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롯데케미칼이 6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석유화학업종이 긴 침체에서 벗어나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감돌고 있다. 그러나 대내외 여건이 업황 개선을 희망하기에는 섣부르다는 시선도 만만찮은 분위기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석유화학회사들의 3분기 실적은 직전분기인 2분기보다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업계가 긴 침체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으나 유의미한 업황 개선으로 볼 수 없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9일 2023년 3분기 잠정실적(연결기준)으로 매출 4조8157억원, 영업이익 281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은 첨단소재사업에서 계절적 성수기 진입에 따른 판매 물량 증가로 3분기 동안 매출 1조684억원, 영업이익 755억원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서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5개 분기 연속 적자를 끊어내고 6개 분기 만에 흑자를 거뒀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급격한 국제 정세 및 화학산업 변화에 맞춰 기존 사업은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 확대 등 수익성 최대 확보와 효율성 최적화를 추진하고 있다”라며 “전지소재, 수소에너지 및 리사이클 사업 등은 계획대로 속도감 있게 진행하겠다”라고 말했다.
다만 롯데케미칼은 자체적으로도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우선 기초소재사업에서는 유가 상승 전 원유 구매로 이후 시차 효과인 ‘래깅 효과’에 힙입어 수익성이 다소 개선됐지만 3분기 적자(영업손실 242억원)를 피하지 못했다. 롯데케미칼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속에 원료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 예상하며 향후 공급 부담이 점진적으로 완화되리라 내다봤다. 이번에 흑자를 거둔 첨단소재사업에서는 계절적 비수기와 동시에 미국 자동차노동조합 파업 등의 영향으로 4분기 수요 약세를 우려했다.
LG화학은 지난달 30일 3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했다. LG화학은 매출 13조4948억원, 영업이익 8604억원을 거둬 각각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3.5%, 5.6% 감소한 실적을 기록했다. 직전 분기인 2분기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은 39.3%나 증가한 수치다.
석유화학부문에서는 역시 유가 상승에 따른 래깅효과로 매출 4조4111억원, 영업이익 366억원을 나타내 흑자 전환했다. LG화학은 4분기에도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고유가가 지속되는 등 불확실성이 예상된다면서 고부가치 사업을 강화하고 원가절감 활동을 통해 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첨단소재부문은 3분기 매출 1조7142억원, 영업이익 1293억원을 기록했다. LG화학은 4분기 메탈 가격 하락세가 제품 판가에 영향을 주면서 전지재료 사업의 매출과 수익성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한화솔루션은 이번 3분기 매출 2조9258억원, 영업이익 983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70.8%나 감소하는 결과를 받았다. 그러나 이는 신재생에너지 부문이 위축된 탓으로 케미칼 부문에서는 매출 1조2859억원, 영업이익 559억원으로 2분기 영업이익 492억원에서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석유화학 업황 부진에도 PE(폴리에틸렌)과 PVC(폴리염화비닐) 등 주요 제품의 판매마진 증가가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금호석유화학은 3분기 매출 1조5070억원, 영업이익 842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0.1%, 영업이익은 63.5% 감소했다. 합성고무, 합성수지, 페놀유도체 등 사업 전 부문에서 수요 약세로 인한 수익성 하락이 나타났다.
한국수출입은행(이하 수은) 해외경제연구소는 2일 ‘2023년 3분기 수출실적 평가 및 4분기 전망’에서 “3분기 수출은 지난해 10월 이후 12개월 연속 전년동기 대비 감소를 기록했으나 반도체, 석유화학 수출 등이 개선되면서 감소폭이 한 자릿수로 축소됐다”고 진단했다. 석유화학 수출업황 평가지수는 2분기 79p에서 3분기 89p로 상승했다.
이어 수은 해외경제연구소는 4분기 유가가 지난분기 대비 소폭 내린 배럴당 80달러 중반대를 유지할 것으로 봤다. 중동 분쟁으로 일시적인 급등 가능성이 있지만 고금리가 장기화되고 동절기 비수기에 들어가면서 수요둔화를 예상했다.
유가안정 전망과 함께 석유화학업계의 수익성을 가늠하는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에서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을 뺀 값)도 회복세인 점도 희소식이다. 반면, 중국 등 세계적 경기침체가 더 심화될 가능성도 있어 석유화학 부문의 저점 탈출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증권가의 분석도 엇갈리고 있다. 삼성증권은 10일 본격적인 업황 개선이 기대된다며 롯데케미칼의 목표가를 19만5000원에서 20만원5000원으로 상향하고 투자의견은 ‘매수’로 유지했다. 삼성증권 조현렬 연구원은 “롯데케미칼 3분기 영업이익은 281억원으로 증권가 실적 추정치인 영업손실 8억원을 웃돌았다”라며 “내년 492만톤 규모의 에틸렌 설비 구축이 끝난다. 이는 목표보다 50% 감소한 제한된 증설로 시장 제품 수요가 공급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은 같은날 롯데케미칼의 목표가를 14만원에서 14만5000원으로 상향했지만 투자의견은 ‘홀드(Hold)’로 유지했다. 에틸렌 증설 규모가 더 축소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가동률 상향만으로 충분히 공급 증가가 가능해 내년에도 공급 부담이 여전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NH투자증권 최영광 연구원은 “석유화학 업황의 유의미한 회복이 나타나려면 보다 적극적인 공급 축소 및 유가 하향 안정화가 필요하다”라며 “아직 긍정적인 시그널은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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