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반도체 생산용 EUV 노광장비 독점 공급…장비 확보가 곧 경쟁력
삼성전자·SK하이닉스도 주요 고객…한국에 반도체장비 클러스터 건립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방문하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은 반도체 업계에서 ‘슈퍼 을(乙)’로 통한다.
최첨단 반도체 양산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기 때문이다.
노광 공정은 미세하고 복잡한 전자회로를 반도체 웨이퍼에 그려 넣는 기술이다. EUV 노광장비를 활용하면 짧은 파장으로 세밀하게 회로를 그릴 수 있다.
특히 ASML이 독점 공급하는 EUV 노광장비는 7나노(㎚, 10억분의 1m) 이하 반도체 초미세공정에 꼭 필요하다.
통상 노광장비 가격은 1천만달러(약 131억원) 정도인데, ASML이 생산하는 고사양 장비는 1억8천만달러(약 2천370억원)에 달한다.
이 초고가 EUV 노광장비 확보가 첨단 반도체 생산 능력과 수율(양품 비율)로 직결되기에 업계에서는 이 장비 확보 자체가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본다.
하지만 ASML이 생산하는 EUV 노광장비는 1년에 40대 안팎이어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이 장비를 공급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ASML이 ‘슈퍼 을’로 불리는 이유다.
첨단 반도체 수요 증가에 EUV 노광장비 수요도 덩달아 급증하고 있지만, ASML이 출하량을 단숨에 늘릴 수는 없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글로벌 반도체 업계는 EUV 노광장비를 확보하기 위해 점점 더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ASML의 주요 고객이다.
윤 대통령의 이번 ASML 본사 방문에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동행한다.
삼성전자는 ASML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2012년에 ASML 지분 3.0%를 약 7천억원에 매입했으며, 이후 일부 매각해 올해 9월 말 기준 지분율은 0.4%다.
한국 반도체 기업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ASML은 2025년까지 총 2천400억 원을 투자해 화성에 반도체 장비 클러스터인 ‘뉴 캠퍼스’를 짓는다.
뉴 캠퍼스에는 EUV 노광장비 관련 부품 등의 재(再)제조센터와 첨단기술을 전수할 트레이닝 센터, 체험관 등이 들어선다. 재제조센터는 고장이 나거나 성능이 떨어진 부품을 활용해 새로운 장비를 만드는 시설이다.
ASML은 중장기적으로 한국에 연구·개발(R&D) 센터와 제조시설을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는 작년 11월 뉴 캠퍼스 기공식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고객의 비즈니스가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며 “기술의 복잡성이 높아지면서 고객사와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향후 한국에서 R&D를 늘려나갈 것”이라며 “기술이 굉장히 복잡하기 때문에 우선 재제조센터로 시작하고, 지식 이전에 5∼10년이 걸리기 때문에 그 이후 제조 기반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ric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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