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미 연준은 어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5.25∼5.50%인 현행 기준금리를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9, 11월에 이어 세 번째 연속 동결이다. 지구촌 투자시장이 들썩거린다.
뉴욕 증시는 대체로 피벗(정책 전환) 신호로 받아들였다. 연준이 내년에 세 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볼빈자산운용의 지나 볼빈 사장은 “연준이 시장에 이른 휴일 선물을 줬다”면서 “산타 랠리가 계속될 수도 있다”고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공격적인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났다는 가장 분명한 신호를 보냈다”고 평가했다.
미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진전이 있고, 경제 활동이 둔화했고, 실업률이 악화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를 제시했다. ‘비둘기’ 색채가 짙은 게 사실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부연 설명도 마찬가지다. 그는 “이번 긴축 사이클에서 기준금리가 고점에 도달했거나 그 부근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난해 3월부터 긴축의 수레바퀴가 구르기 시작한 이래 이 정도의 유화적 언급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연준이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을 토대로 매에서 비둘기로 변신한 것이라면, 백번 환영해도 모자랄 일이다. 고금리는 인플레이션을 잡는 처방이지만 약이 너무 써서 탈이다. 취약한 서민 가계만이 아니라 국가 경제에 부담을 주는 것이다. 지구촌의 모든 정부는 고금리 필요성을 익히 알면서도 저금리 유도를 위해 안간힘을 쓴다. 우리 당국도 울며 겨자 먹기로 미 연준을 따라 기준금리 3.50% 선까지 올리다 이유 같지 않은 이유를 대며 급제동을 걸고 지금껏 버티며 피벗 신호를 기다려 왔다. 미국에서 날아온 소식이 여간 반갑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과잉 반응은 금물이다. 인플레이션이 퇴치됐는지 불투명하다는 점부터 변수다. 월가 투자은행 캔터 피츠제럴드의 하워드 러트닉 회장은 앞서 CNBC와 인터뷰에서 “연준은 절대로 금리인하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면서 “금리인하 없이 경제가 더 버티지 못하는 수준까지 가야 실질적인 금리인하 조치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의 관점이 연준 발표 후 얼마나 바뀌었을지 의문이다. 국내 전문가들도 유사한 경고음을 내고 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다간 탈이 나도 단단히 난다는 교훈을 거듭 되새길 국면이다.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한 한국은 외려 경계수위를 높일 필요도 있다. 시간을 번 것으로 알고 가계부채를 줄여야 하는 것이다. 정책 혼선은 곤란하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포퓰리즘 선풍 속에 물가를 자극할 돈 풀기 경쟁이 대대적으로 펼쳐질 수 있다는 점도 걱정이다. 미 연준 동결이 우리 긴축 기조를 바꿔도 좋다는 신호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할 일이다. 미 연준의 이번 결정으로 한국(3.50%)과의 기준금리 차이는 2.00%포인트로 유지됐다는 점도 돌아봐야 한다. 어이없게도 우리 기준금리가 낮다. 설혹 미 연준의 금리 인하가 일찍 실행된다 해도 한국이 득을 보려면 한참 기다려야 한다. 갈 길은 아직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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