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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불었던 증권업계의 탈(脫)여의도 바람이 사라졌다. 약 20년 전 사옥을 을지로로 옮겼던 유안타증권이 다시 여의도로 돌아왔으며, 기존의 여의도에 본사를 둔 증권사들도 여의도를 떠나지 않고 있다.
증권업계는 ‘여의도=증권가’라는 공식이 여전하다는 입장이다. IT 기술 발전 등으로 전산시스템이 발달, 비대면 영업이 중요해졌지만, 정보 교류와 네트워킹 등에서 여의도가 갖는 지리적 강점을 무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안타증권은 내년 3~4월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앵커원(브라이튼 여의도 오피스)으로 본사를 옮긴다. 지난 2004년 을지로 본사를 옮긴 지 약 20년 만에 여의도로 복귀다.
상상인증권은 지난해 9월 강남 테헤란로에 위치했던 본사를 여의도 파크원빌딩으로 이전했다. 영업력 증대와 시너지 효과 극대화가 본사 이전의 이유였다.
기존 여의도에 본사를 갖고 있는 증권사들 역시 여의도를 지키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2021년 구사옥 NH투자증권빌딩을 매각하고 파크원 빌딩으로 본사를 옮겼으며, 신한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은 현재 여의도에서 준공 중인 사학연금재단 서울센터로 입주가 예정돼 있다.
국내 증권사의 여의도 본사 비중은 여전히 높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정회원 증권사 61개 중 55.7%가 여의도에 본사를 두고 있다. 해외증권사 지점을 제외한 국내 법인 증권사로 범위를 한정하면, 비중은 69.4%까지 상승했다.
이는 여의도 권역의 오피스 공실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여의도업무지구(YBD) 평균 공실률은 1.4%로 전분기 대비 0.1%포인트 하락했다. 서울 지역 오피스 평균공실률(2.2%)은 물론, 강남업무지구(GBD) 평균 공실률 1.8%보다도 낮았다.
과거 미래에셋증권과 대신증권, 유안타증권 등이 여의도를 떠나면서 주목받은 탈여의도 현상은 사라진 지 오래다. 당시 기술의 발전으로 비대면 영업이 활성화되면서, 지리적 이점은 점차 사라질 것으로 예상됐다. 증권사의 본사 이전 등이 활발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증권업계는 대면 접촉을 통한 영업활동의 중요성을 중시했다. 대부분의 증권사는 여의도를 벗어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여의도가 갖고 있는 상징성과 더불어 영업, 특히 법인영업에서 갖는 지리적 이점을 강조했다. 정보교류나 네트워킹 등이 매우 중요한데, 여의도에 위치했을 때 유리함이 존재한다는 시각이다. 후발주자인 상상인증권이 여의도로 본사를 옮긴 이유로 영업력 강화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IB 등 부서에서 영업에 대한 편의성을 내세워 여의도를 선호하는 목소리가 크다”며 “강남 등 접근성도 을지로보다는 여의도가 더 좋다”라고 말했다.
다만 유안타증권은 이와 관련해 여의도 복귀를 위한 본사 이전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여러 조건을 검토했고, 앵커원이 가장 적합했다는 설명이다.
유안타증권은 지난 2012년 동양사태 발생 때 본사 건물을 매각 후 재임대(세일즈앤리스백) 방식을 선택한 후 임대를 지속해왔다. 작년 4월 캡스톤자산운용이 본사 건물의 새주인이 되면서 재건축 계획을 밝혔고, 이에 본사 이전을 고민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본사)여의도 복귀에 IB부문 영업 등의 지리적 이점 등이 고려됐을 수는 있다”면서도 “앵커원 입주는 여의도 입성이 목적이 아니라, 다양한 선택 후보군 중 우리에게 적합했기 때문에 선택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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