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위험 평균 59.7% 늘어
이자 부담에 대출의 질 악화
몸집 불리는 부실 처리 비용
![금리 인상 이미지. ⓒ연합뉴스](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3/12/CP-2023-0078/image-f788b36e-c0b5-498b-8550-e75c6753b75d.jpeg)
국내 5대 은행에 잠재된 금리 리스크가 최근 1년 동안에만 1.5배 넘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치솟은 금리로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악화되고 있는 대출의 질이 은행 건전성에도 악재가 되는 모습이다.
고금리 장기화로 연체가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급격히 불어나는 부실대출 처리 비용은 은행권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으로 직전 1년간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의 금리부 자본변동(이하 금리 EVE)은 평균 59.7% 늘었다.
금리 EVE는 금리 변동으로 은행의 자본에 발생할 수 있는 최대 예상 위험을 수치화 한 지표다. 금리의 ▲평행상승 ▲평행하락 ▲단기하락·장기상승 ▲단기상승·장기하락 ▲단기상승 ▲단기하락 등 여섯 가지 금리 충격 시나리오에 따른 리스크를 계산한 뒤, 이 중 은행 자본에 제일 큰 타격을 줄 것으로 관측된 케이스를 최종 결과로 삼는다.
은행별로 보면 같은 기간 신한은행의 금리 EVE 증가율이 85.2%로 최고였다. 나머지 은행들의 해당 수치도 ▲농협은행 84.5% ▲국민은행 71.5% ▲하나은행 48.7% 등 순으로 늘었다. 조사 대상 은행들 중에서는 우리은행의 금리 EVE만 29.3% 줄었다.
은행권의 금리 리스크가 커진 배경에는 흔들리는 대출 건전성이 자리하고 있다. 대출 이자율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이로 인해 빚을 제 때 갚지 못하는 차주들이 많아지면서 고금리가 은행에도 악영향을 주는 형국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문제는 이처럼 높은 금리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계속 미뤄지면서, 한은도 내년 하반기나 돼야 손을 댈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은행들은 본격적으로 부실채권 정리 작업에 나서는 분위기다. 5대 은행이 올해 1~3분기 상각하거나 매각한 부실채권은 총 3조299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3.3% 급증했다.
은행은 회수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된 부실채권을 상각이나 매각을 통해 처리하게 된다. 상각은 은행이 손해를 감주하고 갖고 있던 부실채권을 아예 장부에서 지워버렸다는 의미다. 부실채권 매각은 채권 원가에 훨씬 못 미치는 돈을 받고 자산유동화 전문회사 등에 이를 넘긴 것이다.
은행은 보통 고정이하여신이란 이름으로 부실채권을 분류해 둔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사가 내준 여신에서 통상 석 달 넘게 연체된 여신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금융사들은 자산을 건전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로 나누는데 이중 고정과 회수의문, 추정손실에 해당하는 부분을 묶어 고정이하여신이라 부른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가 정점을 찍고 내려가더라도 부실채권은 한 동안 확대 흐름을 지속할 것”이라며 “은행들의 고금리 리스크 관리는 내년에도 내내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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