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가상자산 가격이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우위 선점을 위한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점유율 경쟁이 치열하다. 본격적인 상승장이 나타나기 전 고객들을 모으고 거래량을 확보하기 위해 무료 수수료 등 각종 정책을 선보이면서 점유율 지각변동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게코에 따르면 19일 오후 2시10분 기준 빗썸의 하루 거래량은 9억4952만달러(약 1조241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3개월여 전인 지난 9월20일 거래량인 1억1888만달러와 비교하면 8배 상당 증가한 수치다.
국내에서 점유율 2위를 기록하고 있는 빗썸의 거래량이 증가세를 보이자 점유율 90%에 육박하는 업비트와의 격차도 줄어들고 있다. 9월20일 업비트의 하루 거래량은 17억7001만달러로 빗썸보다 15배가량 많았다. 그러나 이날에는 33억7801만달러를 기록, 빗썸보다 3.5배 정도 거래량이 많아 그 격차 크게 줄었다.
이들 거래소 간 격차가 좁혀진 것은 빗썸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앞세워 점유율 늘리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빗썸은 지난 10월 수수료 전면 무료화를 시작했다. 일부 가상자산에 대해서만 수수료를 면제해오다 이 같은 정책을 내놨다.
아울러 지난 12일에는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코인인 위믹스 재상장도 추진했다.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로 이뤄진 디지털자산거래소공동협의체(DAXA·닥사)가 중대한 유통량 위반, 미흡 또는 잘못된 정보 제공 등으로 지난해 11월 위믹스에 대해 상장폐지를 결정했고 거래지원 종료 사유가 해소됐다고 판단해 다시 재상장했다. 실제로 위믹스 상장 직후 빗썸에서 거래량이 가장 많은 코인이 위믹스가 될 정도로 시장에선 관심을 보였고 빗썸의 거래량도 증가세를 보였다.
점유율 순위 3위의 코인원과 4위 코빗 사이에선 코빗이 코인원의 거래량을 앞지르는 상황도 연출됐다. 코빗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11시34분 코빗의 하루 거래량 646억원을 기록, 코인원 거래량인 645억원을 추월했다. 코빗 측은 2019년 3월4일 이후 거래량 3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코빗은 지난 10월20일부터 거래지원을 하는 가상자산 전체에 대해 거래 수수료 무료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이 외에도 지난 8일 위믹스를 재상장하면서 총 22억원 상당의 위믹스를 지급하는 이벤트도 동시에 연 것도 코빗의 거래량 상승에 긍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거래소들이 거래량을 늘리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은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크립토 윈터로 인해 실적이 급감하고 생존 위기로까지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비트를 운영사는 두나무의 영업이익은 올해 1분기 2119억원을 웃돌았지만 2분기부터 급감했다. 빗썸코리아의 경우 2분기 34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실적 부진에 허덕이고 있음에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상장 가능성, 비트코인 반감기 도래까지 ‘트리플 호재’가 겹쳐 시장이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자 거래량을 선점해 경쟁에서 살아남고자 수수료 무료 등 마케팅을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시기 전무후무하게 유동성이 폭발했던 시기를 기대할 순 없겠지만 내년부터 코인 시장이 살아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라며 “투자자에게 좋은 환경을 미리 구축하는 게 고객을 조금 더 불러 모을 수 있게 하고 결국 실적 개선도 가능하기 때문에 여러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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