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과 정부는 연말 금융권의 자금조달 상황이 안정적이라면서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일부 취약 요인이 있는 만큼 24시간 합동점검체계를 강화하고, 필요시 시장안정조치를 신속히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감원장은 14일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관계기관 합동으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개최하고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을 점검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간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지난 9월과 11월에 이어 다시 한번 동결했다. 또 성명서를 통해 그간 인플레이션이 완화세를 보여왔다고 평가하면서, Fed 위원들은 내년도 금리 인하폭을 3차례(0.75%포인트)로 전망했다고 설명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언급하면서도, 그동안 통화긴축 과정에서 금리 정점에 거의 도달했으며 이번 회의에서 금리인하 시점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이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금리 조기 인하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며 주가는 상승하고, 금리와 달러 가치는 큰 폭 하락했다”고 평가했다.
추 부총리는 최근 국내금융 시장 상황에 대해선 “주가와 환율은 주요국과 유사한 흐름을 보이며 비교적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자금시장에서도 국채금리가 하락하는 가운데 회사채와 단기자금시장 금리가 안정되는 등 대체로 양호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금융권의 연말 자금조달 상황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어 고금리 예금 및 퇴직연금 연말 만기 집중 등에 따른 자금이동 리스크도 상당 부분 완화된 것으로 평가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추 부총리는 고금리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동사태 등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 가능성이 상존하고, 부동산 PF 등 일부 취약 요인도 잠재해 있는 만큼, 정부와 한은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연말연시 시장 변동성이 커지지 않도록 분야별 취약부문 관리에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추 부총리는 “관계기관 빈틈없는 공조 하에 24시간 합동점검체계 등을 통해 국내외 금융·외환시장을 밀착 모니터링하는 한편, 필요할 경우에는 상황별 대응계획에 따른 시장안정조치를 신속히 시행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추 부총리는 이날 이른바 ‘F4(Finance 4)’ 마지막 회의 주재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F4(Finance 4) 회의는 부총리와 한은 총재,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등 거시금융·경제정책을 총괄하는 4인의 회의체다.
추 부총리는 부총리직에서 물러난 뒤 대구 달성군에서 국회의원 3선에 도전할 계획이고, 후임으로는 최상목 전 경제수석이 지명됐다.
추 부총리는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았기 때문에 거의 예외 없이 매주 일요일 만나서 여러 시장 상황에 대한 진단, 점검도 하고, 필요한 조치 사항에 관해서 논의해왔다”며 “어려움 없이 대응할 수 있게 함께 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 말씀드린다”고 했다.
이창용 총재는 “부총리께서 어려움 속에서도 중책을 맡아 큰 업적을 남겼다”며 “재정 흐름을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탄탄하게 자리 잡도록 바꿔주신 결정은 사후적으로 우리나라를 위해 공헌한 것으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이 총재는 “한은은 정부가 다른 선진국과 달리 재정을 안정적으로 운용해 지난 한 해 물가 안정을 위해 노력할 때 정책적으로 많은 공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년 반 동안 모여서 머리 맞대고 험한 소리 하면서 정책 고민을 했다. 새로운 정책 협조 기반을 마련하는데 큰 성과”라며 “회의에서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유할 수 있었던 것은 부총리가 개방적인 마음을 가지고 다른 기관 의견을 경청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줬기 때문”이라고 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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