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중국 가계 자산 70% 차지
중국 집값 5% 하락 시 3500조원 자산 증발
“다른 재테크로 주택 손실 만회 어려워”
부자들도 소극적으로 변해
중국 부동산시장 붕괴로 중산층이 큰 타격을 받을 위기에 놓였다. 현재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주택 부문은 약 20%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비중이 2026년 16%까지 줄어들면서 도시 노동력의 약 1%에 해당하는 약 500만 명이 일자리를 잃거나 소득이 감소하는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부동산 중개업체와 민간 데이터업체에 따르면 대도시 주요 지역 집값은 2021년 고점 대비 15%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국 정부 공식 통계에서 나타난 6% 하락과 대비되는 수치다.
부동산은 중국 가계 자산의 70%를 차지한다. 부동산 위기는 자연히 가계 자산의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중국 주택 가격이 5% 하락할 때마다 19조 위안(약 3500조 원)의 자산이 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주식 등 다른 재테크가 자산 감소를 막아줄 가능성도 희박하다. 주가 부진으로 MSCI중국지수는 올 들어 지금까지 약 13% 하락했다. 이는 MSCI중국제외신흥시장지수가 두 자릿수의 상승률을 기록한 것과 대조된다. 중국 뮤추얼펀드는 자금 유출 가속화로 3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경기침체 불안에 예금 금리도 1년 새 세 차례나 내렸다.
스위스 최대 투자은행인 UBS가 8월 발표한 ‘2023 글로벌 웰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성인 1인당 순자산은 전년 대비 2.2% 감소한 7만5731달러(약 9823만 원)로 집계됐다. 부동산 위기로 실물자산이 축소하면서 1인당 순자산이 2000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올해는 비구이위안 등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채무불이행(디폴트)이 잇따르면서 시장 불황이 심화해 가계자산 축소가 더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한 중국 미디어 업계 종사자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저장성 닝보시에서 보유하고 있던 주택 가치가 2019년 최고점 대비 약 100만 위안 하락하는 것을 지켜봤다”며 “가격이 더 내려가기 전인 5월에 매각한 것을 행운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제 전반이 흔들리자 부자들마저 소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중국공상은행과 베인앤드컴퍼니 조사에서 올해 주요 목표로 ‘자산 보호’를 꼽은 비중이 크게 늘었다. 반면 ‘부의 창출’을 언급한 수는 줄었다.
베이징의 한 대형 IT 업체 직원은 “2020년 말 약 500만 위안에 달했던 주식 보유액을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며 “최근 2년 동안 분석이 덜 필요한 머니마켓펀드(MMF)와 채권 상품으로 자금을 옮겼다”고 전했다. 이어 “수입원을 유지하기 위해 업무에 집중해야 해서 신뢰할 수 있는 다른 투자처를 알아볼 여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에릭 주 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몇 년 동안 더 많은 자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큰 강세장이 없는 한 금융 투자 이익이 주택 부문의 손실을 상쇄할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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