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갈륨과 게르마늄, 흑연에 대한 수출통제를 발표한 중국이 이번엔 한국으로 들어오는 요소 수출을 막으며 또다시 비상등이 켜졌습니다. 2년 전 ‘요소수 대란’을 겪었지만, 아직 수입선 다변화를 이루지 못한 탓입니다.
현재 한국의 대중국 요소 의존도는 90%에 달합니다. 요소뿐만이 아닙니다. 주요 산업인 배터리·반도체의 원자재 가운데 중국 의존도가 최대 98%에 이르는 품목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중국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필수”라고 입을 모읍니다. 향후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됨에 따라 중국이 한국을 대상으로 ‘길들이기식’ 경제보복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배터리도 ‘중국발 대란’ 가능성
이달 초 중국 통관이 한국행 요소 수출을 돌연 막아서자 국내 시장엔 불안감이 퍼졌습니다. 정부가 3개월 정도 분량의 요소를 공공용으로 비축했다고 밝혔으나 오히려 사재기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2년 전 요소수 사태를 겪은 후 수입 다변화 노력 및 공공용 비축으로 중국 의존도가 낮아지는 듯 했지만 올 들어 다시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당시 97%였던 대중 의존도는 지난해 70%대로 낮아졌다가 올해 다시 91%까지 되돌림했습니다.
우려되는 것은 국내 전 산업 원자재의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수입품목 4458개 중 수입액 100만달러 이상이면서 특정국 수입 의존도가 50% 이상인 품목은 1719개였는데, 이중 930개가 중국 의존 품목이었습니다.
특히 미래 핵심산업으로 꼽히는 배터리 원자재·소재의 중국 의존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배터리 관련 품목 36개 중 24개 최대 의존국이 중국이었고, 이중 14개 품목은 중국 수입 비중이 70% 이상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는 곧 배터리 산업도 중국 수출 정책에 따라 브레이크가 걸릴 수 있는 상황인 겁니다.
앞서 지난 8월부터 중국은 갈륨과 게르마늄, 흑연 등 주요 광물에 대한 수출통제로 압박을 이어오고 있는데요. 한국 친미정책에 대한 압박 기조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2021년 말 기준 미국과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각각 23조달러, 18조달러로 지난해 중국이 미국 GDP의 80% 가까이 따라붙으면서 미국의 대중 견제가 본격 시작됐다”며 “중국은 미국과 같은 진영에 있는 한국에게 자신들의 존재감을 보이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미중정책연구소 소장)는 “윤석열 정부의 친미 정책에 대한 압박이 시작된 것”이라며 “대통령실에서 기존의 어떤 정책 노선을 변경할 생각이 없다면 중국의 압박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습니다.
“같은 일 반복 심각, 보복식 경제압박 대비해야”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도 “최근 일련의 중국 조치는 제2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과 같은 것”이라며 “‘시진핑 리스크’ 때문에 중국 시장은 향후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일종의 ‘보복성 조치’라는 것을 감안하면 대안 마련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공급망 다변화와 국산 자립화 등 전문가들이 제안한 방안에는 적어도 수개월에서 최대 5년 이상이 소요됩니다.
정부도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3일 ‘산업 공급망 3050 전략’을 발표했는데요. 반도체·배터리·자동차·조선 등에 사용되는 185개 핵심 품목의 특정국 수입 의존도를 2030년까지 50%로 낮추는 것이 목표입니다.
185개 품목 가운데 핵심산업에 필수적이고 수급 불확실성이 큰 8대 분야는 ‘공급망 선도 프로젝트’로 정해 별도 관리하기로 했습니다. 음·양극재와 반도체 소재·희소가스, 희토영구자석, 요소, 마그네슘, 몰리브덴 등이 대상입니다.
산업부가 이런 대책을 내놓은 건 일부 품목의 경우 특정국 의존도가 절대적이기 때문인데요. 올 1~10월까지 삼원계 배터리 양극재 원료인 전구체의 중국 의존도는 97%에 달합니다. 차량용 요소는 90.3%, 반도체 소재 중 무수불산은 96.1%, 희토영구자석은 86.4%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산업부는 △자립화 △다변화 △자원확보 등 크게 세 가지 방안을 추진키로 했습니다. 우선 국내 생산이 어려웠던 품목의 자립화를 위해 금융지원뿐 아니라 필요하면 보조금 등 직접 지원까지 검토한다는 계획입니다.
또 수입처 다변화를 위해 해외 인수합병과 P턴(특정국 생산거점을 제3국으로 이전)을 지원할 방침입니다. 금융(세금)·법무·물류지원 등이 동반됩니다. 아울러 자원확보를 위해선 핵심광물 20종 35개 품목의 비축물량을 2배로 확대해 100일분으로 늘리고 대체재를 개발할 예정입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책의 연속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겁니다.
김필수 교수는 “2년 전과 똑같은 상황이 되풀이됐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심각한 것”이라며 “이번 정권 내 해결되지 못하면 다음 정권에서라도 이 문제를 해결해야 치명적 손상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