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이 꾸준히 오르며 서울 지역에서는 전세 갱신계약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전셋값 하락으로 인한 역전세 우려가 있었으나 오히려 전세 대란 우려가 나올 만큼 전셋값이 오르자 갱신을 선택하는 세입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1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지역 아파트 전세 계약건은 9988건으로 그 중 갱신 계약은 31.4%(3136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해당 비중은 8월 25.3%(1만2816건 중 3240건), 9월 24.8%(1만2087건 중 3618건)으로 20% 중반대에 머물렀으나 10월에 29.2%(1만2370건 중 3618건)로 오르더니 11월에 30%를 돌파한 것이다.
12월 기준으로는 이날까지 30.5%(3936건 중 1200건)의 비중을 보이면서 30%대의 비중 흐름이 유지되고 있다.
전세 갱신 계약 비중이 높아진 것은 아파트 전세 수요가 늘고 이에 따라 전셋값이 상승하자 기존 세입자들이 새로운 전셋집을 찾느니 기존 전셋집에 계속 사는 것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KB부동산 월간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11월 서울 아파트 3.3㎡당 전셋값은 2308만 5000원으로 지난 2월 이후 처음 2300만원을 돌파했다. 올해 1월 3.3㎡당 2398만원 수준이던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이후 하락세를 지속해 지난 7월 2245만원까지 내렸으나, 8월부터는 상승하기 시작했다.
전세 수요가 늘어난 이유는 복합적이다. 지난해 말 빌라 전세사기 여파 아파트 전세를 선호하는 움직임이 커졌으며 전세 대출금리 또한 줄었다. 또 정부가 7월부터 전세보증금반환을 위한 특례대출을 시행하며 임대인들의 유동성이 개선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집값이 또다시 오르자 피로감을 느낀 국민들이 아파트 매매 대신 전세를 유지하며 관망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요인으로 꼽힌다.
서울 광진구에서 전세로 거주하는 30대 김 모 씨는 “주변 아파트 전셋값이 오르고 집값은 떨어지는 상황이라 전세 계약 갱신을 했다”라며 “갱신은 했지만, 추후 좋은 매매 기회가 있으면 이사할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역대 최저 수준인 상황에서 전세 대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4년 예정된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23년 대비 3만3520가구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줄어든 물량의 대부분이 서울(2만1853가구 감소), 인천(1만7551가구 감소)에 집중돼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수도권에서의 신축 아파트 입주 물량 감소가 2024년 전월세 임대차 시장 움직임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며 “2023년 하반기 상승 반전한 전셋값의 추세를 강화하는 중요 이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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