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이 자체 개발 칩을 탑재한 중국 화웨이 스마트폰에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미국의 반도체 안보를 지키기 위해 모든 조치를 총동원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러몬도 장관은 11일(현지시간) 공개된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반도체 발전에 대해 “매우 우려스럽다”며 “미국을 보호하기 위해 가장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동맹들과 같이 이 부분을 논의할 것”이라며 “우리는 네덜란드, ASML과 정기적으로 접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해 미국은 14nm(1nm=10억분의1m) 이하 첨단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과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는 것을 금지했다. 그러나 지난 8월 출시된 화웨이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에 미국 규제 기준보다 더 우수한 첨단 반도체 7㎚급 ‘기린(Kirin) 9000s’ 칩이 탑재됐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미국 규제에 허점이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기린 9000s는 화웨이의 팹리스(반도체 설계 회사) 자회사인 하이실리콘과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회사) SMIC가 네덜란드 ASML의 노광장비를 이용해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미국 정부는 원인 분석과 대책 수립을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상무부는 화웨이 스마트폰과 반도체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고, 미국 곳곳에서는 더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 공화당은 미국 기업이 화웨이나 SMIC와 거래하는 것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러몬도 장관은 지난 10월 상원 상무위원회에 출석해 대중국 수출통제 집행 강화를 취한 추가 자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최근에도 이 같은 입장을 재확인했다.
러몬도 장관은 이날 공개된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도 대(對)중국 첨단 반도체 수출 금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선두업체인 엔비디아에 대해 대부분 제품을 중국에 수출할 수 있다면서도, 최신형 반도체는 수출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우리가 (수출을) 허락할 수 없는 것은 가장 정교하고 처리능력이 빠른 AI 반도체”라며 “그것들은 중국이 자신들의 개발 모델을 훈련하는데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중국 AI칩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어 미국의 수출 통제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러몬도 장관은 지난 주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도 만일 중국의 AI 개발에 사용되는 칩을 개발하면 “바로 다음 날 그것을 통제할 것”이라며 중국의 AI 산업에 큰 경계감을 나타냈다.
한편 상무부는 미국 내 반도체 공급망 확대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날 상무부는 반도체 지원법에 근거해 영국 방산업체 BAE시스템스에 3500만달러(약 462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BAE시스템즈의 공장은 록히드마틴의 제5세대 스텔스기 F-35를 비롯한 전투기 전자 시스템과 상업용 위성 등에 사용되는 반도체칩을 생산한다. 상무부는 이를 통해 BAE시스템즈의 생산 능력을 4배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러몬도 장관은 “국가안보에서 무기 시스템만큼이나 시스템 내부의 반도체칩이 중요해졌다”며 “첫 반도체법 지원 발표는 반도체가 미국 국방 분야에서 핵심임을 보여준다”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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