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패로 여겨지던 서울 강남권의 주택 시장이 다시 힘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강남구 아파트값은 하락 전환했고 서초구도 보합으로 돌아섰습니다. 노도강 등 외곽 지역 하락세는 더욱 가팔라지는 분위기고요. 경기 침체와 고금리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수요자들의 매수 의지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아파트 거래량도 눈에 띄게 줄고 있습니다. 서울의 경우 지난 4월 이후 월 3000건대 이상의 매매량을 유지하다가 10월에는 2000건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앞으로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서 매물이 쌓이고 집값이 하락하는 흐름이 확산할 가능성이 점쳐집니다.
강남 하락 전환…노원·강북 하락 폭 커져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셋째 주(20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를 기록하며 보합 전환했습니다. 지난 7월 셋째 주 상승 전환한 뒤 19주 만에 상승세가 멈췄습니다.
지방 아파트값 변동률도 0%를 기록하며 보합으로 돌아섰고요. 수도권의 경우 지난 10월 셋째 주 이후 상승 폭이 지속해 줄면서 0.01%를 기록했습니다.
서울 집값 상승세 둔화 흐름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이번 주에는 0.03%를 기록하며 전주(0.05%)보다 상승 폭이 줄었습니다. 주택 시장 침체 흐름이 전국으로 확산하는 모양새입니다.
서울 내에서는 올해 집값 반등을 이끌었던 강남권의 둔화 흐름이 눈에 띕니다. 특히 강남구 아파트값의 경우 지난 2주간 보합세를 기록하더니 이번 주에는 -0.02%로 하락 전환했습니다. 강남구 아파트값이 떨어진 건 31주 만입니다. 인근 서초구(0.02%→0%)는 보합을 기록했습니다.
송파구(0.07%→0.05%)와 강동구(0.12%→0.07%)의 경우 여전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둔화 흐름이 뚜렷합니다.
서울에서 먼저 하락 전환한 외곽 지역은 하락세가 더욱 가팔라지는 분위기입니다. 노원구(-0.01→-0.04%)와 강북구(-0.01%→-0.03%)는 하락 폭이 커졌고요. 도봉구의 경우 지난주 보합에서 이번 주 -0.01%로 하락 전환했습니다.
전셋값 상승세도 2주째 둔화했습니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 변동률은 전주 0.11%에서 이주 0.10%로 낮아졌고요. 서울도 같은 기간 0.19%에서 0.17%로 상승 폭이 줄었습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매도·매수자 간 희망 가격 차이로 관망세가 깊어지는 가운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축소하고 매수 문의가 감소하면서 일부 단지에서 가격이 조정되는 등 상승 폭이 축소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책 대출 끊기자 거래 ‘뚝’…”매물 쌓이며 집값 하락”
올해 하반기 집값이 빠르게 반등한 데다가 고금리가 지속하고 경기 침체 흐름도 이어지면서 수요자들의 매수 의지가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특히 올해 1월 말 정부가 내놨던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대출이 지난 9월 말 중단된 이후 매수세가 더욱 확연하게 꺾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9월 말 이후 가격 구간별 거래 비중을 살펴보면 6억~9억원대는 감소한 반면 6억원 이하는 증가하는 추세”라며 “주택 거래에 정책모기지의 영향력이 컸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내년 신생아 특례대출 출시 전까지 저가 급매물 위주로 간간이 계약 체결되는 현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실제 정책 대출이 중단된 이후 아파트 매매 거래량도 확연하게 꺾였는데요.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0월 서울의 아파트 매매량은 24일 기준 2281건으로 3000건을 크게 밑돈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고 기한이 이달 30일까지라는 점을 고려해도 지난 4월 처음 3000건을 넘어선 이래 6개월 만에 2000건대로 내려앉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지난 10월 경기도 아파트 거래량도 7000건 대에 머물러 있는데요. 지난 8월 10041건으로 고점을 찍은 뒤 지속해 줄어드는 흐름입니다.
올 하반기 들어 열기를 띠나 싶었던 주택 시장이 빠르게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입니다. 김포시 등 수도권 도시의 서울 편입 논의나 공시가격 현실화율 동결 등의 이슈도 시장에 눈에 띄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관련 기사: 2024년 공시가격 현실화율 ‘동결’…개편안은 내년 하반기에(11월 21일)
여 수석연구원은 “일부 지역이나 계층에 한정된 이슈보다는 부진한 거시 경제 흐름과 녹록지 않은 대출 여건이 주택 구매력과 의지를 떨어뜨리고 있다”며 “매도자와 매수자 간 희망 가격 간극이 거래 부진으로 이어지면서 매물이 누적되는 지역에서의 집값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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