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총선을 고려해 대주주 주식양도세 부과 기준을 완화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당장 다음 주부터 양도세 부과 대상인 10억원 이상 주식 보유자 물량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2월 하반기 개인투자자들은 매년 조 단위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다. 대주주 판정 기준일 전 7거래일간 개인 순매도 추이를 살펴보면 2022년 3조3993억원(코스피 2조4300억원, 코스닥 9693억원), 2021년 7조4092억원(코스피 4조5564억원, 코스닥 2조8528억원), 2020년 2조2476억원(코스피 1조1362억원, 코스닥 1조1114억원)이었다. 양도세를 내지 않기 위해 큰손 개미들이 주식 매도에 나서면서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일반 개인투자자들은 장내에서 주식을 매도할 때 양도세를 내지 않는다. 하지만 코스피코스닥 종목을 과세기준일(12월 31일) 기준으로 종목당 10억원 이상 보유하고 있으면 대주주로 간주해 양도차익에 양도세 22%를 부과한다.
따라서 매년 12월만 되면 수조 원 단위로 주식이 쏟아져 나온다. 증시 약세에도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대주주 요건을 현행 10억원에서 30억원으로 상향해 양도소득세 납부 대상을 줄이려 했지만 ‘부자 감세’ 논란에 부딪쳐 한발 물러섰다.
주식 양도세 완화는 여권에서 정책 아이디어로 거론됐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 대선공약 중 하나였던 주식 양도소득세 완화를 신속히 추진하라고 정부에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 차원에서 공식 검토하는 단계는 아니라고 일축한 것이다.
당정이 엇박자를 보이는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주식 양도세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세제개편안을 통해 특정 종목을 100억원 이상 가져야만 대주주로 분류하는 등 ‘대주주’ 범위를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대주주 기준 변경은 정부 시행령 개정 사안으로 국회 동의 없이도 일단 추진할 수 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와 함께 ‘부자 감세’ 공격에 나서면서 결국 무산됐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부과한다는 과세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과 10억원 이상 주식을 보유할 정도라면 결국 ‘부자 감세’를 해주자는 것 아니냐는 논리에 가로막힌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대주주 양도소득세 회피 물량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분석한다. 최광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양도세 완화 시 주식 양도세 회피성 매도 물량이 줄어들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대주주 판단 기준일 개인 수급을 기준으로 단순 추정 시 약 1조원대 코스피 매도세가 절반 수준으로 축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이차전지 업종 중심으로 매물이 출회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날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월 1일부터 12월 12일까지 개인투자자 순매수 상위 종목 5위권에 삼성SDI(3896억원), 포스코홀딩스(2834억원), LS머트리얼즈(2803억원), LG전자(2622억원) 등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다수가 이차전지 관련주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차전지 업종을 중심으로 연중 개인 수급이 집중되면서 주가 상승률이 높았던 업종이나 테마들에 대한 수급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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