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베트남에 반도체 생산 기지 건립을 추진한다. 베트남을 탈중국 공급망의 대체 국가로 육성하려는 미국 정부와 발맞추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베트남플러스 등에 따르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팜 민 찐 총리 등을 만나 반도체 산업 활성화 방안을 논의한 뒤 이 같은 의사를 전했다. 황 CEO는 “베트남에 엔비디아의 거점을 마련하고 싶다”며 “베트남은 수백만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어 이미 우리의 파트너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황 CEO는 엔비디아와 손잡고 있는 베트남 테크 기업들을 언급하며 협력에 따른 기대를 드러냈다. 황 CEO는 “IT기업 FPT, 전기차 기업 빈패스트의 모기업 빈그룹, 이동통신사 비엣텔 모바일 등은 엔비디아가 협력을 확대하고자 하는 파트너다. 엔비디아와 베트남의 관계는 더욱 깊어질 것”이라며 “(엔비디아의 거점 설립은) 베트남 반도체 생태계와 디지털화 발전에 기여할 전 세계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찐 총리는 황 CEO의 발언에 화답했다. 찐 총리는 기술 분야의 혁신과 협력이 양국 관계의 중요한 기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찐 총리는 베트남 정부가 반도체 분야 발전을 최우선으로 둘 것도 약속했다. 베트남 정부는 2030년 반도체 고급 엔지니어 5만명 달성 등을 목표로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베트남에는 인텔의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조립 공장도 있다.
엔비디아의 행보는 베트남과 밀착하는 미국 정부의 움직임과 궤를 같이한다. 미국과 베트남은 지난 9월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 지난 2016년 미국이 대(對)베트남 무기 수출 금지 조치를 해제한 이후 빠른 관계 개선이 이뤄진 것으로, 미국 정부는 베트남에 F-16 전투기 등을 인도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탈중국 공급망 구축에도 베트남은 중요한 거점이다. 베트남은 중국에 이어 희토류 매장량 세계 2위 국가다. 전자 기기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보크사이트, 크로마이트 등을 생산한다.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수출 제한에 대응해 자원 무기화 전략을 펼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베트남이 중국 의존도가 높은 희토류를 공급해줄 대안으로 거론된다.
엔비디아도 대(對)중국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바이든 대통령의 국빈 방문 당시 베트남 최대 정보기술(IT) 업체인 FPT와 통신사 비엣텔, 빈그룹과 함께 클라우드·자동차·의료 AI 부문에서 협력하기로 발표한 바 있다. 엔비디아는 베트남에 2억 5000만 달러(약 3300억원)를 투자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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