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이진원 객원기자] 지난 몇 년 사이 ‘대퇴사 또는 대량퇴직'(Great Resignation)’, ‘레이지걸잡(Lazy girl job)’, ‘분노에 찬 지원(rage applying)’,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 등 온갖 신조어가 난무했던 미국 고용시장에 급기야 ‘조용한 해고(quiet cutting)’라는 말까지 등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
‘조용한 해고’란 고용주가 인력을 은밀하게 감축하는 방식으로 직원을 줄이는 것을 말한다. 직원의 직위를 박탈하거나, 급여를 깎거나, 다른 직무로 재배치하는 등의 방법으로 자발적 퇴사를 유도하는 것이다.
CBS에 따르면 아디다스, 어도비, IBM, 세일즈포스 등이 지난해 이러한 방식으로 인력을 구조조정한 기업으로 꼽혔다. 또 금융 리서치 플랫폼 알파센스(AlphaSense)는 지난해 미국 기업들의 직무 재배치 건수가 3배 이상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기업들 ‘조용한 해고’
이러한 새로운 직장 트렌드가 유행하는 건 고용과 경제 상황의 변화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미국 고용시장의 열기가 점차 식고 있는 가운데 일부 기업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조용한 해고에 의존하기 시작했다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포브스닷잡스(Forbes.jobs)의 채용 담당자인 탐 카라벨라는 미국의 경제 전문 매체인 패스트 컴퍼니에 “조용한 해고란 ‘강등’을 뜻하는 트렌디한 용어지만 복수의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광범위한 개념”이라며 “고용주는 이 전략을 통해 감원에 따른 비용과 실업수당청구 부담을 덜 수 있어 구조조정 전술로 관심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용한 해고가 유행한다는 건 반대로 말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유행했던 조용한 퇴사의 시대가 저물면서 고용시장의 주도권이 근로자에서 고용주에게로 넘어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조용한 퇴사’란 직원들이 정해진 근무 시간에만 일하는 것을 말한다.
예일대학교 강사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조앤 립먼은 미국의 경제방송 CNBC에 출연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는 조용한 퇴사와 대규모 사직, 견고한 경제의 징후, 그리고 직원들이 협상에 주도권이 있는 타이트한 노동시장을 목격했다”면서 “이제 조용한 해고가 유행한다는 건 고용주가 더 많은 통제권을 갖게 되면서 고용시장의 균형이 바뀌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직원들은 감정적·정신적 충격 받아
‘조용한 해고’로 인해 스스로 회사를 퇴사한 경우 자신이 ‘해고를 면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혼란과 두려움과 분노를 느끼는 등 감정적·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게 된다.
조용한 해고 트렌드를 처음으로 보도했던 월스트리트저널의 레이 스미스 기자는 “처음에는 해고되지 않아 안도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결국 사람들은 분노하거나 혼란을 느꼈다”면서 “그들은 지위가 낮아지거나 임금이 깎이거나 과거에 경험해 보지 못한 더 많은 책임을 맡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대량퇴직은 코로나19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직장인이 자발적으로 대거 퇴사하는 현상을 뜻하는 용어고, ‘게으른 소녀 직업’이란 뜻의 레이지걸잡은 실제로 게으른 사람이 갖는 직업이 아닌, 게으르다고 느껴질 만큼의 유연한 근무 형태를 지닌 직업을 일컫는다.
또 분노에 찬 지원은 현재 직업에 매우 불행하거나 화가 났을 때 더 나은 급여나 조건의 직업에 충동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말하고, 조용한 해고는 합법적이지만 직원 복지를 최소화하는 방법 등을 통해 생산적으로 일하지 않는 직원을 해고하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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