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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시행 2년 눈앞 중처법…법 제정 전·후 차이는 ‘경영자책임’

아주경제 조회수  

[아주로앤피]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월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은 내년 1월 27일부터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정부·여당이 적용 2년 유예 입법을 시도 중이지만 과반 이상 의석을 보유한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과 노동계가 유예를 반대하고 있어 대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처법은 노동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는 물론 원청의 경영책임자까지 처벌하도록 하는 법이다. 중처법 시행 이전에는 공장 등에서 하청업체 근로자가 다치는 사고가 발생할 경우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돼 원청의 대표이사는 처벌할 수 없었다. 산안법에는 원청 대표이사 처벌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처법 시행 이후에는 원청 대표가 유죄를 선고받는 사례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종전과 달리 법 시행 이후 대표이사의 책임 유무가 형사재판에서 가장 주된 쟁점이 되고 있다.
 

LGD 공장 근로자 사망…대표이사 처벌 못한 이유는?

2021년 1월 경기 파주시 월롱면 LG디스플레이 P8공장에서 유해 화학물질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수산화테트라메틸암모늄(TMAH) 배관 차단 작업을 하던 중 발생했다. CF팀 파트 선임 등은 차단대상 배관을 누락시키고 작업을 진행했는데 서류에는 TMAH 배관들이 정상적으로 차단된 것처럼 기재했다. 

TMAH 배관 차단이 일부 누락된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K사 근로자는 결국 TMAH 배관에서 약액이 분출되면서 급성 독성 노출로 사망했다. 인근에서 작업을 하던 근로자들도 약액 분출을 막으려다 독성 물질에 노출돼 상해를 입거나 병원 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6단독(윤상일 판사)은 산업안전보건법·화학물질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LG디스플레이와 안전보건 책임자들에게 지난 1월 유죄를 선고했다. 책임자들은 각각 벌금형 또는 금고형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현장 안전관리 책임자는 작업 전 안전점검을 철저히 수행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마치 안전점검이 정상적으로 이뤄진 것처럼 안전점검표에 ‘양호’라고 기재다”며 “사고 직후 현장에서 TMAH가 누출된 사실을 인지했으면 사고 현장에서 즉시 작업자들을 대피시켜야 함에도 작업자들에게 직접 누출을 막도록 지시하는 등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LG디스플레이 공장 유해물질 노출 사건은 중처법이 국회를 통과한 지 5일 만에 발생했다. 하지만 법 시행일이 공포 1년 뒤인 2022년 1월이었기 때문에 당시 중처법 위반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고 LG디스플레이 경영자는 책임을 피해갔다. 우리나라가 행위시와 재판시 사이에 형법 법규의 변경이 있는 경우 행위시의 형법 법규를 적용해야 한다는 ‘행위시법주의’를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중처법 시행 후 대표이사 잇따라 유죄…’실형’도 나와

 


그러나 중처법 시행 이후 판결 양상은 달라졌다. 기소된 원청의 대표이사들이 대부분 유죄를 선고받았다. 사업장에서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아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사업주를 처벌할 수 있도록 법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중처법 1호 선고’로 주목을 받았던 사건에서 대표이사에게 처음으로 유죄를 선고한 사례가 나왔다. 지난 4월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요양병원 증축 공사 현장에서 벌어진 하청업체 근로자 추락사고와 관련해 기소된 온유파트너스 대표에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서울 내 사업장 중처법 위반 1호 기소로 이목을 끌었던 사건에서도 지난달 21일 서울중앙지법은 중대재해처벌법상 산업재해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주식회사 제효 대표이사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중처법 시행 이후 실형이 선고된 사례도 있다. 창원지법 마산지원은 지난 4월 한국제강 대표이사에게 징역 1년 실형을 선고했다. 그는 지난해 3월 경남 함안의 한국제강 공장에서 작업 중이던 하청업체 근로자가 1.2t 무게의 방열판에 다리가 깔려 숨진 것과 관련해 안전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한국제강 대표이사는 항소했지만 지난 8월 항소심에서도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상고를 포기했다.

중처법은 원청의 ‘경영책임자’가 중대재해 예방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는 점에서 산안법과 큰 차이가 있다. 산안법에는 안전보건에 대해 명시적으로 대표이사에게 책임을 물리는 규정이 없다. 율촌 노동조사센터장을 맡고 있는 조상욱 변호사는 “중처법 시행 이전에는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책임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법규가 없어 재판 등에서 대표이사의 책임 유무가 쟁점이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처법 시행 이후) 대표이사 등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관리책임을 다 했느냐가 쟁점이 되고 있다”며 “안전보건 관리책임을 다 하지 않았다고 하면, 다 하지 못했더라도 그것과 중대재해가 발생한 것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따지게 된다. 법리적으로는 이 두 가지가 재판에서 주요 쟁점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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