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세 시장이 심상치 않습니다. 금리 인상, 매수 심리 위축 등으로 전세 수요가 높아지면서 서울 전셋값이 빠르게 오르고 있거든요.
내년은 더하답니다. 입주 물량 감소까지 맞물리면 가격이 더 가파르게 오를 거란 전망도 나옵니다. 하지만 일부 지역은 오히려 전셋값이 내리는 등 혼조세를 보이기도 해요. 과연 시장에서 우려하는 ‘전세대란’이 정말 올까요?
올해도 내년에도…’전세 살게요!’
요즘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눈에 띄게 오르고 있습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11월 서울 아파트 3.3㎡(1평)당 전세 평균가격은 2308만원으로 지난 2월(2329만원) 이후 9개월 만에 다시 평당 2300만원 선을 넘었습니다. 올 하반기 들어 전세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세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자 가격 오름세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아파트가격 동향을 보면 서울 전셋값은 52주의 하락을 마치고 올해 5월 넷째 주(기준일 22일, 0.01%)부터 30주째 상승세고요.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은 이달 15일 기준 3만6573가구로 1월1일(5만4666가구)보다 33.1% 감소한 것으로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이 집계했습니다.
대규모 전세 사기 여파로 임차 수요가 아파트 시장에 쏠린 데다, 정부가 지난 7월부터 전세보증금 반환 용도에 한해 대출 규제를 완화하면서 전셋값을 밀어올리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죠. 또 고금리 부담으로 매매 수요 일부가 전세로 전환하기도 했고요. 월세가 오름세를 지속하자 다시 월세에서 전세로 회귀하는 수요도 있답니다.
특히 내년엔 더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공급이 더 줄어 수급 불균형이 심화할 수 있거든요.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4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1만921가구로 추산됐습니다. 올해(3만2795가구)의 3분의 1 수준이자, 부동산R114가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0년 이후 역대 최저 수준입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도 내년 주택 매매가격은 2.0% 하락하는 반면 전셋값은 2.0% 오를 거란 전망을 최근 내놨고요. 일각에선 ‘전세 대란’ 수준의 급격한 변동까지 예상하기도 합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2020년 도입된 계약갱신청구권이 한 바퀴 돌았기 때문에 내년엔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일 수 있다”며 “월셋값이 많이 올라서 다시 전세로 돌아오는 수요도 있는데 매물이 없으니까 가격이 더 오르는 추세”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매매가격에 비해 전세가격이 상대적으로 덜 올라갔기 때문에 향후 상승 여력이 더 있다고 본다”며 “입주 물량 감소까지 작용하면 내년엔 전세 대란 수준으로 가격 상승폭이 심각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아직 떨어지는 곳들도…”대란까진 아냐”
다만 한편에선 ‘대란’ 수준의 급격한 전셋값 상승은 없을 거라고 전망하기도 합니다. 최근의 상승세는 지난해 서울 전셋값이 워낙 낮아졌던 데 따른 ‘기저 효과’로 해석할 볼 수도 있고요. 가을엔 이사철 효과로 일시적으로 가격이 더 오르기도 한다는 거죠.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을 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가 하반기부터 조금씩 오르고 있긴 하지만 이달 11일(11월 둘째 주) 기준 86.6으로 여전히 기준선(2021년 6월28일=100)을 한참 못 미칩니다. 가장 최근 집계 기준인 8월 서울 아파트 중위전세가격도 ㎡당 660만3000원으로 2021년 초반 수준에 불과하고요.
지역별 전셋값 추이도 다릅니다. 오히려 서울 주요 단지에서도 전세가격을 낮춰 갱신 계약을 체결하는 등 가격 혼조세를 보입니다.
국토교통부 아파트 실거래가조회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양천구 목동7단지는 지난달 22일 전용 59㎡ 5억5000만원(3층)에 전세 갱신 계약이 이뤄졌습니다. 종전 계약가(6억2000만원)보다 7000만원(11.3%) 낮춘 금액이죠.
신규 계약으로 봐도 전용 59㎡ 전세 매물이 이달 13일엔 5억원(5층)에 거래됐지만 열흘 뒤인 23일엔 4억4000만원(1층)에 손바뀜됐습니다. 층수를 감안해도 가격 하락폭이 큰 셈이죠.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3단지는 9월만 해도 전용 59㎡ 전세 매물들이 7억원 중반대에 신규 계약을 체결했지만 11월엔 거래 가격이 6억원까지 떨어졌습니다.
더군다나 시중은행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다시 올라 상단이 7%대를 넘보고 있고요. 최근 당정이 가계부채 조이기를 본격화하면서 대출 환경이 어려워지면 전셋값 상승에도 한계가 있을 거란 전망도 나옵니다.
올 초만 해도 하반기 ‘역전세난’을 우려했지만 오히려 전셋값 상승에 접어든 것처럼 내년에도 정부의 대출 등 정책에 따라 시장의 흐름이 뒤집힐 수 있다는 거죠.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서울과 경기는 내년 입주 물량이 크게 줄어들지만 인천은 검단 등에서 물량 공급이 계속 많다”며 “지역에 따라 수급이 다른데 최근 가격이 크게 오른 서울의 일부 지역들에 관심이 쏠리다 보니 ‘전세 대란’까지 우려하는 분위기”라고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하지만 역전세난 우려에 정부가 전세보증금반환대출 규제를 풀어주면서 오히려 가격이 오른 것처럼 대책에 따라 시장이 금방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며 “서울과 접근성 좋은 지역에선 전셋값이 꽤 회복되겠지만 전반적으로 대란 수준까진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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