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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이젠 내리라고?”… 수시로 뒤집는 정책에 속앓이 하는 은행들
② ‘이자장사’ 뭇매에 상생금융 보따리 푼다… 대환대출·이자감면 고민
③’용두사미’된 정책금융… 설 자리 잃은 특례보금자리론·청년도약계좌
최근 가계대출 수요 억제를 위해 대출금리를 높여왔던 은행들이 다시 금리 인상에 제동을 걸며 금융당국 눈치를 보고 있다. 은행권을 향한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전방위 압박이 이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올 들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와 ‘서민들의 이자부담 경감’ 두 정책 기조가 엇갈리면서 은행 대출금리가 등락을 반복하는 형국이다.
금융당국의 오락가락한 정책 개입에 은행권에선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지 헷갈린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무엇보다 대출 금리의 예측 가능성을 줄여 결국 피해는 이자부담을 고스란히 떠안는 서민 차주에게 돌아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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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엔 올렸다가 11월엔 다시 내린 대출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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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은 11월 들어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일제히 내렸다.
5대 은행의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10월30일 4.390~6.689%에서 11월13일 4.13~6.406%로 인하했다. 2주 만에 혼합형 주담대 금리 상단은 0.283%포인트, 금리 하단은 0.26%포인트 내린 것.
올 10월까지만 해도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수요 억제 요구에 은행들이 주담대 금리를 인상했던 것과 대비된 모습이다. 앞서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이 지난해 1월부터 줄곧 감소하다 올 5월부터 늘기 시작했다.
이를 심각하게 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은행권 관계자들과 9월20일부터 매주 비공개 가계대출 점검 회의를 열고 가계대출 수요를 억제할 방안을 마련하라 지시했다. 이에 지난달 5대 은행은 주담대 금리를 0.2~0.3%포인트가량 올리며 대출 문턱 높이기에 나섰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10월30일 은행권을 겨냥해 “종노릇”, “갑질” 등 강도 높은 발언을 이어가자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잇따라 금리 인하에 나섰다.
5대 은행 중 혼합형 주담대 최고금리를 크게 낮춘 곳은 신한은행으로 나타났다. 신한은행은 해당 금리를 10월31일 6.38%에서 11월13일 6.07%로 0.31%포인트 낮췄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은 0.283%포인트, KB국민은행은 0.26%포인트, 우리은행은 0.06%포인트 내렸다.
일각에선 주담대 금리를 산정할 때 준거금리가 되는 은행채 금리가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동결 기대감에 최근 하락세를 보여 주담대 금리도 덩달아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은행채 금리 하락 폭보다 주담대 금리 하락세라 더 가파르다는 점에서 당국의 상생금융 압박 영향이 작용했다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혼합형 주담대 준거금리인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는 10월30일 4.756%에서 지난 13일 4.489%로 0.267%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기간 5대 은행 혼합형 주담대 최고금리는 0.283%포인트 내려, 하락 폭이 더 컸다.
금융당국 수장들의 상생금융을 압박하는 발언은 은행권에 대출금리를 인하하라는 신호로 해석된다. 지난 6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금융권의 역대급 이자수익 증대는 금융을 이용하는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역대급 부담 증대를 의미한다”고 지적한 데 이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리상승으로 인한 이익은 온전히 은행이 받고, 변동금리 베이스로 인해 (금리 상승으로 인한) 고통은 가계와 소상공인들이 받고 있다”고 질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시장금리 하락 폭이 주담대 금리 인하 폭보다 큰데 주담대가 은행채 금리보다 더 많이 떨어진 건 이례적”이라며 “상생금융 요구는 금융권에 가산금리 등을 줄여 서민들의 대출 이자부담을 덜어주라는 의미로 읽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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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개입에 은행도 차주도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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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금융권에선 대출금리 결정이 시장 자율로 이뤄져야 하는데 금융당국이 사실상 인위적으로 개입하면 시장 왜곡이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기준)금리가 올라도 가산금리 축소, 우대금리 확대로 대출금리를 쉽게 낮출 수 있다는 인식이 금융소비자들 사이에서 형성되면 오히려 가계 빚 증가세를 부추길 수 있다”며 “이자부담을 낮춘다는 정책 방향성은 공감하지만 가계대출 억제 기조와 상충할 여지가 있어 더욱 정교한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가계대출 증가 폭은 매월 확대되고 있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13일 기준 약 688조4176억원으로 나타났다.
10월 말(686조119억원)과 비교해 약 2주 만에 2조4057억원 늘어 지난달 증가 폭의 절반을 훌쩍 넘어섰다.
가계대출 증가 폭은 ▲5월 1431억원 ▲6월 6332억원 ▲7월 9754억원 ▲8월 1조5912억원 ▲9월 1조5174억원 ▲10월 3조6825억원이었다.
연초부터 이어진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압박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연초 상생금융 압박에 대출금리를 내렸더니 가계대출이 많이 늘어난 건 은행 탓으로 돌려졌다”며 “대출 수요 억제를 위해 10월에 금리를 다시 올렸더니 11월엔 상생금융 시즌2 보따리를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 와 혼란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국에서 금리를 올리라고 직접 얘기하진 않았지만 수요를 억제하려면 금리 인상 밖에 딱히 방법이 없다”며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당국 기조에 장단을 맞추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은행채 등 시장금리 상황과 별개로 금융당국의 개입이 대출금리 향방을 좌우함에 따라 금리를 예상하기 어려워졌다는 차주들의 불만도 나온다.
직장인 김모씨(37)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연말 주담대 금리가 8% 갈 수도 있다는 전망에 주담대를 서둘러 받았는데 결국 더 많은 이자를 내게 된 꼴이 된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금리 예측이 어려워지고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보수적인 상환 계획을 세우라는 제언이 나온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장금리 하락과 상생금융 압박에 따른 금융권의 가산금리 축소 등으로 대출금리는 다소 낮아지겠지만 고금리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생계 목적이 아닌 부동산·주식에 투자하기 위해 대출을 받는 건 여전히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금리가 가장 높은 대출상품을 우선으로 상환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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