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한국산 딸기는 고급 과일로 인기가 높습니다. 현지 딸기가 주로 단맛이 강한 데 비해 한국산 딸기는 단맛과 신맛을 함께 맛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산 제품 수요가 높아지다 보니 이를 직접 생산하는 방법을 문의하는 바이어들이 늘어나는 상황입니다.” (한국 농식품 수출기업을 운영하는 A씨)
세계적으로 높아진 K-푸드의 인기로 한국 농업기술 및 K-농기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인기 품종의 한국산 농산물의 현지 재배를 위한 종자 및 재배 기술 수출은 물론 국내 스마트팜(지능형농장) 진출까지 전후방산업이 K-푸드에 이어 주요 수출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1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3주차까지 K-푸드 플러스(K-Food+)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2% 증가한 104억8000만달러로 집계됐다. K-Food+ 사업은 올해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K-Food+는 농식품과 스마트팜, 농기자재, 동물용의약품, 펫푸드, 해외농업기반시설 등 전후방산업을 통합한 것으로 정부의 핵심 수출 전략 사업 중 하나다.
주목할 점은 전후방산업의 수출이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팜 사업 수출액은 이 기간 2억5510만달러로 전년 대비 197.4% 늘었다. 농약은 4억880만달러로 104.9%, 종자는 4620만달러로 9.0% 각각 증가했다. 특히 스마트팜의 경우 정부의 정상외교 세일즈에 힘입어 수출과 수주액이 전년보다 3배 가까이 성장했다. 정보통신기술(ICT), 사물인터넷(IoT)은 물론 최근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농작물이나 가축 생육 등에 접목하면서 국내 스마트팜 기술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국산 농약 역시 한국 기업이 자체 개발한 제초제가 미국, 호주 등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으면서 수출액이 4억1000만달러로 같은 기간 2배 성장했다. K-푸드에 대한 인지도에 힘입어 농업기술 등 부가산업으로 확대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추세는 K-농기계의 수출 실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농식품부가 집계한 지난해 전체 농기계 수출액은 17억4200만달러로 2018년(10억4200만달러) 대비 67.1% 많아졌다. K-농기계의 수출을 견인한 품목은 트랙터로 이 기간 수출 13억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K-농기계의 인기로 업계 1위 대동은 지난해 1조4640억원, 2위인 TYM 역시 1조1660억원을 기록하며 나란히 1조원대 매출을 달성했다. K-농기계의 성장을 이끈 것은 정부의 농업기계화 시행계획에 따른 전폭적인 지원이 꼽힌다. 정부는 1978년 농업기계화촉진법 제정 지난해 제9차 기본계획(2022~2026년) 비전을 발표했다. 눈에 띄는 것은 정부가 수확, 잡초제거, 김매기, 과수운반 등 업무를 세분화한 로봇 개발을 추진하는 점이다. 아울러 스마트 농기계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정비 인력을 양성하는 등 정부가 지속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우량종자 개발 사업도 K-농업기술의 주요 성과다. 농촌진흥청이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KOPIA)을 통한 필리핀의 벼 우량종자 보급 사업이 대표적이다. 농촌진흥청은 2010년부터 2016년까지 필리핀 현지 적응성이 뛰어난 벼 품종인 ‘밀양23’, ‘MS11’ 등을 선발하고 재배기술을 개발해 필리핀 농사 소득을 기존보다 1.3배 증가하는 데 기여했다. 케냐에서는 바이러스가 없는 건전 씨감자를 보급해 감자 농가의 생산성을 2배 향상시켰다. KOPIA 사업은 그동안 개발도상국 20여개 이상 국가에 맞춤형 농업기술을 개발, 보급하면서 빈곤퇴치에 큰 힘이 됐다.
농촌진흥청은 지속적으로 K-농업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한우 스마트 도축 이력관리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는 한우 입고부터 도체, 반출에 이르는 도축 모든 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동안 전화나 대면으로 신청해온 출하 예약을 온라인으로 대체하고, 도축공정 이력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비슷한 시기 도라지, 더덕, 잔대 등 초롱꽃과의 표준유전체 서열을 해독해 각 작물을 판별하는 분자표지도 개발했다. 농촌진흥청은 “농산업 현장에서 생산성 향상을 이룰 수 있도록 K-농업 기술의 지속적인 개발을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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