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건설 경기 침체 악영향
자금줄 찾다 빚내는 기업들
고금리發 부실 리스크 우려
국내 5대 은행에서 부동산 관련 기업에 내준 대출에서 발생한 연체가 한 해 동안에만 두 배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자금 조달을 위해 은행 창구를 두드리는 기업이 많아지는 가운데, 부동산 건설 경기가 부진하면서 관련 업체의 부실 위험은 더 커지는 모습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이 부동산 업체에 내준 대출에서 발생한 연체액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33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5.2% 증가했다.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이 같은 기간 367.5% 늘어난 1011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하나은행이 938억원으로 115.6%, 신한은행이 588억원으로 363.0% 불어났다. 국민은행은 112.4% 증가한 463억원, 농협은행은 39.9% 늘어난 386억원을 기록했다.
부실 대출 잔액도 같은 기간 2배 넘게 늘어났다. 이들 은행의 부동산 업체 관련 대출에서 발생한 고정이하여신(NPL) 잔액은 3분기 말 기준 419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배(103.1%) 넘게 증가했다. NPL은 금융사가 내준 대출에서 연체기간이 3개월이 넘은 부실채권을 의미하는데 이런 부실 대출이 연체액 보다 900억원 더 많다는 의미다.
우리은행의 NPL잔액이 986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 ▲하나은행(983억원) ▲신한은행(890억원) ▲국민은행(859억원) ▲농협은행(479억원) 순이었다. 농협은행을 제외하고는 이들 모두 전년 동기 2~3배 불어난 수치다.
은행권에서 부동산업 관련 부실 대출이 늘어난 것은 관련 업계가 그만큼 상황이 나쁘다는 의미다. 부동산 관련업은 임대업,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중개업, 관리업 등이 포함된다.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건설업은 물론 상가 등 임대 시장과 중개업자들의 사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원리금 상환에도 어려움을 겪은 것이다.
문제는 이 와중에 부동산 업체들을 중심으로 기업대출이 불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고금리 환경이 지속되는 가운데, 빚을 내서라도 사업을 유지하고 있는 업계들이 많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 기업대출은 지난달 말 기준 1253조7000억원으로 7조3000억원 늘었다. 대기업대출은 1조5000억원 느는데 그쳤지만 나머지 5조8000억원은 중소법인에서 증가했다. 최근 회사채 금리가 오르며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은행 대출을 찾은 영향이다.
특히 부동산 관련 업종이 기업대출 창구를 많이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14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업종별 대출금 비중에서 부동산업의 대출 집중도는 3분기 말 기준 3.3으로 ▲숙박음식업(1.6) ▲도소매업(1.8) ▲제조업(0.9) ▲건설업(0.9)을 크게 웃돌았다. 대출집중도는 업종별 대출금 비중을 해당 명목 국내총생산 비중으로 나눈 값으로, 부동산업의 대출 집중도만 2014년 이후 가파르게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지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기업부채 리스크와 여신 건전성 추정’ 보고서에서 부실기업 부채가 기업 부문 총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8년 5.3%에서 지난해 7.8%로 커졌다며, 업종별로 부동산업·운수업·건설업 부실이 특히 크다고 했다.
부동산업 관련 대출이 기업대출과 민간부채 부실의 약한 고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비은행권을 합쳐 금융권의 눈에 보이지 않는 부동산PF 부실 리스크까지 합치면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다는 걱정이다.
은행권 부동산PF 사업장은 상대적으로 대형 건설사가 참여해 안정성이 높지만, 2금융권이 참여한 사업장에서 리스크가 발생할 시 전체 금융권으로 확산할 수 있어 은행권 부동산업 대출 상황도 안심할 수 없는 형국이다.
한은은 보고서를 통해 “기어대출은 부동산 경기 부진에 따른 건설 및 부동산업 연체의 꾸준한 발생으로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계와 기업대출 규모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고금리 환경과 맞물려 연체율 상승 등을 통해 향후 금융안정을 저해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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