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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수도권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지에서 시공사를 찾지 못해 사업 추진이 중단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시공사 선정에 난항을 겪으면서 리모델링 조합이 해산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원자재가격 상승과 수익성 악화 등의 영향으로 건설사들이 까다롭게 선별 수주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 리모델링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리모델링 사업이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 분위기다.
1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강변현대아파트는 최근 리모델링 조합 해산 절차에 돌입했다. 지난해 5월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진행을 했지만, 18개월이 지나도록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가 한 곳도 없어 사실상 사업을 접기로 한 것이다. 조합은 리모델링 대신에 가로주택정비사업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 군포 산본8단지 설악아파트도 리모델링 사업이 답보상태도 놓였다. 이 단지는 지난해 7월 쌍용건설·SK에코플랜트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후 쌍용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포기하면서 시공사 입찰이 무산됐다. 설악아파트 리모델링 조합 관계자는 “시공자 선정을 위해 두 차례 현장설명회를 가졌지만 건설사 참여 부족으로 유찰되는 사태를 맞았다”며 “건설사들이 리모델링 사업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리모델링 단지들이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침체한 시장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기에 들어선 데다 원자재 가격 및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가 급증했고,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건설사들이 선별 수주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재건축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규모이거나 수익성이 떨어지는 리모델링의 경우 갈수록 사업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서울시가 최근 리모델링 관련 규제를 강화한 것도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시가 지난 10월 고시한 ‘2030 서울시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본계획’에 따르면 1차 안전진단으로 추진이 가능한 수평증축도 앞으로 수직증축처럼 2차 안전진단을 받아야 한다. 또 리모델링 증축으로 발생하는 시야 가림과 통행 불편을 방지하기 위한 기반시설을 정비하고 시설을 개방하는 등 공공성도 강화해야 한다.
시는 또 재건축·재개발처럼 리모델링에도 공공기여 등 공공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규정했다. 서울시리모델링주택조합협의회 관계자는 “서울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 대부분이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 리모델링 추진 단지 중 상당수가 연내 조합 해산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총회를 앞두고 있다. 허훈 서울시의원 등에 따르면 서울 내 공동주택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 76곳 중 23곳이 연내 의무적으로 조합 해산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총회를 개최해야 한다. 2020년 개정된 주택법상 조합 설립 후 3년 이내 사업계획승인을 받지 못하면 총회를 열고 조합 해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리모델링 추진 동력이 약해진 만큼 재건축으로 선회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질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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