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2일 예비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제22대 총선을 향한 경쟁이 본격화된 가운데, ‘중진 등판론’이 전북 정치권을 벌써부터 달아오르게 하고 있다.
고착화되는 전북 차별과 소외, 왜소해지는 정치력 복원을 위해서는 다선 의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중진 등판론’의 핵심인데, 후배 정치인을 키우고 신인을 발굴·육성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14일 전북 정치권에 따르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중량급 정치인이 국회에 입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주로 정동영·유성엽·이춘석·이강래 전 의원이 거론되는데, 3선 이상의 경력을 자랑하면서도 제21대 총선에서 낙선한 정치인이다.
‘중진 등판론’이 나온 데에는 현역 의원들이 정부·여당의 전북 차별과 각종 지역현안의 해결에 존재감이 없기 때문이라는 불만이 깔려 있다.
실제 전북은 올 8월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파행’, 이에 따른 새만금 SOC 예산의 대거 삭감, 내년 총선에서의 선거구 축소 우려 등 잇딴 악재로 휘청거리는 형국이다.
그럼에도 총 10명의 국회의원은 정부는 물론, 소속 당 내에서도 목소리를 내기는커녕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안팎에서 일고 있다.
실제 최석규 전북대 교수 등 학계와 시민사회 인사들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을 갖고, “새만금 예산 삭감에도 전북 정치권은 존재감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진 등판론의 당사자인 이들도 이같은 여론에 힘을 실으며 출마에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3선의 유성엽 전 의원은 지난 6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현재 전북 정치권은 무기력하다”며 “일사불란하게 조정할 수 있는 전북 의원이 없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이날 간담회가 곧 출마선언이라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정동영 전 의원도 현 10석에서 9석으로 줄어드는 국회의원선거구 획정안 발표 직후 “전북이 동네북이냐”고 비판한 뒤, “전주시민들이 원하면 출마하겠다”고 말했다.
이춘석 전 의원과 이강래 전 의원은 이달 12일 익산갑, 남원·임실·순창 선거구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이에 반해 현역 의원과 총선 준비에 나선 입지자들은 ‘중진 등판론’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지난 총선 때 도민들로부터 평가를 받은 만큼, 이제는 ‘정치 원로’로서 후배 정치인의 정치 역량을 키워주고, 신인을 발굴·육성에 힘쓰는 것이 책임있는 자세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성주 의원(전주병)은 이달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중진 부재론’이 거론되고 있는 것에 대해 “착시 효과”라고 명백히 선을 그었다.
김 의원은 “(거론되는 정치인은)민주당을 버리고 안철수 당을 따라간 거 아니냐”며 “열심히 싸우는 후배 정치인들의 등에 총을 쏘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윤준병 의원(정읍·고창)도 자신의 페이스북를 통해 “중진·올드보이의 컴백 시도, 정치 혁신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출마예정자는 “그분들이 3선, 4선을 하는 동안 전북이 달라진 게 무엇이 있는 지 묻고 싶다”며 “자신들의 지난 과오를 반성은 하지 않고, 또다시 정치적 생명을 연장하려는 것은 ‘노욕’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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