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 슈퍼 을(乙)인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을 향한 우리 정부와 기업들의 러브콜이 계속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ASML을 방문하면서 2025년 도입이 본격화할 차세대 극자외선(EUV) 장비 확보에도 ‘파란불’이 켜졌다.
이재용·최태원 회장은 경제사절단으로 윤 대통령의 11~15일 네덜란드 순방 일정에 동행하며 12일 ASML을 방문한다. 윤 대통령이 네덜란드와의 반도체 산업 협력 강화를 위해 현지를 찾는 만큼 국내 반도체 양강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대표하는 두 총수가 함께한 것이다.
우리 정부와 기업이 ASML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ASML이 하고 있는 독보적인 사업 때문이다. ASML은 7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 공정에 필수로 쓰이는 EUV 노광 장비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곳이다. 2㎚ 이하 공정에 쓰일 차세대 EUV 장비인 ‘하이 뉴메리컬어퍼처(NA)’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장비 공급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최신 노광 장비를 원하는 반도체 기업들이 줄을 서 있다 보니 장비 확보가 곧 초미세 공정 경쟁력이 됐다. ASML은 지난해 자사 행사를 통해 EUV 생산능력을 2026년까지 90대, 하이 NA 생산능력을 2028년까지 20대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반도체 업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TSMC, 미국 인텔 등이 EUV에 이어 하이 NA를 공급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다수 기업은 공급 계약을 마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에서 2025년 2㎚ 공정을 선보이겠다고 예고한 만큼 이에 맞춰 하이 NA를 도입한다. 이 회장은 이를 위해 지난해 6월 네덜란드를 찾아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와 만나는 등 ASML과 긴밀한 네트워킹을 쌓고 있다. 그해 11월에는 베닝크 CEO가 방한, 한국 국내 지사 규모를 두 배로 키우겠다며 국내 기업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ASML과의 협력 및 장기 투자 차원에서 ASML 지분 158만407주(9월 말 기준, 0.4%)도 보유 중이다.
SK하이닉스도 ASML의 EUV와 하이 NA가 필요하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EUV 장비를 적용해 10나노급 4세대(1a) D램을 처음 양산했다. 첨단 파운드리 사업을 하지 않아 지금 당장 하이 NA 도입 과제가 시급하진 않지만 초미세 공정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추후에는 하이 NA 도입까지 검토해야 한다. 사전 작업으로 ASML이 세계 최대 반도체 연구소인 벨기에 아이멕(IMEC)과 내년 선보일 하이 NA 테스트랩에서 ASML과 기술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
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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