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상승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1만건을 밑도는 ‘역대급 입주 절벽’이 예상되면서 전세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고금리로 집을 사는 대신 전세로 눈을 돌리는 수요가 늘어나는 데다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 등 비아파트에 대한 불안이 여전해 아파트로 수요가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입주 절벽이 전세 시장의 뇌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전셋값 상승은 불가피하다며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 경우 일부 지역에서는 전세 대란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2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한 주 전보다 0.17% 상승하면서 27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수도권 전셋값 상승률도 0.16%로 22주째 상승 중이다.
전셋값 상승세는 실거래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3월 입주한 강남구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전용면적 84㎡는 지난 3~4월 7억~8억원대에서 전세 계약이 체결됐지만 지난 1일 14억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강남구 도곡렉슬 아파트 전용면적 84㎡ 전세 역시 지난 3월 10억 5000만원에서 지난달 13억원대로 올랐다.
전세값 상승에 ‘역전세’ 우려도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전세계약 갱신 시 집주인이 전세보증금 일부를 돌려주는 사례가 나타났지만, 최근엔 기존 계약보다 보증금을 올리는 계약 이 대부분이다. 부동산R114 조사 결과, 올해 7∼10월 체결된 전월세 재계약(갱신계약) 중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경우는 34.5%로, 올 상반기(32.8%) 대비 1.7% 포인트 상승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전고점 대비 낮아진 전셋값과 대출금리 안정, 높아진 월세 등으로 아파트 전세수요가 늘어나면서 전셋값을 밀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기존 아파트 전세매물까지 빠르게 줄면서 전셋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이날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전세매물은 3만5349가구로 올해 1월1일 대비 35.4% 감소했다.
문제는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사상 최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셋값 상승을 부채질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는 데 있다. 부동산R114의 서울 아파트 공급데이터에 따르면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1만921가구로 나타났다. 연도별 수치가 집계된 1990년 이후 최저치로 직전 최저(2013년 1만6420가구)의 67% 수준이자 올해 입주 물량(3만2795가구)의 3분의1 수준에 그친다. 내년으로 예정됐던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1만2032가구 입주 시기가 공사비 분쟁 등의 요인으로 2025년으로 밀린 영향이 크다.
전세사기 여파로 아파트 전월세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점도 전셋값 상승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직방에 따르면 올해 전국 주택 전세거래 총액은 아파트 181조5000억원, 비아파트 44조2000억원으로 조사됐다. 비중을 살펴보면 아파트 80.4%, 비아파트 19.6%다. 주택 전세거래총액에서 비아파트 비중이 20% 미만으로 떨어진 경우는 2011년 주택 임대실거래가가 발표된 이후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전셋값을 올리는 핵심 요인인 입주 물량이 내년 크게 줄어드는 만큼 전셋값 상승세가 지속되고, 일부 지역에서는 전세를 구하기 힘든 전세대란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내년에는 입주, 분양 물량 모두 역대급으로 줄어드는 등 공급이 적어 전세가격 상승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특히 서울은 수요에 비해 전세 물량도 적은 상황이라 전세를 구하기 힘든 지역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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