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이 시장 원칙에 따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 방침을 밝히면서 시장 경계감이 높아진 가운데 이를 시스템리스크 확산을 방지하겠다는 긍정적 의지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신용경색이 발생하는 회사를 원천 차단하지는 않지만, 시장에 충격을 줄 만한 회사의 경우 당국 선에서 질서 있는 출구전략으로 안전망을 칠 수 있다는 판단이다.
14일 한국투자증권은 “부동산 PF와 관련한 시장 경계감은 고조될 수 있지만, 신용경색에 봉착하는 회사가 은행에 인수될 경우 지원가능성을 감안한 신용등급은 결과적으로 상승할 수도 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경우 당국의 시장 불안감도 빠르게 완화할 수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2일 부동산 PF와 관련해 재무적으로 지속성에 문제가 있는 건설사와 금융사에 대해서는 자기책임과 시장원칙에 따라 적절한 형태의 조정과 정리를 하겠다는 기본원칙을 강조했다. 그리고 총선 이후에도 갑자기 자금시장이 경색되거나 시장의 가격 형성 기능이 와해되는 시스템 리스크가 불거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러한 발언에 대해 “기본적으로 PF 연착륙 대책이 만기연장 중심으로만 진행되는 것은 문제가 있고 사업성이 부족한 사업장은 경·공매 등을 통한 사업 재구조화가 병행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강력히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며 “그 과정에서 상황에 따라 신용경색에 봉착하는 회사가 나오는 것도 불가피할 수 있고 감수해야 한다는 것으로도 읽힌다”고 했다.
부동산PF 관련 익스포져가 큰 회사에 대한 시장 경계감이 고조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전날 시장에서는 한 대형 건설사가 유동성 위기로 워크아웃 신청을 검토 중이라는 풍이 돌면서 주가가 출렁이기도 했다.
김 연구원은 “신용경색 위기에 봉착하는 금융회사가 출현하면 1차적으로 자구를 요구하고 자구노력이 여의치 않으면 발 빠르게 M&A(인수·합병)를 유도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5월 초 미국 지방은행인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이 뱅크런에 봉착하자 미국 금융당국은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움직여 JP모건으로의 인수를 성사시켜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장을 최소화했다”고 했다.
이어 “우리도 마찬가지 상황을 예상해 볼 수 있다. 지난 7월 남양주 동부새마을금고 뱅크런 발생 시 정책당국이 즉각 움직여 시장 충격을 최소화한 경험도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 우리금융지주가 다올인베스트먼트를 인수했고 추가적으로 저축은행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점도 PF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우리금융지주는 사업다각화가 아직 미흡한 상태로 시장에 적당한 매물이 나오면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그리고 지주 체제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수협도 수협 체력에 맞는 사이즈의 금융회사가 매물로 나오면 인수가 나설 후보군으로 판단한다”며 “멀리서 보면 비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희극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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