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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펀드가 움직인다…내년 주총서 영향력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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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펀드가 움직인다…내년 주총서 영향력 키운다
한국앤컴퍼니 본사 전경. 사진 제공=한국앤컴퍼니

내년 초 상장법인의 정기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확대를 요구하는 행동주의 펀드의 움직임이 분주해질 전망이다. 최근 경영 참여형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가 한국앤컴퍼니(000240)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주주행동주의 저변도 확대되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요 행동주의 펀드인 트러스톤자산운용(태광산업·BYC),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JB금융지주),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안다자산운용(KT&G(033780)),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KISCO홀딩스) 등이 주주제안을 제출했으나, 정기주총에서 모두 부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행동주의펀드가 주총에서 줄줄이 고배를 마셨으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움직임은 꾸준하다.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는 이달 초 KT&G를 상대로 사장 후보 선임 절차를 개선해달라는 공문을 발송해 차기 사장 후보 검증 기간을 갖고 외부에 후보 자격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KT&G는 차기 사장 후보자 선정 과정에서 연임 의사를 밝힌 현직 사장을 다른 후보자에 우선해 심사할 수 있는 조항을 삭제하고, 사장 선임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엘리베이(017800)터를 상대로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해온 KCGI도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 KCGI운용은 최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등기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사임이후에도 경영구조 개선과 기업가치 정상화, 자사주 전량 소각 등을 요구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이달 중순께 행동주의 활동을 통해 주주가치 확대가 예상되는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앞뒀다.

행동주의펀드가 올해 자본시장에서 지배구조 개선을 목표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내년에도 존재감을 키울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상법상 주주제안은 주주총회 개최일 6주 전까지 서면으로 제출해야 하는 만큼, 연말연초로 갈수록 행동주의펀드의 움직임은 더욱 분주해질 전망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주주총회의 주요 안건들은 대부분 기업 지배구조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주총은 지배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라며 “주주행동주의를 펼치는 대다수는 1∼2% 지분만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주주들을 같은 편으로 만들었을 때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경영 참여형 PEF의 주주행동주의 행보도 주목된다. 올해 MBK파트너스는 오스템임플란트에 이어 한국앤컴퍼니 등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지분 매입을 시도해왔다. MBK파트너스는 한국앤컴퍼니 경영권 인수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다만 행동주의펀드는 기업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목표를 둔 반면, 경영 참여형 PEF는 경영권 확보를 최종 목표로 공개매수에 나서기 때문에 주주 행동주의와는 일부 차이가 있다.

이를 두고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선 ‘적대적 M&A’ 논란도 나온다. MBK파트너스가 오스템임플란트를 공개매수할 당시 최규옥 전 회장의 지분 9%가량을 인수하고 최 전 회장과 경영권 인수를 위한 논의를 진행했으나, 이번 공개매수는 최대주주인 조현범 회장 측의 동의 없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한 주주행동주의는 SM엔터 대주주였던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반발로 하이브와 카카오 간 경영권 분쟁으로 번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사모펀드가 기업 경영권 인수 이후 기업 가치를 키워 단기 차익을 노린다는 지적이 나오는 한편, 적대적 M&A는 자본시장에서 불법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공격의 빌미를 허용한 최대주주와 경영진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김규식 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기업 가치가 ‘반토막’이 나 있다면 그 자체로 적대적 인수에 노출되는 상황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에 아주 결정적인 시그널이 나왔다”며 “MBK파트너스의 한국앤컴퍼니 인수 시도는 심화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더 이상 묵과하지 않겠다는 자본시장의 선언과도 같다”고 말했다.

서울경제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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