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산업 공급망 3050전략’ 발표…자립화·다변화·자원확보 ‘3축’
요소 등 경제성 부족 품목은 ‘국내 생산’ 적극 지원
‘中 절대의존’ 음극재·양극재·영구자석 등 ‘8대 산업’ 자립화 주력
(세종=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정부가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수인 특수 가스부터 수급 불안시 국민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 같은 범용 상품에 이르기까지 185개 품목을 ‘공급망 안정 품목’으로 정하고, 70% 수준인 특정국 수입 의존도를 2030년까지 50% 밑으로 낮춘다.
경제성이 없어 국내 생산을 하지 않는 요소 같은 상품의 국내 생산 시설 투자 지원을 적극 검토하고, 이차전지 소재 등 첨단 분야 자립화를 밀착 지원하는 등 자립화 촉진에 정부 역량을 집중한다.
‘공급망 안정 품목’ 중에서도 중국 등 특정국 의존도가 특히 높은 이차전지 음극재와 양극재, 희토류 영구자석 등 8대 분야는 ‘공급망 선도 프로젝트’로 따로 정해 ‘특별 관리’에 들어간다.
◇ “상시화한 공급망 위기, 상수로 놓고 새 전략”
산업통상자원부는 13일 포스코퓨처엠 세종 음극재 공장에서 방문규 산업부 장관 주재로 ‘산업 공급망 전략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산업 공급망 3050 전략’을 발표했다.
포스코퓨처엠 세종 음극재 공장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천연흑연 음극재를 생산해 ‘공급망 자립’의 상징적 장소라는 점에서 이번 회의 개최지로 결정됐다.
회의에는 포스코퓨처엠, TEMC, 성림첨단산업 등 공급망 자립화에 적극적으로 참여 중인 기업 관계자들과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석유화학 등 각 산업 협회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정부는 수입 의존도와 국내 산업 영향 등을 고려해 185개의 ‘공급망 안정 품목’을 선정했다. 작년 평균 70% 수준인 중국 등 특정국 의존도를 2030년까지 특정국 의존도를 50% 밑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그간 세계가 편평하다는 전제하에 효율성을 중심으로 운영되던 공급망이 잘려 나가고 있다”며 “위기가 상시화된 시대, 위기를 상수로 생각하고 전략을 세워 나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185개 공급망 안정 품목은 첨단 전략 산업(반도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바이오, 전기전자), 주력·신산업(자동차, 조선, 기계, 로봇, 항공), 기초 소재 산업(금속, 섬유, 세라믹, 화학) 분야에 걸쳐 있다.
구체적으로 네온 등 반도체 제조용 희귀 가스, 이차전지 양극재 원료인 수산화리튬, 전기차 모터 제조용 희토류 영구자석, 자동차용 와이어링 하네스, 요소, 마그네슘괴 등 첨단 부품·소재에서부터 광물, 범용 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정부는 전문가 100여명으로 위원회를 꾸려 수입액 100만달러 이상, 수입 의존도 50% 이상인 1천719개 품목을 우선 추려낸 뒤 국내 산업 영향, 대체 가능성, 수급 전망을 고려해 185개 품목을 선정했다.
이 중 특히 중국 의존도가 높은 8대 산업은 ‘공급망 선도 프로젝트’ 대상으로 따로 지정해 집중 관리에 들어간다.
8대 산업은 음극재, 양극재, 반도체 소재, 반도체 희귀가스, 희토류 영구자석, 요소, 마그네슘, 몰리브덴으로 정해졌다. 8대 산업 범주에는 다시 인조흑연, NCM(니켈·코발트·망간) 전구체, 수산화리튬 네온 등 16개 개별 품목이 들어 있다.
올해 1∼10월 NCM 전구체의 중국 수입 비중은 97%에 달한다. 반도체 제조용 가스인 네온(81.3%), 희토류 영구자석(86.4%), 산업 전반에 활용되는 마그네슘괴(99.4%) 등도 중국 수입 의존도가 높다.
중국의 갑작스러운 수출 중단으로 수급 불안이 초래된 차량용 요소의 중국 의존도는 90.3%에 달한다.
◇ 잊을 만하면 ‘공급망 불안’…요소 등 국내생산 지원 추진
특정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방법으로는 ▲ 자립화 ▲ 다변화 ▲ 자원 확보 세 가지가 제시됐다.
자립화를 위해 정부는 요소 등 국내에서 생산할 경우 경제성이 낮다고 여겨져온 품목의 국내 생산 시설 투자를 적극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수년마다 중국발 수급 불안이 되풀이되는 요소의 경우 내년 국내 생산 지원 근거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한다.
기업들은 이미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시장 변화에 대응해 전구체, 흑연, 수산화리튬, 희토류 영구자석 등 14개 공급망 안정 품목의 국내 생산 체계를 갖추기 위해 능동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는 이런 투자가 계획대로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규제 완화 등 밀착 지원에 나선다.
NCM 전구체의 경우 2028년이면 국내에서 연간 33만2천t이 생산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LG화학은 중국 기업과 새만금 산업단지에 1조2천억원을 들여 전구체 생산 공장을 건설한다.
희토류 영구자석도 성림첨단산업이 최근 국내 생산을 시작해 연간 1천t을 생산한다.
다변화도 적극 추진한다. 이는 산업용 요소의 중국 외 제3국 수입 운송비 지원이 최근 결정된 것처럼 수입 다변화 기업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수입 보험 지원 대상에 ‘공급망 안정 품목’이 새로 추가되고 보험 한도도 1.5배 우대되는 등 수입 다변화를 위한 금융 지원도 강화한다.
자립화, 다변화와 더불어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는 핵심 광물의 비축을 확대한다.
35개 품종 핵심 광물의 비축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비축량을 평균 100일분으로 늘린다.
이차전지 산업에서 중요성이 크지만 국내 공공 비축량이 6일치에 불과한 리튬 비축을 30일분까지 늘리는 데 2천여억원의 예산이 올해 투입된다.
전기차 모터용 희토류 영구자석 소재인 네오디뮴은 국내 수요의 1년분을 올해까지 추가로 비축한다.
민간의 해외 핵심 광물 확보 프로젝트 지원을 위해서는 해외 자원 개발 특별 융자 지원 비율을 사업비의 30%에서 50%로 확대한다. 광업권 해외 투자를 하면 투자금의 3%를 세액공제하는 제도도 도입된다.
방문규 장관은 “3050 전략은 185개 공급망 안정 품목을 집중적으로 관리해 튼튼한 산업 공급망을 갖춰 나가겠다는 전략”이라며 “이를 차질 없이 이행해 우리 산업의 혁신과 성장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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