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에 찬바람이 불어닥치면서 국제 유가가 하루 새 약 5% 떨어지는 등 가파른 하락세다.
16일(현지시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근월물)은 3.76달러(4.9%) 밀린 배럴당 72.90달러에, 브렌트유 선물은 3.76달러(4.63%) 하락한 배럴당 77.42달러에 거래됐다. 두 벤치마크 모두 7월 7일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미국 경제의 냉각 징후가 원유 수요 우려를 야기했다. 지난주(5∼11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3만1000건으로 한 주 전 대비 1만3000건 증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22만2000건)도 웃돌았다. 정부의 실업 수당을 받는 실업자들이 서서히 늘어나는 추세다.
수요 둔화는 다른 지표에서도 나타났다. 미국 10월 소매 판매는 전월 대비 0.1% 줄어든 7050억 달러로, 지난 3월 이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미국 소비자들은 자동차 구매 등에 대한 지출을 줄이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국제에너지기구(IEA) 모두 4분기 원유 공급 부족을 예상했지만, 미국 원유 재고는 증가세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360만 배럴 늘었다.
유럽연합(EU)이 유로존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9월에 제시했던 0.8% 상승에서 0.6% 상승으로 하향 조정한 점도 유가 하락을 부추겼다.
중국의 경기둔화 역시 국제 유가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9월 사상 최고치를 찍었던 중국의 원유정체 처리량은 10월에 전월 대비 2.8% 감소했다. 다만, 중국의 10월 산업 생산과 소매 판매가 예상치를 웃도는 등 경기 반등의 징후가 공존한다는 점은 유가 향방의 방향을 틀 수 있다.
미국 관료들은 지난 15일 이스라엘-하마스 교전 격화에 따라 이란에 대한 원유 제재를 시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시장은 이란 제재 강화가 구호에 그칠 것으로 봤다. ING 애널리스트들은 “대이란 제재가 유지되는 동안에도 미국은 제재를 강력하게 시행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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