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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여자가 구한다?”…‘구원투수’ 된 여성 CEO들 [이슈크래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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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아 카카오 신임 단독 대표 내정자. (사진제공=카카오)

카카오가 ‘최고경영진 교체’라는 강수를 뒀습니다. 인적 쇄신에 나서며 회사를 안갯속에서 구해내겠다는 의지가 체감되는 부분입니다.

13일 카카오는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사업 총괄을 맡고 있는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단독 대표 내정자로 보고했다고 밝혔습니다.

정 내정자는 내년 3월로 예정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공식 대표로 선임되는데요. 그는 연세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 동대학 경영대학 마케팅 석사를 거쳐 미시건대학교 MBA를 수료했습니다. 이후 보스턴컨설팅그룹과 이베이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 전략 및 사업개발을 담당했으며, 2013년 카카오벤처스에 합류해 2018년부터 대표를 역임했죠.

카카오는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가기 위해 그에 걸맞은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며, IT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보유하고 기업의 성장 단계에 따른 갈등과 어려움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정신아 내정자가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부연했습니다. 정 내정자는 카카오벤처스에서 ICT, 소프트웨어 기반 서비스 분야 투자를 이끌어왔습니다. 인공지능(AI) 기반 B2B SaaS, 이커머스, 플랫폼 등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 이해도가 높은 인물로 당근, 두나무 등 여러 유니콘 기업의 초기 투자자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는데요. 사내 자유로운 분위기,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문화에도 그의 리더십이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정 대표의 내정은 카카오 입장에서도 파격적입니다. 카카오는 줄곧 남성 대표 체제를 유지해왔는데요. 이에 승부수를 띄웠다는 분석이 나오는 한편, 카카오 역시 IT업계의 관행(?)을 따랐다는 평도 있어 눈길을 끕니다.

2022년 10월 19일 남궁훈 당시 카카오 각자대표가 경기 성남시 카카오판교아지트에서 데이터 센터 화재로 인한 대규모 먹통 사태와 관련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생각에 잠겨 있다. (공동취재사진)

카카오, ‘대표 교체’ 카드 꺼내든 배경은?…잇단 경영진 리스크

지난해부터 카카오의 수장 자리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뀌어왔습니다. 지난해 1월엔 류영준 카카오 대표 내정자가 자진 사퇴했고, 10월엔 남궁훈 전 대표가 사퇴했죠. 이번에 정 대표 내정 소식이 전해진 데 이어, 홍은택 현 카카오 대표는 내년 3월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 같은 모습은 잇단 ‘경영진 리스크’가 작용한 탓으로 보입니다. 앞서 2021년 11월 카카오 신임 공동대표로 내정됐던 류영준 당시 카카오페이 대표는 그해 12월 카카오페이 임원들과 함께 카카오페이 주식 900억 원어치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 개인적으로 약 469억 원을 현금화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카카오페이 상장 이후 약 한 달이 지난 시점이었죠. 논란이 거세지자 류 전 대표는 지난해 1월 내정자직을 내려놨으며 카카오페이 대표 자리도 임기를 약 두 달 남기고 떠났습니다.

소위 ‘먹튀’ 논란을 수습하기 위해 등장한 남궁훈 전 대표는 지난해 10월 카카오톡 ‘먹통’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습니다. 그는 재직 시절 책임 경영을 다짐했지만, 지난 상반기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행사로 94억3200만 원의 차익을 챙겨 세간의 입길에 올랐죠.

2015년 10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카카오 단독 대표로 재직했던 임지훈 전 대표는 598억 원의 성과급을 지급하라며 카카오벤처스(옛 케이큐브벤처스)와 소송을 벌이다 지난달 1심에서 패소했지만, 항소에 나설 예정입니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경영쇄신위원장)도 경영진 리스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입니다. 한 시민단체는 김범수와 카카오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관계사 임원들을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또 김범수, 홍은택 카카오 현 대표 등은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사건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기소 의견으로 송치돼 현재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기도 합니다. 여기에 검찰은 자본금 1억 원에 수년째 영업손실을 내던 드라마 제작사를 고가인 200억 원에 인수한 의혹과 관련해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이준호 투자전략부문장도 수사 중이죠.

카카오의 현재 상황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 같은 위기 속에서 꺼내든 카드가 바로 신임 대표 발표인 겁니다.

(사진제공=네이버, 카카오)

네이버·카카오 양대 포털 수장 모두 ‘여성’…‘유리 절벽’ 일환?

카카오가 정신아 대표를 발탁하면서, 네이버와의 리더십 대결도 불가피하게 됐습니다. 앞서 네이버도 2021년 최수연 대표를 발탁했기 때문이죠. 네이버는 이번이 두 번째 여성 대표 체제입니다. 2017년 한성숙 전 대표를 선임하며 첫 여성 CEO가 탄생한 바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정 대표, 최 대표는 모두 40대입니다. 또 모두 양사 창업자가 직접 CEO로 낙점한 인물이기도 하죠. 최 대표는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도와 글로벌 사업을 이끌며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정 내정자도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인적 쇄신을 공식적으로 직원들에게 예고한 뒤 이틀 만에 신임 대표로 발탁됐습니다. 김 창업자는 사내 공지문을 통해 “정 신임 대표는 카카오의 내실을 다지면서도 AI 중심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 또한 함께해 나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히기도 했죠.

IT업계에는 위기 상황에 여성이 대표를 맡는 ‘관습(?)’이 있습니다. 젊은 여성 CEO를 내세워 브랜드 이미지·경영 쇄신을 한꺼번에 시도하려 드는 건데요. 기회는 주어지지만, 실패한다면 절벽에 추락하는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진 ‘유리 절벽’(glass cliff)이라는 용어도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이는 전형적인 공식과도 같습니다. 2012년 마리사 메이어 당시 구글 부사장은 37세의 젊은 나이로 야후 CEO로 발탁됐습니다. 당시 야후는 구글과 페이스북의 등장으로 입지가 급격히 줄어들었는데요. 불과 1년 사이 CEO가 3번(임시 CEO를 포함한다면 5번) 바뀌었을 정도로 혼란을 겪었죠, 당시 업계는 메이어의 전격 기용을 유리 절벽의 대표적인 사례로 소개했습니다. 실제로 메이어는 최악의 상황을 맞은 야후를 구원하지 못했습니다. 야후는 결국 통신 회사 버라이즌에 45억 달러에 매각됐고, 메이어는 야후를 정리한 CEO로 기록됐죠.

최근에도 이 같은 사례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X(옛 트위터)를 인수한 후 린다 야카리노 전 NBC 광고책임자를 CEO로 선임한 게 대표적입니다.

문제는 이 관행이 회사가 어려울 때 영입한 인재들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내치는 결말로 완성된다는 겁니다. 이는 여성 능력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강화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죠.

물론 회사 위기를 타개하고 뛰어난 경영 능력을 검증한 이들도 있습니다.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CEO는 2019년 미국 대형 은행 최초의 여성 CEO가 됐는데요. 그는 2009년 만성 적자에 시달리던 씨티그룹 계열사인 글로벌프라이빗뱅크 CEO를 맡아 흑자로 전환한 데 이어 2015년에는 씨티라틴아메리카 CEO로서 수익성을 대폭 끌어올렸습니다. 프레이저는 수익성이 낮은 소매금융은 매각하고 자산 관리와 기업금융에 주력하면서 효율적인 경영 전략을 펼쳤다는 평을 받죠.

네이버는 최수연 대표 취임 첫 해 영업이익이 역성장하며 우려를 낳았지만, 올해 들어서는 탄탄한 실적과 생성형 AI 개발에 앞장서면서 성과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실적까지 크게 개선됐는데요. 지난해 네이버의 연간 매출액은 8조2201억 원으로, 전년 대비 20.6% 증가했습니다. 올해 3분기 누적으로는 매출액 7조1336억 원, 영업이익 1조833억 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역시 전년 대비 각각 19.9%, 11.9% 증가한 수치입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 판교아지트. (뉴시스)

카카오, 쇄신 성공할까…정신아 “주어진 시간 많지 않아”

일각에서는 정신아 내정자에 대해서도 ‘유리 절벽 일환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지만, 업계에서는 그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압도적입니다. 이에 유리 절벽의 희생양이 아닌 쇄신 바람을 이끌 리더로 보는 게 맞는다는 의견이 나오는데요. 정 내정자의 어깨가 무겁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카카오는 올 3분기 네이버와 함께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 이익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줄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 이익이 줄어든 건 5분기 연속입니다. 네이버와의 격차도 1년 새 6000억 원 수준에서 1조2000억 원까지 벌어졌죠.

카카오는 주가조작 의혹, 문어발 경영, 주요 경영진의 스톡옵션 행사 등 문제로 주주들의 신뢰까지 상당 부분 잃은 상황입니다. 정 내정자에겐 악화하는 실적뿐 아니라 국민과 시장 신뢰도까지 회복해야 한다는 무거운 과제가 주어진 거죠.

우선 정 내정자는 취임 전까지 카카오 내 쇄신 TF장으로서 경영 전략 개편뿐 아니라 기업문화 변화, 지배구조 개편 등의 세부 과제를 챙길 예정입니다. 그는 “사회의 기대와 눈높이에 맞출 수 있도록 성장만을 위한 자율 경영이 아닌 적극적인 책임 경영을 실행하고, 미래 핵심사업 분야에 더욱 집중하겠다”며 “카카오에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기에 변화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이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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