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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927명, 피해액 2400억원대”…’구리 전세 사기’ 총책에 징역 15년 구형

아시아경제 조회수  

임차인을 속여 총 2400억원대 전세 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른바 ‘구리 전세 사기’ 사건 일당 27명 중 총책에게 징역 15년이 구형됐다.

12일 의정부지검 남양주지청은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 된 구리 전세 사기 사건 총책이자 부동산컨설팅업체 대표인 피고인 고모(41)씨에 대해 징역 15년 선고를 재판부에 요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사건 피해자가 927명에 달하고 피해 금액도 2400억원이 넘으며, 피해 규모가 크고 중해 엄벌이 필요하다”며 이 같은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또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 업체 임원 2명과 허위 임대인, 알선책 등 4명에게 징역 7∼12년을, 불구속기소 된 이 업체 직원과 허위 임대인 알선책, 분양대행업자 등 15명에게는 징역 1∼7년을 각각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이 사건에 가담해 공인중개사법을 위반한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공인중개사 7명에게는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다.

무자본 갭투자 방식 통해 총 928채 사들여

이들은 2020년 1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역할을 분담해 수도권 일대에서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서울 670채, 경기 158채, 인천 100채 등 오피스텔과 빌라 928채를 사들인 뒤 전세 보증금 2434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고인들이 자기 자본을 한 푼도 투입하지 않고 임차인들의 전세 보증금만으로 주택을 사들였으며 집값이 전세 보증금보다 적어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는 속칭 ‘깡통 전세’ 구조인데도 임차인들을 속인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분양대행업자, 공인중개사, 허위 임대인, 알선책 등이 동원됐다.

분양대행업자는 공인중개사에게 리베이트 제공 등 홍보 문자를 전송해 임차인을 확보하고, 공인중개사는 법정 중개수수료의 4∼10배를 받고 전세 계약을 중개한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또 고씨 등은 주택이 많아지면서 세금 문제 등이 생기자 알선책을 통해 허위 임대인을 내세워 범행을 이어갔으며 범죄 수익 대부분을 코인·주식 투자, 유흥비 등으로 탕진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고씨 등 부동산컨설팅업체 임직원은 지난 7월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에서 형사2단독 최영은 판사 심리로 열린 첫 재판에서 편취 의도가 없었다며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건축주와 임차인의 계약을 떠안았을 뿐이라는 취지다. 일부는 영업사원이어서 시키는 대로 했기 때문에 공범이 아닌 방조범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에 대한 선고 공판은 다음 달 12일 열린다.

인천 부산 대전 등 전국 뒤덮은 전세 사기

구리뿐 아니라 인천과 부산, 대전 등 전국적으로 전세 사기가 일어난 가운데, 전세 사기 피해자 대부분이 20, 30대 청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일 국토교통부가 국회에 보고한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 추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특별법 시행 6개월 동안 전세 사기 피해자 심의 1만1007건 중 9109건에 대해 가결해 피해자로 인정했다.

피해자를 연령별로 보면 30대가 4423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 20대(2130명), 40대(1489명), 50대(655명), 60대(295명), 70대(117명) 순으로 나타났다.

청년층인 20·30대가 전체의 72.0%를 차지하는 셈이다. 사기유형은 무자본 갭 투기 또는 동시 진행 사기 유형이 대다수(43.7%)를 차지했다.

주택 유형별로 보면 다세대(34.7%), 오피스텔(24.8%), 아파트?연립(19.3%)이 많았고, 단독?다가구(12.3%)도 상당수인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 거주 지역의 상당수는 서울 2366건(26.0%), 경기 1867건(20.8%), 인천 1865건(20.5%) 등으로 조사됐다. 수도권 비율이 전체의 66.9%에 달하는 셈이다.

수도권 외에는 부산 1149건(12.6%), 대전 752건(8.3%) 등에 분포했다. 피해 보증금 액수는 주로 3억원 이하(96.9%)가 대다수였다.

전체 피해자 9109명 중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3799건에 대한 지원이 이뤄졌다. 정부는 전세 임대 지원을 신설해 수요자 맞춤형 3단계 공공임대 지원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1단계로 기존 주택을 매입해 피해자에게 임대하고, 매입이 곤란한 경우 2단계로 개별 가구별로 공공(LH)이 전세 계약을 맺어 피해자에게 재임대하는 한편, 기존 주택 거주가 곤란한 경우에는 마지막 3단계로 인근에 확보 중인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특히 통 매입이 불가피한 다가구의 경우에는 전체 임차인의 동의가 아닌 전체 피해자의 동의만으로도 매입할 수 있도록 매입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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