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 컸던 CJ CGV·롯데오토리스 발행 수요 예측서 완판
비수기에도 안정적 투자 수요…A급 비우량채로 온기 확산
회사채 시장이 계절적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미국 긴축 종료와 연초 효과에 대한 기대감으로 기지개를 펴고 있다. CJ CGV와 롯데오토리스 등의 수요 예측 흥행으로 A급 비우량채로도 온기가 확산되면서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회사채 발행에 참여할 전망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기업들이 순조롭게 투자 수요를 확보하면서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CJ CGV는 지난 6일 2년 만기 20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 예측을 진행한 결과 100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으면서 3년 만의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다. KDB산업은행이 인수단으로 참여해 1000억원을 인수하기로 한 덕분에 사실상 완판을 기록한 셈이다.
CJ CGV는 공모 희망 금리밴드로 연 7.00~7.20%를 제시해 금리가 7.20%로 결정됐다. 지난 2020년 12월 2000억원 어치 수요 예측 당시 1990억원의 미매각이 발생한 감안해 회사 측은 높은 금리 수준을 제시했고 월 이자 지급 방식도 추가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당시 대규모 미 매각이 난 것은 CJ CGV가 코로나19로 인한 업황 악화로 신용등급이 ‘A-(부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올해는 신용 전망이 ‘A-(안정적)’로 상향돼 리스크가 완화된 데 이어 회사채 시장의 투자 심리가 나아지면서 일각의 우려와 달리 미매각을 면하게 됐다.
롯데오토리스도 지난 5일 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목표액의 3배가 넘는 1840억원의 매수 주문이 몰렸다. 1.5년물 300억원 모집에 590억원, 2년물 200억원 모집에 1250억원의 수요를 확인하면서 최대 1000억원까지 발행금액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롯데오토리스의 신용등급은 ‘A-(안정적)’ 수준이지만 롯데렌탈이 지급 보증을 하고 있어 롯데렌탈의 신용등급과 동일한 ‘A+(안정적)’급으로 회사채 발행을 진행했다.
업계는 CJ CGV와 롯데오토리스의 수요예측 흥행을 두고 회사채 시장의 온기가 비우량채에도 퍼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에는 고금리로 기관들이 비우량 회사채에 대한 투자를 꺼리면서 ‘AA-급’ 이상 우량물에만 자금이 집중되는 흐름이 이어졌다. 신용등급 ‘A+’급인 SK온도 지난 10월 24일 800억원어치 2년물 모집에서 150억원의 미매각을 냈다.
그러나 11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물가 지표 발표 이후 미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 기대감이 커지면서 회사채 전반의 투자심리가 개선됐다.
통상 채권시장은 회계장부를 마감하는 연말을 앞두고 유동성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지만 금리 정점론이란 인식에 막판 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는 점에서 금리가 떨어질 경우(채권 가격 상승) 시세 차익을 노릴 수 있어서다.
새해에 기관이 자금을 푸는 연초 효과 기대감과 함께 금융당국이 채권·단기자금 시장안정 조치를 1년 더 연장한 것도 긍정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정혜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위원회의 시장 안정화 조치 연장 결정으로 내년 기업 입장에서 정책기관의 도움을 얻을 근거가 확보됐다”며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을 통해 취약 업종이나 비우량물 중심으로 자금 조달 여건에 활로가 뚫린 셈”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연초 회사채 시장에 대한 기대감과 달리 조달 금리의 부담감은 여전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금리가 하향 안정화 되고 조달 만기 비중을 다각화해야하는 점을 고려하면 기업들은 올해보다 회사채 발행을 늘려갈 것”이라며 “다만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의 조달 금리가 2% 수준이었고 현재 4% 수준으로 여전히 높아 기업들의 조달 금리 부담은 지속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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