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집중 관리하는 배추, 무, 마늘은 가격 하락
과일 중에는 사과, 채소에서는 상추 상승폭 높아
주요 가공식품 15개 중 10개 올라…평균 7.7%↑
“정부가 배추 가격 낮춘다고 하더니 배추랑 무만 작년보다 싼 것 같네요. 생강이나 고춧가루 같은 부재료들은 작년보다 더 비싸요. 김치는 필요할 때마다 사먹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올해 김장 계획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주부는 이렇게 말했다.
정부가 김장철 물가 안정을 위해 배추·무 등 비축 물량을 풀고 천일염 1만톤을 할인 공급하는 등 지원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높은 물가에 부담을 느낀다는 게 소비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지난 8일 기자가 서울 주요 대형마트를 돌며 주요 채소, 과일을 비롯해 가공식품 등 식탁물가 전반의 가격을 작년 같은 시기와 비교해본 결과 소비자들의 우려가 십분 이해가 갔다.
김장 시즌을 맞아 정부가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배추, 무는 확실히 작년에 비해 가격이 저렴했다. 작년 11월7일 1포기 3901원이었던 배추는 현재 2064원으로 47.1%, 무는 2922원에서 1480원으로 49.3% 저렴했다. 깐마늘도 작년과 비교해 30% 정도 가격이 낮은 수준이다.
작년 물가 비교는 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 유통정보 소매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했다.
하지만 배추를 절일 때 필요한 천일염부터 고춧가루부터 생강, 대파 등은 10% 안팎으로 가격이 올랐다.
주로 먹는 채소 중에서는 상추가 두 배 이상 올랐고 오이, 당근, 양파 등도 5~10% 정도 가격이 비싸졌다.
채소에 비해 과일 가격은 더 큰 폭으로 오른 상태다.
올해 금값이라는 사과는 작년에 4~5개 한 봉지 묶음이 1만5000~1만6000원 사이로 10개 기준으로면 3만원이 넘었다. 작년 2만2859원과 비교하면 약 40% 높은 수준이다. 배와 감귤의 경우 세일 중이었지만 작년에 비해서는 30~40% 비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최근 발표한 ‘농업관측 11월호 과일’에 따르면, 이달 사과(후지) 10kg은 도매가격 기준 5만~5만4000원으로, 1년 전(2만7800원) 대비 최대 2배 가까이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배(신고·15kg)도 1년 전과 비교해 최대 81%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올 여름 비가 많이 내리면서 생육 부진에 따른 공급 감소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채소, 과일 등 신선식품과 함께 소비자 식탁을 책임지는 가공식품 물가도 오름세다.
대형마트를 비롯해 주요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이 사실상 연중 세일을 진행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한국소비자원의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 통계를 이용해 작년 11월 첫째 주(11.4)와 올해 같은 시기(11.3)의 15개 품목 가격을 비교한 결과 평균 7.7% 가격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지역 대형마트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했는데 15개 중 10개 품목의 가격이 올랐다. 참기름, 케첩, 설탕 등 대부분 해외에서 원재료를 수입해 국내에서 생산하는 품목의 오름세가 높았다.
반대로 식품기업들이 가격을 인하한 라면과 밀가루 등은 가격이 1년 전과 비교해 하락했다.
앞서 지난 6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 방송에서 국제 밀 가격 하락을 이유로 라면 가격 인하를 권고하고, 농식품부가 주요 제분업체들과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사실상 정부 압박을 버티지 못하고 가격을 내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원유 가격 인상에 따른 밀크플레이션도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1년 전과 비교해 마트 가격 기준 흰우유는 10.0%, 치즈는 13%, 발효유는 15%가 올랐다.
그나마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았던 PB우유도 줄줄이 인상되는 분위기다. 이달 초를 기점으로 대형마트 PB 우유가격이 인상됐고 다음달에는 편의점 PB 우유가격도 오를 예정이다.
▲<연말 분위기 살아날까…지속된 경기침체, 끌어올릴 방안은?[무너진 식탁④]>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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