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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조트씨티 첫 단추 ‘삐걱’…‘왕길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 흥행 참패 왜?

이투데이 조회수  

자료제공=DK아시아왕길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 투시도.

DK아시아가 인천 서구 왕길동 일원에 공급한 ‘왕길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의 흥행이 좌초됐다. 국내 최초 리조트 단지를 표방하며 고급화·차별화 전략을 내세웠지만, 전 타입에서 미달이란 씁쓸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다. 업계 안팎에선 수요자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비싼 분양가와 아쉬운 상품성 등을 지적하며 예견된 결과였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때문에 전략 수정 없이는 DK아시아가 향후 8개 사업지를 연결해 조성할 ‘로열파크씨티’의 흥행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8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이달 6일 마감된 왕길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의 일반분양 1409가구 모집 결과, 총 691명이 접수해 평균 경쟁률 0.49대 1로 전 타입 미달됐다.

왕길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이하 왕로푸)는 DK아시아가 인천 서구 일대에 2만1000여 가구 규모로 조성하는 국내 최초 ‘프리미엄 리조트특별시’의 첫 시범단지다. 대우건설이 시공을 맡아 지하 2층~지상 29층, 총 1500가구 규모로 지어진다. 입주예정일은 2024년 9월이다.

DK아시아는 입주민을 ‘로열파크씨티즌’으로 명명하고, 강남3구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기반시설을 조성해 대한민국의 헤리티지(Heritage)로 남을 ‘100년 도시’로 만들겠다고 홍보해 왔다.

특히 조경시설에 공을 들였다. 국내 최고 수준의 조경을 조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60년 조경사업 노하우를 가진 삼성물산 리조트 부문과 전략적 업무협약을 맺었다. 대형 전나무를 심어 전나무 숲을 만들고, 800m 길이의 프라이빗 산책길, 고급 수종인 팽나무와 대왕참나무, 메타쉐콰이어 등을 식재한 테마숲길도 조성한다. 또 형형색색의 자수화단을 비롯해 유럽식 분수와 수경 공간, 티하우스도 들어선다. 최근에는 조경, 상품성 등 가치 상승을 위해 대우건설과 1233억 원 규모의 공사비 증액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커뮤니티 시설도 남다르다. 아난티 리조트를 모티브로 한 6성급 실내 수영장을 비롯해 10개 타석을 갖춘 30m 길이의 복층형 인도어 골프연습장, 프리미엄 유럽형 프라이빗 영화 상영관 등이 들어선다. 영화 상영관의 경우 강남 하이엔드 아파트 ‘디에이치자이개포’의 디에이치 시네마, 사운드 프리미엄 영화관 ‘오르페오 한남·강남’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한 업체와 계약했다. 영화 관람료는 대형 멀티플렉스의 50% 수준이며 관람료 수익은 아파트 운영비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밖에 국내 최대 크기 66ft(피트)급 럭셔리 요트를 통한 유럽형 아라뱃길 썬셋투어 서비스와, 요트 탑승 전용 버스인 ‘로열 다이아몬드 리무진 버스’ 서비스도 제공한다.

자료제공=DK아시아곽병영 대우건설 전무(왼쪽 세 번째)와 김효종 DK아시아 부사장(왼쪽 네 번째) 등 관계자들이 ‘왕길역 로열파크씨티’ 공사비 증액 계약 체결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처럼 고급화, 차별화 전략을 앞세운 왕로푸의 흥행이 참패한 이유로는 비싼 분양가가 꼽힌다. 단지의 분양가는 최고가 기준 △전용 59㎡ 5억4050만 원 △전용 74㎡ 6억6700만 원 △전용 84㎡ 7억3700만 원이다. 이는 시세 대비 두배 가량 비싼 수준이다. 단지와 인접한 ‘검단 SK뷰’ 전용84㎡ 시세는 4억 후반대로 형성돼 있다. 앞서 DK아시아가 분양한 ‘검암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 분양권 역시 지난달 4억3758만 원에 팔렸다.

인천 전체 시세와 비교해도 가격 메리트는 떨어진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인천의 올해 10월 가구당 평균 매매가는 4억4172만 원이다. 서울의 평균 전세가 역시 6억437만 원인 점을 고려하면, 왕로푸의 분양가는 시장이 소화하기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유상옵션인 발코니 확장 비용도 비싸다. 전용 84㎡의 확장비용은 2430만 원으로, 서울 분양 단지들 보다 높다. 최근 서울 마포구 아현동에 공급된 ‘마포 푸르지오 어반피스’ 동일 평형의 발코니 확장비용은 1953만 원~2207만 원이다. 왕로푸 모집공고문에 따르면 단지는 발코니 확장을 고려해 설계돼 비확장형 세대를 공급하지 않는다. 사실상 발코니 확장이 강제사항인 셈이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은 “소비자들이 선택하는 최우선 기준은 분양가다. 검단 주변 다른 신축을 매수하는 등 선택지가 많기 때문”이라며 “하반기 시장 침체로 불안감이 커진 상황에서 왕로푸의 분양가와 옵션 비용은 시장이 소화하기에 부담되는 수준이다”고 말했다.

자료제공=DK아시아DK아시아 주택전시관 모습.

강조했던 상품성도 아쉽다는 지적이다. DK아시아는 리조트 단지에 걸맞은 프리미엄 옵션을 내세웠지만, 정작 이를 확실히 구현할 대형 평형이나 펜트하우스 타입이 없다.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고급 타입을 매수하길 원하는 수요를 충족시키기엔 부족한 것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일각에선 아쉬운 상품성과 경쟁력 없는 분양가의 배경에 시행사 DK아시아의 수익성 악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이 나온다. DK아시아가 10여년 간 사업 부지를 보유하면서 이자 비용과 공사비가 급등하자, 무리하게 분양가를 산정했다는 추측이다.

실제 왕로푸는 후분양 단지인 탓에 골조를 바꿔 상품성을 끌어올리긴 어렵다. 10월 말 기준 단지의 공정률은 60.1% 수준이다. 이 때문에 DK아시아가 조경과 커뮤니티 시설에 추가 비용을 투입해 고분양가를 상쇄하려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분양업계 전문가는 “시행사가 수익성을 위해 무리한 분양가를 산정하고, 이를 수요자들에게 납득시키기 위해 조경, 커뮤니티 시설에 힘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다양한 커뮤니티시설이 흡족할 수 있지만, 입주 후 이용료가 관리비에 포함될 수 있단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평했다.

DK아시아 측은 고분양가란 여론을 인지한다면서도, 고급단지를 조성해 삶의 질을 올리는 것을 추구했다고 설명했다. 향후 물량의 분양가 조정 여부에 대해선 답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DK아시아 관계자는 “도시개발사업 특성상 부지 구입과 지자체의 인허가 등으로 장기간 시간과 비용이 투입된다. 분양가 산정 시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순 없다”고 말했다. 이어 “분양가상한제 수요와 고급 단지에 대한 수요가 분산된다고 본다. 이번 청약에 접수한 분들은 로열파크씨티가 추구하는 수요에 부합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자료제공=DK아시아DK아시아가 조성 중인 리조트특별시 조감도

한편 왕로푸가 저조한 성적을 거두면서, DK아시아가 추진 중인 ‘로열파크씨티’ 사업이 첫 행보부터 어긋난 모양새다. DK아시아는 총 123만 평, 8개 사업지를 특화 브릿지로 연결해 건물과 공간이 단절 없이 조화를 이루는 리조트특별시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프리미엄 도시브랜드 로열파크씨티를 론칭하고, 대대적인 홍보를 진행해왔다.

DK아시아는 ‘로열파크씨티’ 홍보를 위해 국내 건설·시행업계 최초로 글로벌 브랜드 광고를 진행했다. 지난해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 첫 광고를 진행한데 이어, 올해 11월엔 도쿄 시부야에도 광고를 내보냈다. 내년 1월 부터는 프랑스 파리에서도 브랜드 광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왕로푸는 해당 프로젝트의 첫 번째 시범단지로, 앞서 분양한 ‘검암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 보다 한층 커진 스케일과 상품성을 적용해 흥행 여부에 이목이 쏠렸다.

이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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