
우선 현대차그룹을 이끌어 갈 사장 자리에는 브라이언 라토프(Brian Latouf) 부사장이 내정됐다. 그는 향후 현대차·기아 차량 안전과 품질을 담당하게 된다. 이번 역할이 부여된 데는 현대차그룹이 수립한 ‘품질 최우선’ 경영철학이 반영됐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브라이언 라토프 사장은 이 분야 전문가다. 그는 2019년 현대차 북미법인에 합류하기 전까지 27년간 제너럴모터스(GM)에서 근무하며 당시 대규모 리콜 사태를 겪은 GM의 내부 안전 체계를 재편했다. 2022년부터는 현대차 글로벌 최고안전책임자를 맡으면서 엔지니어링 전문성과 고객 중심 품질철학을 구축했다.
브라이언 라토프 사장은 앞으로 현대차·기아의 차량 개발부터 생산, 판매 이후까지 모든 단계에서의 품질 관리 정책을 총괄한다. 아울러 품질 담당 조직인 GSQO(Global Safety & Quality Office)를 산하로 두는 조직 개편도 시행할 예정이다.
현대차에선 성과 중심의 인사를 실시했다. 5년 연속 무분규와 최대 생산 실적을 견인한 공로를 인정받은 현대차 국내생산담당 겸 안전보건최고책임자인 이동석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현대차는 올해 국내에서만 186만대를 생산했다. 역대 최대 국내 생산실적이다.
이 밖에 현대오토에버 대표이사에는 김윤구 부사장을 내정했다. 현대차증권 대표이사 자리에는 배형근 부사장이 올라가게 된다. 현대카드·현대커머셜 경영관리부문 대표 전병구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한다.
현대차그룹은 이번에 글로벌기업 BAT그룹 최고인사책임자(CHRO)이자 경영이사회 멤버였던 김혜인 부사장을 영입해 현대차 HR본부장에 앉힌다. 전 세계 175개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BAT에서 인사, 문화, 다양성을 총괄했던 김혜인 부사장의 합류로 현대차의 포용적 조직문화가 한층 강화될 것이란 기대다.
1974년생으로 올해 49세인 김혜인 부사장을 비롯해 현대차그룹의 이번 신규임원에는 40대가 주로 포진한다. 40대 임원 비중은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2020년 21%에서 2021년 30%로 올랐다가 지난해엔 35%까지 도달했다. 올해는 이보다 높은 38%를 기록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임원 인사는 ‘2025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 전략의 달성과 더불어 2030년을 준비하기 위한 리더십 강화를 위한 것”이라며 “그룹의 미래 사업 전환을 위해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인재에 과감한 투자 및 인사를 지속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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