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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형 회계법인으로 기업 경영 컨설팅에 명성이 높은 삼정KPMG가 내년에는 본격적인 인공지능(AI) 기술 상용화에 힘입어 반도체와 스마트폰 시장이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자동차·해운·건설·유통 업종은 올해 큰 폭으로 성장한 기저 효과와 각종 규제 등에 발목이 잡혀 내년에는 성장에 한계를 맞고 부진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삼정KPMG는 국내 23개 주요 산업에 대한 내년 전망을 담은 보고서를 11일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삼정KPMG는 2020년부터 업계 최초로 매년 ‘국내 산업 전망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삼정KPMG는 우선 반도체·휴대폰·조선·화학·에너지·바이오·항공·미디어·식품·화장품·손해보험 등 11개 산업은 내년에 신규 상품 및 서비스를 내놓고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면서 시장 외연을 확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 산업에 속한 기업들은 활발한 해외시장 공략을 통해 수요를 늘려 수익성을 높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반도체 산업의 경우 내년 글로벌 시장은 올해보다 13.1% 성장하면서 올해 9.4% 줄었던 규모를 만회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삼정KPMG는 특히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내년에 44.8%나 성장하는 만큼 AI 반도체 등 신사업 분야에 주목해 투자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실상 AI기술 상용화 원년을 맞아 반도체 업계의 성장 사이클이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수혜가 클 것으로 예상했다.
스마트폰 시장은 내년 온디바이스 AI 기능 탑재 제품 출시에 힘입어 3.8% 신장할 공산이 크다고 봤다. AI를 비롯한 고가 제품 시장과 달리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의 경우 중국산 중저가 제품의 영향으로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고 짚었다.
삼정KPMG는 에너지 부문도 새해 국내 수요가 2.6% 증가하며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점쳤다. 가스발전 부문의 수요 증가와 신재생·원자력에 대한 강력한 정부 정책이 총에너지 소비 증가를 주도하는 데 반해 석탄 수요는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소형모듈원전(SMR) 등 차세대 원전 사업과 가스 수입국 다각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손해보험 업계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의 본격적인 시행에 따른 손해율 하락, 실손 보험료 조정 등에 힘입어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분석했다. 삼정KPMG는 그러면서 자동차 보험료 인하가 수익 성장에 제동을 걸 것이라고 보고 경기 변동성 확대에 대비한 대출채권 연체 등 건전성 관리를 살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반려동물보험(펫보험), 디지털 헬스케어와 같은 신사업 육성책도 손해보험 업종 투자 때 따져봐야 할 부분으로 지목했다.
삼정KPMG는 이와 달리 디스플레이·해운·자동차·철강·건설·게임·유통·패션·은행·증권·카드·생명보험 등 12개 업종은 내년 전망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해운·건설·증권·카드 부문은 전망 자체를 아예 ‘부정적’이라고 표시해 실적과 주가 흐름에 대한 기대를 높이기 힘들 것으로 단언했다.
올해 최대 실적을 올린 현대차(005380)·기아(000270) 등 자동차 기업은 내년에는 내년에는 성장세가 멈출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전기차 가격 인하 흐름도 악재로 꼽았다. 내년 글로벌 자동차 판매·생산량 증가율 자체는 올해보다 각각 4.2%, 2.2% 증가할 것으로 평가했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중국의 가격 경쟁력과 테슬라의 스마트카를 뛰어넘을 국내 기업의 전기차 대응 전략이 강화돼야 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산기에 액정표시장치(LCD)·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정보기술(IT) 기기 수요가 단기에 증가한 덕을 본 디스플레이 산업 역시 내년에도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봤다. 차량용 디스플레이, 증강현실(XR) 기기 등 고부가가치 제품군 전략 선제 수립 여부가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게 삼정KPMG의 분석다.
삼정KPMG는 게임과 유통산업도 소비자 수와 시장 크기가 정체되면서 내년 큰 폭의 성장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했다. 삼정KPMG 관계자는 “내년 국내 산업은 글로벌 경제의 제한적인 성장, AI 확산을 통한 산업구조 개편 등에 직면할 것”이라며 “국내 기업은 거시경제 환경과 더불어 산업별 변화를 면밀히 검토해 부상하는 업종에 선제 대응하는 등 맞춤 전략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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