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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인이 ‘대마 흡연’만 인정한 이유 [이슈크래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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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기소된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이 12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던 중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

마약 상습 투약 혐의를 받는 배우 유아인(37·본명 엄홍식)의 첫 재판이 13일 열렸습니다. 재판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대마는 인정”, “하지만 나머지는 아니다”였는데요. 유아인은 대마를 제외한 다른 마약류 투약 혐의에 대해서는 과장됐거나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유아인이 다시 법정에 선 건 9월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지 82일 만입니다.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박정길 박정제 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재판에서 유아인은 직업을 묻는 재판부 질문에 “배우입니다”라고 말하긴 했으나, 법정에선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검찰은 프로포폴 상습 투약, 타인 명의 수면제 불법 처방 매수, 대마 흡연 및 교사, 증거 인멸 교사 등 유 씨가 받는 혐의에 대한 기소 요지를 설명했는데요. 유아인의 변호인은 “원론적인 입장에서 대마 흡연은 인정한다”면서도 “그러나 대마 흡연 교사, 증거인멸 교사 등에 대해서는 전체적으로 다툼의 취지가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공소 내용이 일부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된 부분이 상당히 있는 것 같다. 사실관계와 법리에 있어서 깊이 있게 검토할 부분이 있는 것 같다”라며 검찰 측 공소 사실에 대해 반박했죠.

유아인 측이 추가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은 의견서 제출을 통해 밝히겠다고 덧붙이면서 재판은 30분여 만에 마무리됐는데요. 침묵을 이어가던 유아인은 법원에서 나온 후 취재진에게 “공소사실에 사실과 다른 부분들이 다수 존재한다”며 “해당 부분에 대해서는 재판 과정을 통해 성실히 소명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호화 변호인단 선임’ 질문이 나오자 “죄송합니다”라며 답을 피한 채 법원을 빠져나갔습니다.

결국 유아인 측이 인정한 혐의는 ‘대마 흡연’ 정도입니다. 나머지 마약류 투약 혐의 등에 대해선 모두 부인한 건데요. 여기엔 다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이 9월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대기 장소로 이동하는 중 한 시민이 “영치금으로 쓰라”며 돈을 뿌리고 있다. (뉴시스)

유아인 혐의 살펴보니…투약 확인된 의료용 마약류만 ‘4종’

유아인의 혐의는 마약류 관리법 위반(향정), 대마 흡연 및 교사, 증거인멸 교사, 의료법 위반 등 8개 정도로 추려집니다.

먼저 관건이 되는 혐의는 2020년 9월∼202020년 9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서울 일대 병원에서 미용 시술을 위한 수면 마취를 받는다며 181회에 걸쳐 의료용 마약류를 투약한 혐의인데요. 그가 투약한 것으로 확인된 의료용 마약류만 프로포폴, 미다졸람, 케타민, 레미마졸람 등 총 4종입니다.

투약량은 프로포폴 9,635.7mL, 미다졸람 567mg, 케타민 11.5mL, 레미마졸람 200mg 등으로 조사됐습니다.

2021년 5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는 타인의 명의로 스틸녹스정, 자낙스정 같은 수면제 총 1100여 정을 불법으로 처방받아 사들인 혐의도 받습니다. 올해 1월에는 공범 최 씨 등 4명과 함께 미국에서 대마를 흡연하고 다른 이에게 흡연을 교사한 혐의도 있죠. 최 씨는 유아인과 함께 범행을 숨기려 공범인 유튜버 양 모 씨를 해외로 도피시키고 다른 공범에 대해선 진술을 번복하도록 회유·협박한 혐의로 함께 기소됐습니다.

이외에도 사기, 국민건강보험법 위반, 주민등록 위반 등 혐의를 나열할 수 있죠.

유아인의 첫 공판기일은 지난달 14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유아인이 변호인을 추가 선임하고 기일 변경 신청서를 내면서 한 달 뒤로 미뤄진 건데요. 그 사이 기존에 법률대리를 맡던 변호인단 일부가 사임하고 새로운 변호인단이 합류했습니다. 이들 중에는 고등법원 부장판사와 대검찰청 마약과장 출신도 있어 ‘초호화 변호인단’을 꾸렸다는 평이 나옵니다. 유아인은 공판이 연기된 이유를 묻는 말엔 “변호인의 사정”이라고 짧게 답했습니다.

앞서 경찰과 검찰은 유아인의 구속을 시도했지만, 모두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됐습니다. 법원은 구속 영장 기각 당시 “본인(유아인)의 대마 흡연 범행은 인정하고 있고, 관련 증거가 상당 부분 확보됐으며 김 모 씨에게 대마 흡연을 권유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은 있지만, 교사에 이르는 정도인지에 관해서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밝힌 바 있죠.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기소된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이 12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

대마 흡연만 인정한 이유는…‘형량 줄이기’ 혈안?

유아인이 첫 재판에서 대마 흡연에 대해서만 인정한 이유는 다름 아닌 형량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유아인은 관련 전과가 없어 한 차례의 대마 흡연이냐, 아니면 상습적인 항정 마약류 투약이냐에 따라 형량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데요. 우선 대마 흡연은 부인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앞서 시행한 소변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온 건데, 소변에서는 열흘 이내 투약 사실이 가려집니다. 게다가 유아인은 대마를 같이 흡연한 공범도 있죠.

그런데 나머지 약물은 경우가 조금 다릅니다. 프로포폴 등은 병원에서 처방받은 건데요. 유아인은 문제가 된 약물을 투약한 건 맞지만, 미용 등 목적의 ‘합법적 투약’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다툴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는 겁니다.

향후 검찰은 유아인의 마약류 투약 빈도, 양 등에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유아인은 수사단계에서 구속 영장 청구를 검토할 정도로 마약류를 투약한 횟수와 양이 많았습니다. 유아인이 타인 명의로 사들인 약은 1100여 정에 달하고, 특히 프로포폴은 무려 9L가 넘는 양을 투약한 것으로도 전해졌습니다. 통상 프로포폴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투약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유아인은 2021년 8월에만 이를 처방받은 날이 14일이나 됩니다. 하루에 두 번 처방받은 날도 4일이 있어서, 횟수로 따지면 18차례입니다. 이게 ‘일반적’인 경우냐는 거죠.

다만 유아인 측은 프로포폴을 9L 이상 투약했다는 혐의 등에 대해서는 “일부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된 부분이 다소 있어 사실관계와 법리를 깊이 있게 검토할 부분이 있다”고 주장한 상황입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기소된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이 12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던 중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공동취재)

솜방망이 처벌에 반복되는 마약 범죄…유아인 결말 어떨까

대검찰청의 ‘2022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1심 재판 기준으로 마약사범 4618명 가운데 43%(1986명)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징역 3년 미만 37.2%(1720명) △징역 3년 이상 11.5%(533명) △벌금형 4.1%(190명) 등 순으로 이어졌는데요. 절반가량이 실형을 면한 겁니다.

마약사범에 대한 재범률을 보면 △2018년 36.6% △2019년 35.6% △2020년 32.9% △2021년 36.6% △2022년 35.0%로, 최근 5년간 30%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마약범죄가 속출하고 재범률까지 높은 상황엔 솜방망이 처벌이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9월 보도자료에서 중국과 캄보디아, 나이지리아 등 해외 3개국에서 각각 활동 중인 마약조직을 적발했다면서 “실제 마약사범들에 대한 처벌은 법정형 대비 가벼운 경향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죠.

당시 마약범죄수사대는 “관대한 처벌이 오히려 마약 범죄를 조장할 수 있으므로 엄중한 처벌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부연했습니다.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에 대한 형량 기준은 투약·소지, 매매·알선, 수출입·제조, 대량범 여부 등 여부와 마약 종류(대마 등)에 따라 차이가 납니다. 기본 형량은 징역 6개월부터 최대 11년인데요. 양형 기준에 따른 감경 요소가 적용되면서 형량은 달라집니다. 최대 징역은 9년으로 줄어드는데요. 이는 비교적 엄하게 다루는 매매·알선, 수출입·제조 기준입니다. 투약이나 소지는 기본 형량이 징역 6개월부터 시작되는 등 양형 기준이 더욱 낮습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 ‘마약범죄 양형기준’에 따르면 양형 조건은 △범행가담 또는 범행동기에 특히 참작할 사유 △중요한 수사협조 △소극 가담 △마약중독자의 자발적·적극적 치료 의사 △일반적 수사협조 △투약·단순소지 등을 위한 매수 또는 수수 △조직적 또는 전문적 범행 △상습범 △형사처벌 전력 등 여부로 구분됩니다.

양형 기준에 따라 실제 처벌이 법정형과 비교했을 때 훨씬 가벼워지면서, 이 양형 기준을 재편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올해 6월 마약범죄 양형기준을 내년 4월까지 설정·수정하는 작업을 의결했지만, 예산 등 문제가 걸려 있어 실제 형량 강화로 이어질지 확신할 순 없는 상황이죠.

의료용 마약을 남용하는 일부 병원의 무책임한 행태도 마약 범죄 진화에 일조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6월까지 5년간 마약류 및 행정 등의 사유로 행정 처분을 받은 의사는 총 68명인 것으로 집계됐는데요. 이들 중 면허가 취소된 의사는 19명, 자격 정지 처분받은 의사는 49명입니다.

첫 재판이 열린 만큼 유아인이 받을 처벌과 관련해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함께 거론되고 있는 마약류 종류만 해도 상당한데, 유아인은 대마 교사나 증거인멸 교사 혐의도 받고 있죠. 대마만 하더라도 본인이 투약한 경우와 타인이 투약하도록 교사한 행위의 죄질이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이들 혐의가 인정된다면 실형 가능성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죠. 유아인의 다음 재판은 2024년 1월 23일 오전 10시로 예정됐습니다.

이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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