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법이 통과돼도 크게 기대가 안 되네요. 재건축한다고 해도 사업성도 떨어지고 주민들도 수억 원대 부담금 낼 여력이 없고요. 재건축이든 리모델링이든 모두 반대하는 주민들도 많아요.”(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공인중개사 A씨)
11일 찾은 일산신도시 일대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1기 신도시 특별법(노후계획도시 재정비를 위한 특별법)’이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말했다. 아직 특별법이 본격 시행되기 전인 데다 용적률이 이미 높은 편이라 건축비 대비 수익성이 낮은 점 등도 원인으로 꼽힌다.
일산서구 주엽동 공인중개사 홍모씨는 “특별법 소식에도 부동산 중개업소들조차 기대감이 낮다. 매매 거래도 거의 없고 가격은 멈춰 있다”며 “용적률 한계 때문에 주민들 부담금이 높아 재건축이 활성화돼도 문제, 안 돼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단지들 대부분 15~20층인데 재건축으로 기껏해야 30층으로 높이면 사업성이 나오겠냐”며 “용적률이 최고 500%까지도 가능하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적용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주택산업연구원 연구 결과 일산신도시는 용적률 180% 초과 단지는 56%에 이른다. 재정비 시 주민들 자기 부담 수용한도는 1억원 이내가 53%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3억~4억원이라고 응답한 답변은 3%에 불과했다.
일산동구 마두동 공인중개사 고모씨는 “원래는 특별법이 통과되면 집값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는데 두세 달 전부터 매수 문의가 뚝 끊기면서 지금 시장 반응은 별다를 것이 없다”며 “아직 특별법 윤곽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고 고금리와 대출 규제 때문에 (특별법 통과) 영향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산신도시 일대는 재건축 자체에 대한 기대감이 낮다는 의견도 있었다. 일산서구 공인중개사 B씨는 “여기 사는 분들 중에 기본적으로 분담금 3억~4억원씩 낼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며 “같은 1기 신도시 중에서도 분당처럼 집값이 뛴 곳은 팔고 나와서 이사 갈 데가 있지만 여기선 집을 팔아도 갈 데가 없다”고 했다. 이어 “리모델링도 벌써 5년 전부터 논의했는데 아직 시작도 못한 상황인데 재건축은 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차라리 집값 관련해서는 서울시 편입 이슈가 더 기대감이 높다”고 말했다.
특별법 통과에도 얼어붙은 분위기는 일산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1기 신도시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 8월 25일부터 이번 달 8일까지 매주 하락하며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산본신도시와 일산신도시는 지난 한 달간 각각 0.14%, 0.11% 하락해 하락 폭 1·2위를 기록했다.
거래 자체가 뜸한 가운데 하락 거래도 이어지고 있다. 일산서구 주엽동 강선8단지롯데 전용 71㎡는 지난 8일 최고가 대비 29% 떨어진 4억4000만원에 매매됐다. 문촌7단지주공 전용 49.7㎡는 지난 7일 최고가보다 36% 하락한 3억400만원에 거래됐다. 강선9단지화성 전용 57㎡도 지난 5일 최고가 대비 33% 하락한 3억원에 팔렸다. 군포시 산본동 세종주공6단지 전용 84㎡는 최고가보다 2억원가량(25%) 떨어진 5억9500만원에 지난 2일 거래됐다.
다만 특별법이 내년 4월 본격 시행되면 시장 분위기가 바뀔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일산동구 공인중개사 C씨는 “지금은 매수 문의가 없지만 재건축 동의율이 충족돼서 사업 추진이 확실시되면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특별법 시행을 기다리고 있는 주민들도 많다”고 말했다.
노후도시특별법 영향으로 재건축과 리모델링을 두고 주민들 간 갈등 중인 곳들도 많다. 이날 찾은 일산신도시 단지 곳곳에는 리모델링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번에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이러한 단지들에서 갈등은 더 격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리모델링 시범단지인 강촌마을14단지, 문촌마을16단지 등은 시공사 선정과 분담금 통보 이후 주민들 반대가 커진 상황이다. 주민동의율을 충족하지 못하면 리모델링 사업이 좌초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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