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건설업계 부실 설계·감리 등의 배경에 ‘건설 카르텔’의 고착화가 있다고 보고 건설업 제도 전반의 개편을 추진한다. 감리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부실시공 근절을 위한 시스템을 정비하는 한편, 불법적 행위에 따른 이익 자체를 없애기 위해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건설카르텔 혁파 방안’을 12일 발표했다.
국토부는 우선 감리가 독립된 위치에서 제대로 감독할 수 있도록 감리제도를 재설계키로 했다. 감리가 건축주와 건설사에 예속되지 않도록 건축주 대신 허가권자(지자체)가 감리를 선정하는 건축물을 확대한다.
지금도 민간 건설사가 아파트를 지을 땐 지자체가 감리를 선정한다. 앞으로는 30가구 이상 주택과 300가구 미만 주상복합뿐 아니라 다중이용건축물(5000㎡ 이상 문화·집회·판매시설 또는 16층 이상 건축물)도 건축주가 아닌 지자체가 적격심사를 통해 감리를 지정하도록 할 방침이다.
공공주택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같은 발주처 대신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인 국토안전관리원이 감리를 선정한다. 선정 방식도 단순 명부 방식에서 적격심사를 통한 객관적 방식으로 개선한다.
이와 함께 감리가 시공사에게 공사 중지를 요청하면 건축주뿐만 아니라 인허가청에도 함께 보고하도록 해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키로 했다. 지금은 감리가 시공사에 공사 중지를 요청하고, 시공사가 수용하지 않을 때만 인허가청에 보고하게 돼 있다.
감리 역량도 강화한다. 그 동안 공사현장에서 감리 인력의 낮은 전문성, 고령화 등이 문제로 지적돼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실제로 현장에 배치된 감리 인력의 60% 이상이 60~7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는 실력이 우수하고 전문성을 갖춘 감리자를 국가가 인증하는 ‘국가인증 감리자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인증받은 감리자에게는 입찰 가점과 고층·대형 공사 등의 책임 감리로 우대한다. 또 감리업무 전담 전문법인을 도입해 감리 전문성을 강화한다.
또 건설현장에서 안전과 품질이 최우선이 되도록 불법행위에 대한 경제적 비용을 확대한다.
먼저 안전과 품질 실적에 따라 건설공사 보증료율을 차등화하고 불법을 저지른 건설사에는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한다. 공공입찰 등에 활용되는 시공사별 시공능력평가 산정 시에 안전·품질 비중도 시공실적의 최대 30%에서 최대 50%로 확대한다.
하자이력, 부실벌점, 안전사고, 사망만인율, 행정처분 등 시공사별 안전·품질 관련 정보를 정보망(CSI)에 공개해 소비자 선택권 강화를 통한 부실업체 퇴출도 유도할 방침이다.
또 국토안전관리원 및 지역건축안전센터를 중심으로 건설현장에 대한 불법행위에 대한 단속 권한을 강화하고 상시 감독 기능을 확보하기 위해 특별사법경찰 도입, 영상기록체계 구축을 추진한다.
설계 분야에서는 명확한 설계 책임을 부여하고 검증 체계를 강화한다. 설계는 건축사가 총괄하되, 구조도면은 구조기술사 등 전문가가 작성하도록 해 작성 주체와 책임을 명확히 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구조 분야 인력 수요가 늘어난 데 대응해 ‘건축구조기사’ 자격을 신설해 구조도면 작성을 지원하는 역할을 부여하기로 했다.
구조안전 심의 때는 전문성이 있는 위원들로 구성된 구조분야 전문 건축위원회를 구성해 심의한다. 시공사가 시공상세도 작성시 설계오류도 함께 검토할 수 있도록 착공 전 설계를 검토해 오류를 발견할 때 허가권자에게 신고하도록 한다. 모든 공공공사에서 적용하던 기준을 민간까지 확대한 것이다. 시공 중에는 구조전문가의 검토 없이 건축물의 기초와 주요부 등은 임의 변경할 수 없도록 규정을 강화한다.
국토부가 내놓은 건설 카르텔 혁파 방안 대부분은 건축법, 건설기술진흥법 등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즉시 개정이 가능한 하위법령 과제는 내년 상반기까지 완료하고, 신규 발의가 필요한 법령은 최대한 신속히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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