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에서 “바람의 손자” “고척 아이돌”로 팬들의 큰 사랑을 받은 키움 히어로즈 외야수 이정후(25)가 빅리그 포스팅 역사를 새로 썼다.
13일(한국시간) 미국 메이저리그 소식통 뉴욕 포스트 존 헤이먼 기자와 디 애슬레틱 캔 로젠탈 기자가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1억1300만 달러(약 1484억원)에 입단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는 역대 KBO(한국야구위원회)리그 출신 선수가 메이저리그 진출 시 맺은 계약 금액으로 최고액으로, ‘코리안 몬스터’로 불리는 투수 류현진이 세운 2013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6년 3600만 달러(약 473억원) 기록도 갈아 치운 동시에, 절친한 선배이자 한국인 최초 MLB 골든글러브 수상이란 업적을 이룬 타자 김하성이 2021년 샌디에이고와의 4년 계약금이었던 2800만 달러(약 368억원)도 훌쩍 넘어섰다.
140년 된 MLB 명가이자 월드 시리즈에서 총 8번 트로피를 들었고, 내셔널 리그(NL)에선 23회 우승을 차지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파격적인 금액을 들여 이정후 영입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현지 언론은 지난 2시즌간 가을 야구에 진출하지 못한 명가의 구겨진 자존심을 위한 승부수로 이정후를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3시즌 팀 전체 타율이 내셔널 리그(NL) 최하위에 등극한 샌프란시스코로서는 KBO 리그에서 7시즌동안 타율 0.340, 65홈런, 515타점, 69도루, 581득점으로 맹활약하고 국가대표로서도 타격 능력을 입증한 이정후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ESPN 역시 “이정후는 2022년 볼넷이 66개로 삼진 32개보다 2배 이상 많았다”며 그의 타격과 출루 능력에 주목했다. MLB닷컴 토마스 해리건 기자도 “야구 혈통을 가진 한국의 슈퍼스타인 이정후가 자이언츠의 날개를 달아주길 바란다”는 기사를 통해 샌프란시스코의 이정후 영입 소식을 발빠르게 전했다.
야구 예측 시스템 ZiPS(SZymborski Projection System)를 고안한 댄 짐보스키는 “이정후가 첫 시즌부터 메이저리그 평균을 넘어서는 중견수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14일(한국시간) 야구 통계 사이트 팬그래프닷컴에는 ) ZiPS를 활용한 이정후의 6년(2024∼2029년) 예상 성적이 뜨기도 해 뜨거운 관심를 입증했다. ZiPS로 계산한 이정후의 2024시즌 성적은 타율 0.288(476타수 137안타), 8홈런, 62타점, 56득점, 출루율 0.346, 장타율 0.416이다. 이에 팬그래프닷컴은 “이정후가 실제 이 정도 성적을 낸다면 샌프란시스코의 투자가 성공한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번 이정후 파격 이적 소식에 원 소속팀 키움 히어로즈도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는 풍문이다. 강정호(36), 박병호(37·kt),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이어 이정후까지 빅 리그로 향하며 이들로부터 벌어들인 이적료만 500억 원(추정)이 넘기 때문이다.
키움 메이저리그 진출 시작은 강정호였다. 키움은 지난 2014시즌 이후 주전 유격수 강정호(36·은퇴)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로 이적했다. 당시 포스팅 비용으로 받은 금액이 500만 달러(약 65억 원)이었다. 2015년엔 미네소타 트윈스로 향한 박병호(37·kt위즈)를 통해 1285만 달러(약 168억 원)를 챙겼고, 지난 2020시즌 이후에는 김하성(28)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이적시키며 552만 달러의 이적료를 받았다.
이번 이정후의 MLB 진출은 향후 구단 운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현재 리그 최고의 내야수로 꼽히는 김혜성도 2024시즌 종료 후 MLB 진출에 도전할 것으로 알려져 키움이 또 한 번 ‘양성소’ 역할을 해낼지 주목된다.
이정후는 오는 15일 신체 검사를 받은 뒤 공식 입단 발표 및 기자회견을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샌프란시스코와 계약이 마무리 되면 이정후는 공식적으로 국내 리그를 거쳐 포스팅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6번째 선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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