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이 냉각되면서 경매물건이 쌓이고 있다. 아파트는 물론이고 30억 원이 넘는 고가의 물건도 크게 늘어나는 상황이다. 낙찰률과 낙찰가율은 낮아지고 평균 응찰자는 줄고 있다. 금리 인상에 따른 자금부담을 견디지 못해 시장에 쏟아지는 물건이 많아졌지만,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낮아 관망세가 짙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4일 경·공매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의 아파트 진행 건수는 2829건으로 전월보다 7.6% 증가했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48.6% 늘어난 수치다. 올해 1~2월 1600~1700건 수준이던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3월 2450건으로 증가했고 9월까지 2000건 초반 안팎에서 움직이다 10월 2629건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달 낙찰가율은 80.8%로 전월보다 3.3%p 떨어지면서 7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같은 기간 낙찰률도 39.8%에서 37.8%로 낮아졌다. 평균 응찰자는 6명으로 0.3명 줄었다.
고금리로 인한 이자 부담이 가중하는 가운데 부동산 가격의 흐름이 약해지면서 경매시장의 지표도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동향 기준으로 전국의 아파트값은 10월 넷째 주부터 오름폭을 줄이기 시작해 11월 넷째 주 하락 전환했다.
서울은 이달 들어 내림세로 돌아섰고 낙폭을 키우고 있다. 이날 발표된 12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은 -0.03%다. 강남 3구를 포함한 대부분 지역에서 약세가 나타났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경매 참여자들은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물건을 사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의 흐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아파트값 상승세가 약해지고 약세로 돌아선 게 낙찰가율과 응찰자 수를 줄인 데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경매물건 증가에 관해서는 금리가 높아지면서 대출 원리금 상황이 힘들어진 경우가 많아졌고 특히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등이 채권자로 있는 물건이 늘어난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파트뿐 아니라, 업무·상업시설, 토지, 공업시설 등을 모두 포함한 경매 지표 추이도 마찬가지 흐름이다.
작년 12월 9479건이던 경매 진행 건수는 올해 들어 증가세를 보이면서 3월 1만1743건으로 1만건을 넘겼고 8월 1만3000까지 확대됐다. 9월 1만1286건으로 줄었다가 10월 1만4636건으로 크게 증가했고 지난달 1만5991건으로 재차 늘었다.
낙찰가율은 4월 75.4%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이후에는 줄곧 7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낙찰률은 올해 1~8월 대체로 26~28% 안팎이었는데 9월부터 3개월 연속 하락하며 지난달 23.5%까지 떨어졌다. 4명 정도였던 평균 응찰자는 10월과 11월 각각 3.5명, 3.4명이 됐다.
감정가 30억 원 이상 물건의 경매도 크게 늘었다. 올해 서울에서 진행된 30억 원 이상 경매 진행 건수는 작년보다 40% 가까이 증가한 261건이다. 경기둔화로 공실률이 높아지는 등 수익률이 낮아지면서 경매까지 나온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전문위원은 “경매시장은 투자 수요가 많아 특히나 가격에 예민하고 반응이 빠른 곳”이라며 “부동산 시장과 경기에 대한 회복 기대감이 회복될 조짐이 나타날 때까지는 지금처럼 부진한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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