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작년 6월 국무회의서 ‘반도체’ 특강
같은 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ASML 찾아 EUV 장비 확보 담판
1년 6개월 뒤 민‧관 함께 ASML 방문…반도체 초강대국 위한 동맹 확보
2022년 6월 7일. 취임 한 달을 맞은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특강’을 진행했다.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 소장을 지낸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본인과 국무위원들을 대상으로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이해와 전략적 가치에 대해 강의해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당시 윤 대통령은 “국무위원 모두가 첨단 산업 생태계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어떻게 구성됐는지를 알아야 한다. 과외 선생을 붙여서라도 반도체에 대해 더 공부해오라”면서 반도체 산업 육성 지원에 범 부처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반도체가 가진 안보전략적 가치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이날은 국내 반도체 산업을 이끄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첨단 반도체 장비를 확보하기 위해 네덜란드로 출국한 날이기도 하다. 당시 이 회장은 반도체 업계 ‘슈퍼 을(乙)’로 불리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을 방문, 피터 베닝크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물량을 추가로 확보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민‧관이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리더십 확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 뛰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1년 반이 지난 11일. 이번엔 민‧관이 함께 네덜란드행 비행기에 올랐다. 11~15일로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에 이재용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동행한다.
이번 방문 일정에 ASML 사업장이 포함돼 있음은 물론이다. 한국 반도체 산업의 양대 축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이끄는 두 수장은 윤 대통령,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과 함께 벨트호벤 소재 ASML 본사를 찾는다.
ASML은 최신 노광장비가 생산되는 클린룸을 외국 정상으로서는 최초로 윤 대통령 일행에게 개방한다. 피터 베닝크 ASML CEO와의 만남도 예정돼 있다.
ASML이 독점 생산하는 EUV 노광장비는 파운드리 초미세 공정 제품 생산의 핵심이다. 7나노미터(nm·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공정에는 EUV 노광장비는 반드시 필요하다. 한정된 웨이퍼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미세하게 회로를 새기는 것은 반도체 성능과 직결된다. 회로가 미세할수록 웨이퍼에서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 칩 수도 증가해 생산능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메모리반도체를 넘어 글로벌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시장까지 지배하겠다고 선언한 삼성전자의 경우 현재 파운드리 업계 1위인 대만 TSMC와의 경쟁을 위해 충분한 EUV 노광장비를 조달하는 게 시급하다.
네덜란드는 ASML 외에도 세계 최고의 원자층증착(ALD) 장비 업체인 ASM, 차량용 반도체 세계 선두 주자인 NXP 등도 보유하고 있다. 윤 대통령 일행은 이번 네덜란드 방문 길에 이들 기업인들과의 만남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네덜란드 방문에 앞서 가진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반도체 협력은 이번 순방에서 가장 역점을 두는 부분”이라며 “반도체가 양국 관계의 중심축”이라고 밝혔다.
귀국행 비행기에 실릴 가장 큰 성과물도 네덜란드와의 ‘반도체 동맹’ 성과물이 될 여지가 크다. 윤 대통령과 참모들이 네덜란드 정부와 협력의 틀을 짜면 이재용 회장과 최태원 회장이 구체적인 협력 방안으로 내용을 채우는 민‧관 팀플레이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EUV 노광장비 공급은 물론, 차세대 기술 연구·개발 협력, 전문인력 양성 등 양국 정부와 기업들간 다양한 협력 방안이 도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시장점유율을 10%로 끌어올린다는 윤 정부의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전략과,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삼성의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전략은 방향성과 시기 모두 일치한다”면서 “이번 네덜란드 방문은 이같은 공동 목표를 향한 여정 중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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