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삼성전자 자회사 하만이 러시아 스피커 제조사 ‘우랄(Урал)’과 2년여 간 이어진 특허 침해 공방 끝에 결국 패소했다. 하만 스피커를 모방해 만든 제품이 불법이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며 기업의 특허권 보호에 비상이 걸렸다.
8일 러시아 매체 ‘RBC’에 따르면 하만은 모스크바 중재법원이 지난 9월 피고 승소 판결한 항소심에 대한 상고를 포기했다. 상고 기한은 지난달 30일까지였다.
하만은 지난 2021년 우랄이 산하 오디오 브랜드 ‘JBL’의 스피커 디자인과 오디오 기술 특허를 무단 도용해 만든 제품을 판매했다며 우랄 파트너사인 유통업체 ‘프로모스타’와 ‘오토오디오센터’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우랄의 ‘TT M-4K’ 등 휴대용 스피커 4개 모델 디자인이 JBL의 ‘익스트림(XTREME)’ 시리즈와 동일하다고 주장했다.
원고와 피고 측은 각기 다른 기관을 통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등을 근거로 내세우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하만은 응답자의 86%가 JBL과 우랄 제품이 유사하다고 봤고, 72%가 우랄의 디자인 복제를 인정한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고 강조했다. 유튜브 스피커 리뷰 영상 등에서 우랄을 ‘러시아의 JBL’로 소개하는 사례도 예로 들었다.
우랄은 응답자의 90% 이상이 양사를 다른 브랜드로 인식하고 있으며 ‘러시아의 JBL’이라는 별칭은 조회수를 올리기 위한 일종의 ‘클릭베이트’라고 해명했다. 특히 문제가 되는 제품의 원통형 디자인은 시중에 출시된 대부분 휴대용 스피커가 기술적 편의성을 위해 채택한 것으로, JBL의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다는 주장은 과도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모스크바 중재법원은 작년 3월 열린 1심 재판에서 우랄의 손을 들어줬다. 하만은 곧장 항소했지만 같은해 5월 패소했다. 항소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기 위해 지난해 7월 파기법원에 상고했으나 올 9월 또 우랄이 승소했다. 하만이 우랄에 법적 비용 1억2000만 루블(약 17억원)을 지불하라고 명령했다.
법원은 “원고의 주장은 본질적으로 원통형 모양을 가진 모든 브랜드의 오디오 장치를 제조할 수 있는 독점권에 대한 주장으로 귀결된다”며 “이는 법원에서 정당하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문에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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