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한아름 기자] 스무디 전문점 ‘스무디킹’이 미국과 한국에서 엇갈린 성적표에 눈길이 쏠린다. 미국에서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린 반면 한국에선 적자 수렁에 빠졌기 때문이다. 스무디킹코리아는 신세계푸드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과일 음료 전문 기업이다. 2015년 스무디킹을 ‘제2의 스타벅스’로 만들겠다는 신세계푸드의 계획도 먹구름이 낀 상태다.
17일 스무디킹홀딩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3% 늘어나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지난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한 데 이어 2분기 연속 성장세다.
스무디킹홀딩스 매출을 견인한 것은 지난 4월에 선보인 신제품 스무디볼(Smoothie Bowl)이다. 스무디볼은 출시 7개월에만에 450만개 이상 팔렸다. 스무디볼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초콜릿 헤이즈널 드리즐 △카카오닙스 등 새로운 토핑을 선봬 메뉴를 다양화했다. 지난 8월에는 가을철 음료인 ‘호박 스무디’ 라인업을 출시해 호평받았다.
매장도 잇달아 오픈했다. 올해 미국에서만 스무디킹 매장 60곳이 새로 문을 열었다. 3분기에도 68건의 프랜차이즈 가맹 계약을 체결하며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스무디킹홀딩스는 글로벌 외식 전문지 ‘네이션스 레스토랑 뉴스’가 선정한 ‘미국 프랜차이즈 기업 톱 500’에서 상위 10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국내 스무디킹코리아는 맥을 못 추고 있다.
신세계푸드가 180억원을 투자해 스무디킹코리아의 국내 및 베트남 사업권을 인수한 지난 2015년 이후 실적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스무디킹코리아 매출은 △2018년 169억원 △2019년 151억원 △2020년 125억원 △2021년 82억원 △2022년 67억원을 기록하며 감소세다. 또 △2018년 -5억원 △2019년 -12억원 △2020년 -22억원 △2021년 -18억원 △2022년 -9억원의 손실을 냈다.
인수 이후 단 한번도 흑자전환에 성공하지 못하면서 신세계푸드의 계륵이 되는 처지에 놓였다. 글로벌 스무디킹 본사가 있는 미국의 경우, 남부 지역에서 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꾸준히 매출을 내는 상황이지만, 사계절이 존재하는 한국은 환경적 요인이 다르다는 점이 매출 부진 요인으로 꼽힌다.
스무디킹코리아의 구원투수로 나선 마케팅 전문가 송현석 대표의 아픈 손가락이 되고 있다. 급기야 송 대표는 기존 스무디킹보다는 노브랜드 버거, 노브랜드 피자, 대체육 베러미트 등 신사업 육성에 힘쓰는 모양새다.
실제 시장의 냉랭한 분위기는 매장 철수로 이어졌다. 현재 스무디킹 매장 수는 158개로, 지난해(266개) 대비 41% 쪼그라들었다. △2018년 113개 △2019년 131개 △2020년 293개 △2021년 305개로 꾸준히 증가했지만, 지난해부터 매장 수가 감소세로 전환했다.
신세계그룹 안팎에선 스무디킹을 계륵으로 보는 시각이 많지만, 적자가 지속되고 있어 매각이나 청산도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스무디킹홀딩스와 스무디킹코리아가 상반된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사업 전략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세계푸드는 스무디킹코리아 지출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연구개발(R&D) 비용을 최소화했다. 2019년에는 R&D비용으로 39억원(매출액 대비 비율)을 썼으나 이듬해부터 7억원으로 대폭 줄였다. 지난해와 올해 3분기 누적 R&D비용은 4억원이다.
반면 스무디킹홀딩스는 스무디볼 등 신메뉴를 지속해서 출시하는 방식을 써오면서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미군·퇴역군인·응급구조원을 우대하는 인센티브까지 마련해 브랜드 이미지 제고 효과도 누렸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효율적 매장 운영에 초점을 맞추고 고객 니즈에 맞는 사업을 펼치며 체질을 개선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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