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물 20bp 넘게 떨어져 9개월만 최대 낙폭·7개월만 최저
10년물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직후 최대낙폭…10선 역대 최대폭 급등
눈치보기 속 물량 채우지 못했던 기관들 급한 매수 vs 외인 선물 매도
추가 강세 가능하나 쉬어가기 장세 보일 듯…당분간 3.0% 수준서 공방
채권시장에서 전구간 금리가 한국은행 기준금리(3.50%)를 밑도는 랠리를 펼쳤다. 특히 2~5년물 구간은 20bp 넘게 떨어져 9개월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한데 이어 금리도 7개월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국고10년물 역시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직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국채선물시장에서 10년 선물은 2빅(200틱) 가까이 급등하며 2010년말 신국채선물 재상장이후 역대 최대 상승폭을 보였다.
관심이 집중됐던 미국 연준(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피벗(정책전환)을 시사하는 등 상당히 비둘기파(통화정책완화파)적인 결과를 내놓은 것이 영향을 미쳤다. 앞서 FOMC는 정책금리를 동결하면서도 내년 점도표를 기존 5.1%에서 4.6%로 제시했다. 이는 내년에 기준금리를 75bp(3차례) 인하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 전망치 역시 올해 2.8% 내년 2.4%로 각각 0.5%포인트와 0.1%포인트 낮췄다.
그간 연준 눈치보기 속에서 포지션을 채우지 못했던 기관들이 부랴부랴 매수에 나선 것도 강세를 부추긴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외국인은 국채선물시장에서 매도에 나서는 모습이었다.
채권시장 참여자들은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진단했다. 피벗을 공식적으로 선언한만큼 레벨부담감이라는 말도 무색해졌다고 전했다. 당분간 강세분위기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금리가 급하게 떨어진만큼 속도조절 가능성에도 무게를 뒀다. 당분간 3.0% 선에서 공방을 펼칠 것으로 예측했다.
14일 채권시장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통안2년물은 21.1bp 급락한 3.354%를, 국고3년물은 20.7bp 내린 3.258%를, 국고5년물은 21.2bp 떨어진 3.288%를 기록했다. 이는 3월13일(각각 26.1bp, 26.8bp, 21.9bp 하락)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2년물과 3년물은 5월16일(각각 3.330%, 3.242%) 이후, 5년물은 5월17일(3.23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고10년물은 19.3bp 떨어진 3.322%를 나타냈다. 이는 지난해 10월12일 19.6bp 급락 이후 1년2개월만에 최대 낙폭이다. 또 5월17일(3.319%) 이후 최저치다. 국고30년물은 16.4bp 하락한 3.222%로 10월27일 20.6bp 하락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역시 4월11일(3.214%) 이후 최저치다.
국고10년 물가채 또한 15.1bp 떨어진 0.820%에 거래를 마쳤다. 이 또한 작년 10월25일 14.0bp 하락 이후 최대 낙폭이며, 지난해 1월4일(0.802%) 이래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전채 3년물과 AA-등급 회사채3년물 역시 각각 20.6bp 급락해 3.745%와 3.980%를 보였다. 가계 주택담보대출과 이자율스왑(IRS) 준거금리인 양도성예금증서(CD)91일물 금리는 1bp 떨어진 3.83%로 고시돼 10월6일 1bp 하락 이후 2개월만에 첫 내림세를 보였다. 기업어음(CP)91일물 금리도 1bp 내린 4.30%로 고시됐다.
한은 기준금리와 국고3년 및 10년물간 금리 역전폭은 각각 24.2bp와 16.8bp에 달했다. 국고 10-3년물간 스프레드는 1.4bp 확대된 7.4bp를 보였다. 국고30년물과 10년물간 금리 역전폭은 2.9bp 줄어든 11.0bp를 나타냈다. 시장 기대인플레이션을 반영하는 국고10년 명목채와 물가채간 금리차이인 손익분기인플레이션(BEI)은 4.2bp 떨어진 251.2bp로 8월9일(249.7bp) 이후 4개월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12월만기 3년 국채선물은 68틱 급등한 104.91을 기록했다. 이는 3월13일 73틱 상승 이후 9개월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장중엔 104.73과 104.98을 오갔다. 장중변동폭은 25틱을 보였다.
미결제는 27만7735계약을 거래량은 19만7539계약을 나타냈다. 원월물 미결제 9만8621계약과 거래량 1만5789계약을 합한 합산 회전율은 0.57회였다. 이는 10월19일(0.70회) 이후 2개월만에 최대치다.
매매주체별로 보면 은행은 5366계약을 순매수했다. 투신은 2475계약을 순매수해 5거래일연속 매수세를 이어갔다. 반면 금융투자는 9063계약 순매도로 대응했다.
12월만기 10년 국채선물은 198틱 폭등한 114.04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10년말 신국채선물 재상장 이후 역대 최대 상승폭이다. 직전 최대 상승폭은 2022년 7월12일 기록한 196틱 상승이었다. 장중 저점은 113.29 고점은 114.13으로 장중변동폭은 84틱에 달했다. 이는 7일(106틱) 이후 가장 큰 변동폭이다.
미결제는 13만877계약을 거래량은 8만5529계약을 기록했다. 원월물 미결제 5만7560계약과 거래량 3941계약을 합친 합산 회전율은 0.47회를 나타냈다.
매매주체별로 보면 은행은 1099계약을 순매수해 5거래일만에 매수세로 돌아섰다. 반면 외국인은 884계약을 순매도해 사흘연속 매도세를 이어갔다. 금융투자도 517계약을 순매도해 사흘만에 매도반전했다.
현선물 이론가의 경우 3선은 고평 6틱을 10선은 고평 4틱을 기록했다. 3선과 10선간 스프레드 거래는 전혀 없었다. 근월물과 원월물간 롤오버의 경우 3선에서는 기관이 13만1526계약을 외국인이 8만2831계약을 개인이 5194계약을 보였다. 10선에서는 기관이 3만7434계약을 외국인이 3만3448계약을 개인이 2385계약을 나타냈다.
채권시장의 한 참여자는 “일단 큰 배(연준)가 방향을 틀었다고 공식 선언했다. ECB와 BOE 정책회의가 남았지만 큰 줄기가 정해진 만큼 연준 스탠스와 대동소이할 것 같다. 금리가 추가 하락할 수 있겠지만 워낙 급하게 하락했다. 연말까지는 금리가 하락하더라도 정리 물량이 나올 수도 있겠다”며 “특히 미국 10년 금리는 5%부터 급하게 하락하면서도 금리 기준 일봉으로 4번 넘게 음봉을 낸 적이 없다. 이번주까지 내달린다면 다음주 정도는 쉬어가는 정도 흐름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또다른 채권시장 참여자는 “FOMC에서 미국 통화정책 기조가 이전보다 완화적으로 확인되면서 금리가 폭락했다. 그동안 눈치보면서 물건을 채우지 못한 곳들이 난처한 상황이 되면서 시장은 더 큰 폭의 강세를 연출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이어 “외국인이 선물 매도세로 돌면서 추가 강세에 대해서는 경계하는 시각이 있겠지만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가 강화되면서 당분간 쉽게 밀리기도 어려운 장세가 되지 않을까 전망한다. 금리인하 가능성이 열린 이상 레벨 부담이란 말 자체도 의미가 없다는 판단이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채권시장 참여자는 “FOMC 서프라이즈로 국내금리도 급락하며 전구간에서 기준금리를 하회하는 초강세를 보였다. FOMC 이전에 발표됐던 고용이 여전히 견조했고, 9월 FOMC 이후 장기금리가 급락하면서 연준 스탠스가 시장 친화적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던 시장은 연준의 태세전환에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포지션을 채우지 못한 곳들은 급하게 커버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며 “장중 빠른 금리 속락에 대한 경계심으로 금리 낙폭을 일부 줄이기도 했지만 장마감시 다시 되돌리며 선물 기준 일중 고가 수준에서 마감했다”고 밝혔다.
또 “연초 인하 프리이상으로 3년물 저점이 3.10% 수준이었다. 지금은 연준발 피봇이 확인됐기 때문에 하단은 더 열려 있다고 봐야할 것 같다. 다만 역캐리에 대한 고민과 속도조절, 내년초 (국고채 등) 발행량 확대에 대한 경계심으로 당분간 하단은 3% 수준을 두고 등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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