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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2023-재계] ‘반도체‧전기차 최강국’ 정부와 팀플레이…부산엑스포 유치 좌절

데일리안 조회수  

MZ세대 대기업 총수 시대 ‘성큼’

전경련, 싱크탱크형 경제단체 ‘한경협’으로 새출발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경기도 화성 기아자동차 오토랜드 화성에서 열린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에서 서명 퍼포먼스를 마친 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경기도 화성 기아자동차 오토랜드 화성에서 열린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에서 서명 퍼포먼스를 마친 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2023년은 정부와 재계가 다양한 분야에서 한 목소리로 ‘팀플레이’를 외치며 합을 맞춘 한 해였다. 반도체와 전기차 등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주력 산업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정부의 구상과, 해당 분야 기업들의 글로벌 리더십 확보 전략이 일치하면서 대규모 투자로 이어졌다. 전 국가적 차원에서 역량을 모았던 2030 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전에서도 민관이 합심해 총력을 기울였으나 고배를 마신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한화그룹과 HD현대그룹에서는 젊은 차기 총수들의 입지가 강화되며 경영 승계에 한 발짝 다가갔고, 국정농단 사태로 위상이 추락했던 전경련은 한경협으로 이름을 바꾸고 새출발을 선언했다.

◆"반도체‧전기차 최강국을 향해"…공격적 투자 나선 이재용, 정의선

올해는 주요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 계획 발표가 유독 많았다.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반도체와 배터리, 전기차 등 주력 산업에서의 리더십 확보를 위한 선제적 투자에 나선 것이다. ‘각 산업별 최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과 기업들의 미래 대응 전략도 합이 맞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3월 정부의 ‘반도체 최강국 대한민국’ 구상에 사상 최대 규모 투자로 화답했다. 한국에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사업에 20년간 300조원을 투자키로 한 것이다.

삼성은 메모리 1위를 넘어 파운드리를 중심으로 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1위로 도약하겠다는 목표 하에 이같은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메모리-파운드리-디자인하우스-팹리스-소부장 등 반도체 전 분야 밸류체인과 국내외 우수 인재를 집적한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의 핵심을 담당키로 한 것이다.

이번 투자를 통해 삼성은 기존의 기흥·화성, 평택에 이어 용인까지 연결하며 절대 강자인 메모리 분야의 초격차는 확대하고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일류화 기반을 다지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삼성은 이와 별개로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반도체 패키징, 첨단 디스플레이, 차세대 배터리 분야까지 비수도권 첨단산업거점을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해 향후 10년간 60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은 ‘2030년 글로벌 미래차 3강’을 내세운 정부의 모빌리티 산업 정책 목표에 화답, 지난 4월 국내 전기차 생산설비 및 연관산업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등 3사가 전기차 분야의 국내 생산·수출 확대 및 연관산업 강화를 위해 2030년까지 8년간 국내에만 24조원을 투자키로 한 것이다.

이를 통해 전기차 산업 고도화 등 글로벌 미래 자동차산업 혁신 허브 역할을 강화해 국내 전기차 연간 생산량을 2030년 151만대(수출 92만대)로 확대하고 글로벌 전기차 생산량을 364만대로 계획하는 등 2030년 전기차 글로벌 판매 톱3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당시 경기도 화성시 오토랜드(AutoLand) 화성 고객 맞춤형 전기차 전용 공장 기공식에서 이뤄진 투자 발표에는 윤석열 대통령도 함께해 세제 지원 확대와 투자 걸림돌 제거를 약속하는 한편, “현대차그룹이 세계 모빌리티 혁신을 주도할 수 있도록 정부도 원팀으로 뛰겠다”며 힘을 실어줬다.


◆정부-재계 한 팀으로 뛰었지만…부산엑스포 유치 좌절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는 우리 정부 뿐 아니라 재계에도 2023년의 아픈 기억으로 남게 됐다. 2022년 5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부산엑스포 유지치원 민간위원장을 맡고 재계 총수들이 민간위원회에 참여하면서 SK그룹은 물론, 삼성, 현대차, LG 등 주요 기업들이 엑스포 유치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6월 21일 파리 인근 이시레물리노 팔레 데 스포 로베로 샤팡티에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30 부산세계박람회 공식 리셉션에서 'BUSAN IS READY'문구와 파도가 그려진 열쇠고리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 회장 겸 부산엑스포 민간유치위원장의 목발에 달아주며 환하게 웃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6월 21일 파리 인근 이시레물리노 팔레 데 스포 로베로 샤팡티에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30 부산세계박람회 공식 리셉션에서 ‘BUSAN IS READY’문구와 파도가 그려진 열쇠고리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 회장 겸 부산엑스포 민간유치위원장의 목발에 달아주며 환하게 웃고 있다. ⓒ대통령실

우리가 본격적으로 참전했을 때는 막강한 오일머니를 앞세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가 일찌감치 우세를 확정지은 때였지만, 기업인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 최태원 회장을 비롯,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각 그룹 계열사 전문경영인들은 전 세계를 누비며 표심 잡기에 나섰다.

기업 차원에서도 해외 전시회 등에서 부산엑스포 홍보 문구와 전시물 등을 통해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기업 광고나 제품 광고에도 부산엑스포 로고를 넣어 부산 알리기에 일조했다. 우리 기업들이 만들어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공개한 부산엑스포 홍보 영상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다.

엑스포 개최지 선정일(11월 28일)을 앞두고는 제173차 BIE(국제박람회기구) 총회가 열리는 프랑스 파리 곳곳을 우리 기업들이 부산엑스포를 홍보하는 광고판과 래핑버스, 아트카 등으로 뒤덮었다.

결과적으로 부산은 리야드에 큰 표 차이로 패배했지만, 재계는 그동안의 노력이 세계에 대한민국을 널리 알리는 계기이자 신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교두보가 됐다는 점에서 헛된 노력은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한화 김동관-HD현대 정기선, 경영승계 '성큼'

‘MZ세대’에 해당하는 80년대생 대기업 총수가 등장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83년생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82년생인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의 그룹 내 역할과 위상이 커지며 경영승계에 한 발짝 더 다가섰기 때문이다.

김동관 한화 부회장(왼쪽)과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각사 김동관 한화 부회장(왼쪽)과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각사

김동관 부회장은 이미 지난해 한화그룹 지주사인 (주)한화를 비롯, 핵심 계열사인 한화솔루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이사를 맡으며 태양광, 석유화학, 방산, 항공우주 등 주력 사업부문을 장악한 데 이어, 올해 거대 조선기업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주도하며 그룹의 주력 사업부문을 실질적으로 통제하게 됐다.

올해 들어 부친인 김승연 회장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으면서 김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는 모습이다. 대통령 해외 국빈방문 수행이나 국내 재계 총수들과의 회동 등 한화그룹의 ‘얼굴’ 역할도 사실상 김 부회장이 도맡아 하고 있다.

HD현대그룹의 오너 3세 정기선 부회장도 지난달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그룹 내 입지가 한층 강화됐다. 정 부회장은 그동안 지주사인 HD현대를 이끌며 그룹의 주력인 조선사업 외에도 정유, 건설기계, 전력기기 등 여러 사업분야의 경쟁력을 높이고 수소, AI 등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서도 좋은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초 CES 2023에서 그룹을 대표해 미래 전략을 제시한 그는 새해 CES 2024에서는 기조연설까지 맡게 됐다. 이 외에도 계열사들의 중요 계약 체결이나 해외 기업인과의 네트워킹에서도 그룹의 수장인 권오갑 회장을 대신해 ‘얼굴’ 역할을 담당해 왔다.

이같은 정 부회장의 위상 변화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정계 진출 이후 30년 넘게 전문경영인 체제를 이어온 HD현대그룹이 오너경영제체로 전환할 날이 머지않았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게 재계 시각이다.

◆55년 역사 전경련, 풍파 넘어 '한경협'으로 리턴

1961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출범해 1968년 규모를 크게 늘리며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으로 이름을 바꾼 뒤 반세기 넘게 국내 최대 경제단체로 군림해 온 전경련이 올해 다시 한경협으로 이름을 되돌리고 재출범을 선언했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이 8월 22일 임시총회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한경협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이 8월 22일 임시총회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한경협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정경유착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던 전경련은 4대그룹 등 유력 회원사들의 탈퇴와 함께 급격히 쇠락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들어선 문재인 정부 임기 내내 전경련은 각종 대내외 행사에서 ‘패싱’을 당하며 유명무실한 단체로 전락했다.

‘전경련’ 체제 하의 마지막 리더였던 허창수 GS 명예회장이 퇴임하면서 영입된 김병준 회장 대행은 정치권력과 결탁한 과거 관행 근절을 위한 각종 개혁정책과 함께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의 변신을 선언했고, 지난 8월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과 통합하며 단체명도 한경협으로 변경했다.

한국경제연구원 회원사로 남아있던 4대그룹 계열사들이 한경협 회원사로 전환되며 자연스럽게 4대그룹이 복귀하는 모양새도 갖춰졌다.

한경협 회장을 맡은 류진 풍산그룹 회장은 어두운 과거와 결별하고 대한민국을 G7 대열에 올려놓을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경협은 올해 들어 대통령 해외순방시 현지 기업들과의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을 주관하는 등 점차 위상을 회복하고 있으며, 정부 경제정책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며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서의 면모도 보여주고 있다.

데일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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