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가 대신 돌려준 전세금 3조원 넘어서…5년새 54배 폭증
(세종=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서울 은평구 빌라에 사는 황모(34) 씨의 임대인은 유명 맛집 사장이다.
집주인은 분양가가 2억7천만원인 빌라를 매입해 2억6천만원에 전세를 놓았다. 자기 돈 1천만원만 들여 집을 산 것이다.
만기가 다가온 상황에서 전셋값이 하락하고, 보증보험 갱신 요건을 맞추기 위해 보증금을 7천만원 낮춰줘야 하는 상황이 되자 집주인은 “준비가 안 됐다”, “알아보고 있다”는 말을 반복하다 결국 “보증보험으로 전세금을 받아 가라”고 했다.
고통은 이사 갈 월셋집을 이미 구해둔 상황에서 HUG에 보증금 반환을 신청하고, 보증금이 나올 때까지 전세대출 이자를 막아야 하는 황씨 몫이었다.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대신 갚아줘야 하는 전세금 보증사고액이 올해 4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해 보증사고액의 3배를 넘어선다.
17일 HUG에 따르면 올해 1∼11월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사고액은 3조9천657억원, 사고 건수는 1만7천700건이다.
이는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HUG에 대신 돌려달라고 청구한 액수다.
지금 같은 추세대로라면 올 한 해 사고액이 4조원을 넘어서며 작년 연간 사고액(1조1천726억원)의 4배 가까이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HUG가 예상한 올해 보증사고액 3조8천억원을 훌쩍 넘어서는 규모다.
전세금 반환 요청을 받은 HUG가 올해 1∼11월 세입자에게 내어준 돈(대위변제액)은 3조1천227억원이다.
HUG 대위변제액은 2018년 583억원이었으나, 2019년 2천837억원, 2020년 4천415억원, 2021년 5천41억원, 지난해 9천241억원으로 급격히 늘었다. 대위변제액이 5년 새 54배로 폭증한 것이다.
공기업인 HUG가 대위변제한 뒤 집주인으로부터 회수하지 못한 전세보증금은 HUG가 전세 보증보험이 아닌 다른 보증 사업에서 본 이익으로 메꾼다.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결국 국민 세금이 무책임한 갭투자를 한 집주인과 전세사기꾼 뱃속으로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HUG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전세 보증사고액이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chopark@yna.co.kr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