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사장단 인사 및 조직개편을 마무리한 가운데 반도체 전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한 이재용 회장과 최태원 회장의 엇갈린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인물 교체를 최소화하며 변화보다는 ‘안정’을, SK하이닉스는 성과 중심의 파격적인 인물 발탁과 과감한 조직개편을 통해 ‘변화’에 방점을 맞췄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상승 사이클을 앞두고 다른 노선을 취한 삼성과 SK하이닉스의 행보가 내년 경쟁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눈길을 끈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 부진에도 불구하고 경계현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사장을 필두로 박용인 사장(DS부문 시스템LSI사업부장), 최시영 사장(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장), 강인엽 사장(DS부문 미주총괄) 등 대부분의 인사를 유임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아직 해소되지 않는 등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삼성의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전략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사업 초기 단계부터 함께해온 현 사장단 체제의 지속이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전략은 이재용 회장 ‘뉴 삼성’ 선언의 핵심으로,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삼성전자의 중장기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 반도체 분야 연구개발 및 생산시설 확충에 2030년까지 171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글로벌 불확실성, 반도체 산업 다운사이클 등 대내외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효율적인 투자 집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기존 인물을 통해 사업의 연속성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경계현 사장은 서울대 제어계측공학과 출신으로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에서 플래시설계팀장, 플래시개발실장, 솔루션개발실장 등을 맡아온 메모리 반도체 전문가다. 박용인 사장과 최시영 사장은 연세대에서 각각 전자공학과 재료공학을 전공했고, 강인엽 사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나왔다. 이들은 모두 삼성전자 시스템LSI 비즈니스를 성장시킨 반도체 전문가다.
반면 최태원 회장은 반도체 혁신을 위해 SK하이닉스 사장단 인사에 변화를 줬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인사 및 조직개편에서 기존 박정호 부회장, 곽노정 사장 기존 2인 체제를 곽노정 사장 단독 대표체제로 전환했다. 첨단 반도체를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개편하고 있는 만큼 곽 사장을 중심으로 기술 경영에 힘을 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아울러 HBM(고대역폭메모리) 관련 역량과 기능을 결집한 AI인프라 조직을 신설해 김주선 GSM(글로벌세일즈&마케팅)담당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AI인프라는 그동안 부문별로 흩어져 있던 HBM관련 역량과 기능을 결집한 ‘HBM 비즈니스’와 기존 GSM 조직, 차세대 HBM 등 AI 시대 기술 발전에 따라 파생되는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는 ‘AI&넥스트’ 조직으로 나뉜다. 또 조직개편을 통해 CEO 직속의 ‘기반기술센터’도 신설했다.
우선 승기는 SK하이닉스가 먼저 잡았다. HBM 대응이 삼성전자보다 앞선 영향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HBM4세대 제품인 ‘HBM3’ 개발에 성공하면서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 장악력을 넓혀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3분기 SK하이닉스의 D램 시장점유율은 34.2%로 전분기대비 4.2%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39.6%(2분기)에서 38.9%(3분기)로 0.7%포인트 하락했다. SK하이닉스의 D램 사업이 3분기에 흑자전환한 배경에도 HBM 성장률이 꼽힌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실적 개선도 삼성전자보다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다운턴 극복 의미를 담아 연봉 인상 소급분을 연내 미리 지급하겠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와 노조는 지난 8월 임금교섭을 통해 연봉 인상률을 4.5%로 정하되 분기 영업이익 흑자전환 시 인상분을 소급해 지급하기로 협의한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오는 25일 올해 연봉인상 소급분을 지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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